1. 속임수가 난무하는 교실
"여보, 아이씨유 인스타에 뭘 올려야 할까?"
"흠.. 그러게.. 꾸준히 하려면 내가 '그나마' 좋아하는 걸로 해야 하지 않을까?"
"맞지, 맞지."
[아이씨유 독 트레이닝]의 교육관을 알리기 위해 며칠 동안 반복되어 온 나와 아내의 대화다. 내가 스스로 아는, 나에게 특출 나게 없는 재능이 하나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영상, 피드, 소위 말해 소셜미디어에서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그런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정말 재능이 없다고 느낀다. 꾸역꾸역 만들어보면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어 찾기도 어려운 폴더에 쑤셔 넣어 놓으면서 생각한다.
'뭐, 언젠가는..!'
그래도 나를 알려야 하지 않겠는가! 골똘히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글을 써본 경험을 뒤적여보았다. 가방을 메고 다니던 시절의 나는 '시'를 좋아했다. 적절한 형태가 아닌 것 같아 마음을 접는다. 술을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될 때 즈음의 나는 '칼럼'을 곧 잘 썼다. '잘 썼다.'는 몇 명의 교수님이 나에게 해준 칭찬이다.
'칼럼, 칼럼, 칼럼...'
자꾸 생각하다 보니 단어가 붕괴된다. 그럴듯한 형식을 갖추고 쓴다면 나를 알리기에 적합해 보인다. 세 가지 이유를 껴맞춰본다. 첫 번째는 내가 그나마 잘 쓸 수 있는 형태라는 것, 두 번째는 나의 이야기를 충분히 적을 수 있다는 것, 세 번째는 긴 정보를 전달하기 좋은 방식이라는 것. 시작하기에 충분하다.
내가 생각하는 국내 강아지 교육 문화는 조금 독특(?)하다. 좋게 말해 독특하다. 똑똑하게 삶을 살아나아가는 아무개 보호자도 얄팍한 속임수와 가벼운 혀놀림에 넘어가는 그런 곳이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아래의 사례는 내가 해피버트데이에서 들었던 이야기, 강아지 교육 기관을 기웃거리며 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례 1. 보호자님들 강아지 자세가 이렇게 달라졌어요!
요 근래 '독피트니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반려견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는 증거이니 좋은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유행과 함께 보란 듯이 속임수가 창궐하고 있다. 독피트니스로 유명한 업체의 전단지를 본 적이 있다. '운동 전'이라는 글 위에 '바닥에 편한 (아무) 자세로 앉은 강아지' 사진이 있다. '운동 후'라는 글 위에는 '정해진 발판에 맞춰 앉혀진 강아지' 사진이 있다. 그리고 밑에 이렇게 쓰여있다.
'운동을 하면 이렇게나 좋아져요!'
난센스다. 실험군과 대조군이 맞지 않는다. 중간고사에 수학 시험 50점을 받고 혼났는데, 기말고사에 미술 시험 90점을 받고 칭찬받은 꼴이다. 보호자에게 이와 비슷하게 적용해 보자.
"보호자님,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편하게 앉아보세요."
'찰칵!'
"보호자님, 여기 30cm 정사각형 크기의 높이 47cm,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보세요."
'찰칵!'
같은 자세로 앉을 수 있겠는가? 물론 전단지 속 강아지가 실제로 좋아졌을 수 있다. 실제로 좋아졌다면, 이렇게 전단지를 꾸민 누군가는 크게 질책받아야 한다. 최고급 한우를 새까만 불판에 구운 꼴이니 말이다.
사례 2. 그럴듯하게 들리는 방법들
줄을 당기는 강아지에 대해서 고민인 보호자는 꽤 많다. 아니 정말 많다. 줄당김 해결 방법에 대해 내가 들어본 가장 본질이 없는 교육(?), 방법이라고 말하는 게 적당하겠다. 방법 2가지를 말해보려고 한다.
1) 감정을 분석하는 데 전념하기
줄을 당기는 주체는 '강아지'고, 관찰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강아지'와 '사람'. 누가 봐도 다르다. 언어 체계는 물론이거니와 인식 체계도 다르다. 이 말이 와닿지 않는가.
어떤 미지의 존재, A 가 나와 내 아내를 관찰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매운 것을 싫어하는 나는 엽떡의 냄새를 맡고 흠칫하여, 설마 하는 마음으로 부엌에 뛰어간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엽떡의 냄새를 맡고 기분이 좋아져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부엌에 뛰어간다. 같은 냄새에 같은 결과를 보인다. 조건을 추가해 보자.
매운 것을 싫어하는 나는 엽떡의 냄새를 맡고 흠칫하여, 설마 하는 마음으로 부엌에 시속 10 km로 뛰어간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엽떡의 냄새를 맡고 기분이 좋아져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부엌에 시속 7 km로 뛰어간다. 내가 더 빨리 뛰었으니 더 관심이 많다고 할 수 있을까. 혹시 헷갈릴까 봐 얘기하자면 나는 오랫동안 운동을 해 온 사람이고, 아내는 일평생 뛰어본 일이 별로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A 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은 하나다. 나 그리고 아내 모두 엽떡에 '관심'이 있다는 것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아주 얕은 수준의) 추측이다.
당신의 강아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건 오롯이 당신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트레이너의 역할은 보호자가 강아지를 이해하는 방식 (how to) 에 대해 충분히 알려주는 것이다. '당신의 강아지가 이런 생각이군요!'를 본격적으로 말하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반대로 관찰하는 방식을 모르는 보호자가 '내가 강아지랑 제일 오래 붙어있어요!'를 근거로 강아지를 제일 잘 안다고 말하는 것 또한 좋지 않은 발상이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모두가 서울대를 가지 못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당신은 줄 당김을 고치고 싶다. 그런데 왜 트레이너가 강아지가 줄을 당기는 감정을 아는데, 심지어 제대로 알 수도 없는 것에 그토록 노력을 기울이는가.
짚고 넘어가자. 강아지가 줄을 당기는 이유는 셋 중 하나다. 좋은 관심이 있어서 당기거나 나쁜 관심이 있어서 당기거나, 줄당김 자체에 의미가 있거나. 아직 흐릿하지만 교육의 방향이 보이는 듯 싶다. 무엇을 가르치겠는가.
'우리가 그들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줄을 당기는 대신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알려줘야 한다.'
2) 줄당김을 위한 뛰어다니는 교육
어떤 손님이 말을 걸어왔다.
"사장님, 제 강아지가 줄당김이 너무 심한데, 어질리티를 하면 좋을까요?"
"..."
"상담을 받았는데, 어질리티를 하면 줄당김이 줄어든다고 하던데요."
"..."
위 사례로 돌아가보자.
매운 것을 싫어하는 나는 엽떡의 냄새를 맡고 흠칫하여, 설마 하는 마음으로 장애물을 넘어 부엌에 시속 20 km로 뛰어간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엽떡의 냄새를 맡고 기분이 좋아져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장애물을 넘어 부엌에 시속 7 km로 뛰어간다. 어질리티를 열심히 한 나의 줄당김은 나아졌을까?
아주 낮은 확률로 어질리티를 열심히 한 당일에는 줄을 당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힘이 없으니까. 축구를 3시간 동안하고 돌아와서 책상에 지쳐 앉아있으면 수학 성적이 느는가. 역시 골을 때리는 얘기다.
어질리티는 목표 지향적인 교육이다. 그러니까 목표에 대한 집중을 높이는 교육이다. 놀이로써의 기능도 분명 있지만 본질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보호자 외의 것에 더 집중시키는 것' 이다. 줄을 당기는 것은 대부분이 어딘가 (목표) 를 가고 싶어서 하는 (지향하는) 행동이다.
어질리티를 하고 온 날 당신의 강아지가 줄당김을 하지 않는다면 어질리티의 교육적 효과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그날 아이가 줄을 당기지 않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어질리티를 열심히 했거나, 어질리티를 힘들게 했거나.
사례 3. 여긴 Competition 이야!
이 이야기는 가치관의 차이일 수 있다. 나는 강아지를 교육하는 이유를 항상 3가지로 말한다. 첫째, 사람 사회에 불편 없이 적응하기, 둘째, 건강하게 살아가기, 셋째, 보호자와 즐기며 살아가기. 각설하면 대회를 내보내기 위해서 가르친 적은 별로 없다.
대회 혹은 시험이 전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보호자들이 그것의 본질을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수능 시험을 준비할 때, 우리는 '예상' 문제를 푼다. 그러니까 시험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문제를 위주로 푼다. 강아지 대회도 마찬가지다. 대회에서 예상 가능한 조건에서만 연습을 하고 교육을 한다.
그런데 마치 Obedience 대회를 준비하고 어질리티 대회를 준비하면 내 강아지의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지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누군가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아지지 않는 줄당김에 대해서 '당신의 강아지는 유전적으로 그렇습니다.' 라고 떠든다. 선생의 무능이 어떻게 아이의 유전자 탓이 될 수 있는가. 우스운 일이다.
'대회를 위한 교육' 의 본질을 생각해 보건대, 트로피를 거머쥐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당신이 트로피를 잡기 위해 강아지를 교육한다면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아니라면 여러 번 재고해 보길 바란다.
강아지를 교육하는 일은 강아지를 위해서 하는 일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보호자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정성이 들어가는 일임에도 분명하다. 내가 말랑이와 카우를 5년째 키워오며 가장 후회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좋은 방법들을 빨리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 덕분에 나는 많은 것들을 경험하며 배웠지만 유튜브들과 얄팍한 트레이너들의 입놀림에 속아 이상한 교육을 하던 시간이 못내 아쉽고 미안하다.
강아지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당신의 노력들이 헛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