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허리가 휘었어요 (1/4)
"우리 강아지 허리가 아래로 꺼진 거 같아요."
이번에는 척추전만증, Lordotic posture 을 주제로 끄적여볼까 한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척추전만증은 정확하게 Lordosis 라고 쓰여지지만 진단하는 것은 나의 영역이 아니므로, 육안으로 관찰되는 자세와 자세 교정에 대해서 논의하려고 한다.
Lordotic posture 를 풀어써 보면 이렇다. Thoracic vertebrae (흉추) ~ Lumbar vertebrare (요추) 에 걸쳐 Spine 이 아래로 휘어있는 자세 혹은 복부가 아래로 꺼져 보이는 자세를 말한다. 사진을 보자.
Top line 이 완만한 S자보다는 조금 더 급격해보인다. 다시 말하면, 엉덩이 (혹은 골반) 가 Top line 에서 눈에 띄게 높은 상태다.
이 자세가 지속되거나 심화된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세가지 측면에서 바라보자.
먼저, 신체 기능적 관점이다. 운동 능력이 저하된다. Front assembly (앞다리를 포함하는 어깨 부위) 와 Rear assembly (뒷다리를 포함하는 엉덩이 부위) 를 연결하는 Trunk (몸통), Spine (척추) 가 어딘가 불편한 것이다. 앞다리와 뒷다리의 상호 교류가 잘 안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사람의 움직임에서 비교하면, 손을 묶고 달리는 셈이다.
두 번째, 질환의 발병 소지 측면이다. 나이가 들수록 Stifle 에 퇴행성 관절염, IVDD 등 척추 질환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 노후의 수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얼마나 좋지 않은지 보호자들이 더 잘 알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은 삶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에 대한 관점이다. 어쩌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운동장에서 만나면, 잡기 놀이를 즐기던 친구 강아지와 더이상 속도가 맞지 않아 재미가 없어진다. 이 얼마나 슬픈일인가. 가볍게 얘기했지만 이러한 종류의 불편은 강아지 스스로 삶에 꽤 영향을 줄 법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보호자가 바로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안다. 하지만 가랑비에도 옷은 젖는다.
Lordotic posture 는 왜 발생하고 보호자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3가지 정도로 접근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Lordotic posture 를 야기하는 우선 순위로 적어보았다.
#1. 뒷다리쪽의 불편감
슬개골 탈구, 고관절 이형성증, 요추의 IVDD 등은 유전적 질환으로도 흔히 나타난다 (닥스훈트, 웰시코기, 리트리버 등). 언급한 질환 모두 급성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점차 진행된다. 다시 말해 어느 시점부터 통증 (혹은 불편) 을 일으키다 특정 시점에 임계점을 넘으면 수술을 택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뒷다리의 불편함이 생기거나 증가할 때, 강아지는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뒷다리를 덜 쓰는 것을 택한다. 뒷다리를 덜 쓴다는 것을 바꾸어 말하면 앞다리와 몸통 근육을 '더' 쓴다는 것이다. 강아지 몸 내부에서 새로운 보상 패턴 (Compensation) 을 근육, 관절, 힘줄, 인대 사이에서 스스로 찾게 된다. 이후에 업무량이 증가한 특정 부위 (어깨, 팔꿈치 등) 에서 새로운 통증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A 기간이 '충분히 길어진 후에' 수술을 하게 되면 다시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전혀 그렇지 못한 게 나 또한 어렵고 슬프다. A 기간동안 강아지가 스스로 찾아낸 근육의 보상 패턴은 수술했다는 이유만으로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수술 후 통증으로 인해 보상 패턴과 Lordotic posture 는 일시적으로 더 극대화될 수 있다.
보호자는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 왕도는 없고 방법도 하나다 -라고 생각한다- 강아지의 움직임을 잘 만들어 놓아야 한다. 운동장에서 얼마나 오래 뛰고, 얼마나 빨리 뛰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호자에게 앞다리, 뒷다리, 몸통을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꾸준히 체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단적인 예로 뒷발을 타겟팅하는 방법을 가르쳐 놓았다고 가정하자. 어느 날, 왼발을 달라고 하는데 잘 못한다. 몸통이 기울고 휘청인다. 어디가 문제인지 정확히 모를 수 있지만, 적어도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그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얼마나 훌륭한 보호자인가. 컨디셔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장사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한 강아지 근육의 건전성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 헬스장에서 들 수 있는 무게와 횟수로 우리의 운동 능력치를 확인하듯 강아지의 운동 능력치는 보호자가 확인해야 한다.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을 언젠가 안다면 꼭 알려드릴 것을 약속한다.
#2. 무게 중심의 전방 이동
2번은 내 경험상의 이야기다. 1번에서는 뒷다리의 불편이 Lordotic posture 로 이어졌다면, 2번에서는 생활 습관 혹은 버릇으로 인해 앞다리의 과도한 쓰임과 발달이 Lordotic posture 를 일으킬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컨디셔닝 상담에서 적지 않게 보이는 사례다. 뒷다리의 특별한 불안정이 없는데도 Lordotic posture 를 나타낸다. 그런 강아지의 경우 십중십구로 줄을 심하게 당기는 산책을 지속하고 있다.
칼라와 하네스를 이겨내고 앞으로 가고자 하는 힘은 몸통을 자꾸 앞으로 기울게 만든다. 강아지는 그렇게 기울어진 몸통,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허리를 꺾어야 한다. 허리가 과도하게 꺾이는 순간부터 인과가 바뀐다. 앞다리와 뒷다리가 상호작용이 잘되지 않고, 이로 인해 Lordotic posture 가 심화된다.
쓰기 쉬운 앞다리는 더 사용하게 되고, 뒷다리의 쓰임은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뒷다리의 근육 발달이 상대적으로 덜 하게 되고, 노화에 동반하는 관절 질환 등은 뒷다리에 먼저 나타나게 된다.
백번씩 들었을 말일 테지만 줄을 끄는 산책은 어떤 경우에도 좋을 수 없다. 오? 그러면 자동리드줄을 쓰면 되겠네요! 응, 아니다. 자동리드줄 역시 앞으로 당길 때 저항이 있다. 자동리드줄의 힘을 이기면서 다닌다. 더 불행한 사실은 자동리드줄의 끝에 도달했을 때, 그 어느 때보다 힘껏 당길 것이다. 왜냐면 강아지 입장에서 리드줄은 당기면 늘 당겨졌기 때문이다. 5m 멀어지면 더 이상 당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찌 가르칠 것인가.
#3. 복부 근육의 부족 & 척추의 과도한 Extension
이유를 정확하게는 알기 어려운 근육 간 불균형이 Lordotic posture 의 원인일 수 있다. 특별한 유전적 질환이 없고, 눈여겨볼만한 불편함이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 단순히 복부 근육의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덜 발달하거나) 보호자와의 시선 높이차로 인해 과도하게 위를 보면서 척추의 Extension 이 심하게 발생했을 수도 있겠다. 이 케이스는 과활성된 근육의 진정을 돕고 약화된 근육을 발달시켜주면 Lordotic posture 가 쉽게 완화될 수 있다.
뒷다리의 앞쪽 근육의 과활성 (Over-activated) 은 골반을 앞으로 기울이거나 Hip flexion 을 유도한다. 그림을 보면 이해에 조금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어디를 마사지하고 온찜질을 해야하는 지 감이 오는가. 골반의 앞쪽을 위주로 해주면 좋다.
강화해야 할 근육은 뒷다리의 뒤쪽에 주로 위치한다. 소위 말하는 Hamstring 이다. 해당 근육들은 골반을 뒤로 기울이고 Hip extension 을 유도한다. 조금 후려쳐서 이해해보면 뒷다리가 더 뒤에 위치하면 무게중심은 당연히 뒤로 이동하게 된다.
이번 이야기는 4회에 걸쳐 진행된다. 1회차에서는 Lordotic posture 에 대해 원인을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훑고, 2회차에서는 관련된 움직임과 운동을 알아보자. 3, 4회차에서는 Kyphotic posture 에 대해 탐구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