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7. 내 강아지는 에너자이저라구요!

by 윤버트

이번 이야기는 강아지를 운동장에 데려가는 것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경험과 생각을 쓴 것임을 강조하고 시작하고 싶다. 나의 의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니 부디 오해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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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말랑과 카우를 데려오면서 내가 처음 갖게 된 마음가짐은 이들을 사랑과 애정으로 키우는 것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벌써 5년전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적당히 잘 키워보자는 정도의 마음이지 않았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보호자였을 테니.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이들을 어떻게 키울지 고민하면서 -특히 말랑의 각종 예민함과 분리불안 덕분에- 갖게 된 두 개의 생각이 있다.


하나. 필요한 것을 해줬는가.

둘. 필요한 것을 '잘' 해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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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과 카우는 운동장을 가본 경험이 -아주 적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강아지를 운동장에 풀어놓고 뛰게 하는 일은 나에게 있어, 해줘야 하는 즐거움 중 '하나' 일 뿐이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운동장에 가면 내가 너무 힘들었다. 당시에 -지금도 거의 그렇지만- 운동장에 가면 내가 모든 강아지들을 약 올려가며 뛰기 바빴다. (이때쯤부터 강아지들과 어울리는 것이 익숙해졌나 싶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운동장의 문을 더 이상 열지 않게 된 몇 가지 사건과 이유가 있다.


#1. 운동장에 왔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내 기억상 처음으로 운동장에서 화를 낸 일이다. 운동장에서 자주 '마주치던' -이유는 모르겠지만 보호자와 친해지진 않았다- 베들링턴 테리어 하나가 있었다. 입버릇이 상당히 좋지 않은 녀석이었는데, 보호자가 강아지를 열심히 살피며 제재도 하고 상대 보호자에게 사과도 하고 다녀서 적당히 거리를 두던 강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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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정도 마주치지 않다가 다시 만난 날이었다. 여지없이 말랑이의 꼬리를 물려고 달려들었다. 내가 떼어놓아도 다시 달려들기를 반복했다. 기어코 말랑이는 물렸고 소리를 질렀다. 패닉에 빠진 말랑이는 전혀 리콜이 되지 않았고 숨기 바빴다. 화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날은 베들링턴 보호자가 보이지 않았다. 이내 진실을 마주했다. 운동장에서 만난 어느 보호자와 사랑에 빠져 두 강아지가 운동장에 방치(?)되어 있더라니. 하나는 다른 강아지들 꼬리를 물고 다니느라 바빴고, 하나는 다른 강아지들이 근처에 오면 목청껏 짖어댔다. 보호자들은 다른 세계에 있었다. 그 강아지에 그 보호자들이리라. 서른을 넘긴 후로 누군가에게 욕을 해보긴 처음이었다.


#2. 비켜주세요! 우리 애가 칠 수 있어요!

운동장 철문을 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말을 외치던 어느 리트리버 보호자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비켜주세요! 우리 애가 칠 수 있어요!"


귀여운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녀가 들어오고 2~3분 정도는 모든 강아지와 보호자가 구석으로 숨는다. 정말 40 kg 에 육박하는 리트리버가 눈에 뵈는 것 없이 돌진하며 다닌다. 몇 분 사이에 털달린 폭주기관차와 사고가 발생한다면 아마 그녀는 본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피하지 않은 강아지나 보호자의 탓이라고 여기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10:0 의 교통사고는 매우 드물다. 다시 얘기하겠지만 리트리버가 '에너지 레벨이 높아서' 라는 것만으로 매번 소리를 치며 들어오는 그녀를 납득하긴 어려웠다. 예전에도, 지금도 내 생각은 같다.


'높은 확률로 그 날의 첫 외출이었으리라.'


왜냐하면 그녀는 운동장에 오면 영업 시간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고, 늘 회사에서의 피로함을 얘기했다. 그녀의 현생이 어쩔 수 없다면 나 역시 어쩔 수 없이 고깝게 볼 수밖에 없다.


#3. 미운 우리 카우

운동장에서 한참 잘 뛰어놀고 있었다. 어느 보호자가 간식을 꺼내고는 자기 강아지와 친구들을 부르더랬다. 너무 당연하지만 카우도 따라갔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말랑이는 대단한 먹짱이지만 당시에 낯선 사람이 주는 것은 먹지 않았다. 심지어 가까이 가지도 않았다) 그렇게 친한 강아지들에게 하나씩 간식을 먹였다. 카우는 주지 않았다. 뭐 모르는 강아지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려니 보고 있었다. 그런데 카우가 계속 같이 섞여 있는게 맘에 안 들었는지, 팔로 카우를 꽤 힘껏 쳐냈다. 그만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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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강아지가 불편하고 싫다면 대관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때부터가 아마 우리가 본격적으로 강아지 운동장을 가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위의 세 가지 사건은 말랑카우의 보호자로서 겪은 일련의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로 인해 더이상 운동장을 찾아갈 이유가 없어졌다. 말랑카우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내가 유독 특별한 경험을 했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보호자가 겪어봤을 그런 일들이리라.




이번에는 강아지와 보호자를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가끔] [강아지를 컨트롤 할 줄 아는 보호자] 혹은 [성격이 괜찮은 강아지] 랑 만나세요.'


#1. 내 배터리는 99.5%

운동장에 오는 대부분의 강아지가 그날의 에너지 할당량을 못 채워서 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강아지가 운동장에 오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 싶을 수 있다. 핵심은 에너지가 넘치는 강아지가 아니다. 하루의 에너지를 100 이라고 한다면 99.5 가 남은 강아지들만 오는 것이 문제다. 일상의 활동을 마치고 '조금 놀고 갈까?' 의 분위기가 아니다. 그러니까 회식하는 날, 연차를 내고 푹 쉬다 온 부장이 등장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전달하고 싶은 바를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저기 멀리 어딘가부터 끌려온다.


'철컥!'


리드줄이 풀리는 순간, 광란의 질주가 시작된다. 혀를 빼고 뛰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가.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곳에 오기만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 강아지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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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내 강아지가 조금 차분한 상태에서 도착했더라도 문제다. 크레이지 모드로 들어오는 강아지와 마주해서 좋을 리 없고, 열의 아홉은 보호자가 크레이지 강아지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불러세울 수 없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위에 언급된 이야기가 중대형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소형견의 경우에도 완벽하게 해당하는 얘기다. 단지 -사람이 보기에 덜 과격해 보일 뿐- 소형견끼리 충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2. 어느새 바뀐 보호자

매일 가는 운동장에, 동네에, 강아지가 아주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 건 분명 행운이다. 일주일에 6번을 만나서 놀아도 신나게 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렇게 지내다 보니 변하는 게 있다. 강아지가 보호자랑 단둘이 있으면 재미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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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기에 이때쯤이 보호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로다. '보호자가 더 재밌게 해줄 것인지' 아니면 '친구와 일주일에 8번을 만날 것인지'. 경험상 열의 아홉은 후자를 선택한다. 전자는 어렵고 힘들다. 시간이 든다. 돈도 든다. 그렇게 점점 더 강아지는 보호자랑 있을 때 재미가 없어진다.


수업을 시작하면 수강생들에게 백번쯤 반복하는 말이 있다.


"얘한테 매력적인 사람이 되세요!"


그렇게 되는 것이 쉽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 자극이 없어도 쉽지 않을 일이다. 매일같이 만나서 30분씩 노는 친구가 있는데 매력적인 보호자가 웬 말인가. 나의 편안한 반려 생활과 내 말을 듣는 강아지. 양립할 수 없는 두 개다.




정리해 보자. 강아지가 운동장의 놀러 가는 것은 필요하고 좋은 경험이다. 배울 수 있는 것과 즐거움 모두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필히 경계해야 하는 마음이 있다.


'내가 평소에 즐겁게 못 해줬으니, 운동장 가서 신나게 놀게 해줘야지!'


월화수목금을 뜨뜻미지근하게 산책하고 조금은 지루하게 보내고, 주말이 되면 운동장에서 가서 풀어두는 보호자가 갖기 쉬운 생각일지 모른다. 운동장에 가서 노는 일은 내 강아지가 살아가면서 즐거운 여러 가지 것들 중 하나여야 한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보호자와 놀 때 어떤 날은 즐겁고 어떤 날은 컨디션이 떨어져서 덜 즐거울 수 있는 것처럼, 운동장에서도 어떤 날은 즐겁고 어떤 날은 덜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 운동장에 가는 것이 강아지에게 특별한 일이 아니어야 한다. 유달리 흥분되는 곳도 아니어야 하고, 유달리 즐거운 일이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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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 내 강아지는 나랑 있을 때 가장 재밌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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