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달은 부산에 산다

by 구경하

서울에 살지만 한 달에 한두 번 부산에 간다. 한 번 가면 2박 3일은 머물다 오니, 1년을 집계하면 1달은 부산에 사는 셈이다. 이처럼 그 지역에 주민등록을 한 건 아니지만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을 체류인구라고 한다. 병상의 아버지를 뵈러 정기적으로 부산에 가면서 나는 부산의 체류인구가 되었다.


체류인구의 개념은 최근 도입됐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그전부터 다른 지역의 체류인구였다.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로 대학과 대학원, 회사를 다녔고, 반대로 서울에 살면서 근무지인 경기도로 출퇴근한 적도 있다. 회사 지역근무로 경남 진주에 머물렀을 때도 서울에 한 달에 한 번은 왔던 것 같다.


인구감소시대가 되면서 체류인구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정주인구가 부족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분기를 기준으로 인구감소지역에선 체류인구가 등록인구의 4.6배 규모에 이른다. 특히 체류인구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정책 수립에 주요 관심사가 된다. 2분기 인구감소지역의 신용카드 사용액에서 체류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9~5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류인구 규모는 계절과 날씨, 연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인구감소지역의 체류인구, 특히 단기 숙박자는 흔히 관광객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나의 체류인구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 관점에 의구심이 든다. 분석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체류인구의 연령은 중장년층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트렌디한 감성의 이른바 ‘로컬 명소’를 찾아 관광할 만한 연령대는 아니다. 체류인구 한 사람이 쓰는 신용카드 소비액을 봐도 보건의료 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부산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24년 기준 23.9%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대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니 부산의 체류인구는 나처럼 노부모의 간병을 위해서나, 본인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하는 중장년도 꽤 될 것 같다.


더욱이 관광객은 일회적인 방문에 그칠 확률이 높은 반면, 그렇지 않은 체류인구는 방문 목적이 분명하고 재방문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관광객은 여행지에서 추억을 위해 값비싼 미식 체험을 시도하기도 하겠지만, 비관광 목적의 체류인구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에 간다. 그런데도 한식집이라는 이유로 분석 목적에 따라 관광 목적의 체류인구로 분류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체류인구는 정주인구처럼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더욱 필요로 한다.


나처럼 비인접지역에서 이동하는 체류인구에게는 특히 대중교통 인프라가 중요하다. 나는 서울에서는 주로 운전을 하지만, 부산에서는 대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리고 부산에 갈 때는 2박 3일간 필요한 짐을 가져간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신경 쓴 적이 없었던 지하철 역사의 엘리베이터 연결 동선이 부산에선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더욱이 지난해말 부산 버스에서 캐리어 탑승 제한 조치가 시행되면서부터는 어깨에 가방을 메고 다닌다. 짐가방을 짊어지면 책 한 권을 챙겨가는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부산에선 여러모로 삶의 무게가 몸으로 느껴진다.


체류인구가 된다는 건 사실 피로한 일이다. 장거리 통근통학은 주거비를 줄이는 대신 교통비와 시간을 대가로 지불하는 선택이다. 이때 포기하는 시간은 새로운 경험이나 사회적 교류, 또는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온전한 휴식을 취했을 소중한 자유시간이다. 이런 시간을 줄여 생존과 책임감으로만 채운 일상은 그다지 권장할 일은 못된다. 미래의 기회를 위해 현재를 유예하거나 다른 가족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수하는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체류인구는 방문 지역에서 불편한 일을 겪어도 지방정부에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하지 않게 된다. 그 지역의 정책에 영향을 받지만 주민투표권도 없고, 또 지방세를 내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체류인구가 인구감소지역을 구원해 주길 바라는 기대와 달리, 체류인구의 한 사람인 내가 그 도시에서 보내는 생활은 정주인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보편적인 도시 인프라를 이용하고 일상에 필요한 것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생필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배송받을 수 있는 정주인구와 달리 체류인구는 오프라인에서 즉시 구매해야 하니 지역 내 소비 성향이 높아 보이는 것일 뿐이다. 결국 정주인구가 살기 좋은 도시가 체류인구에게도 머물기 좋은 도시다.




이 글은 도시관측 챌린지 활동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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