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생활이 바로 퇴직 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옥 선생, 혹시 시간 있어? 나 좀 만나줄 수 있을까?“
오래전 같은 학교 근무한 서너 살 많은 선배 선생님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불현듯 전화가 오면 돈을 빌리려 하거나 무슨 큰일이 일어났거나 그렇더라고요.
'정말 무슨 일일까?'
잔뜩 긴장이 되었습니다. 만나자마자 표정이 썩 밝지가 않습니다. 예전의 당당하고 우스개 소리도 잘하던 그 선생님이 아닙니다. 폭삭 늙어버린 모습이기까지 합니다. 정말 무슨 큰일이라도 있나 싶어 걱정이 앞섭니다.
‘퇴직하고 돈 있으면 뭐해.’
‘여행 다니면 뭐해.’
‘이러려고 이때까지 그렇게 치열하게 교사했나?’
이런 생각 때문에 갈수록 자꾸 우울한 생각만 든답니다. 나이 들어가는 것, 퇴직을 10여 년 앞두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그냥 슬프답니다.
끝이 뻔한 드라마 보듯 아무런 기대가 안 된답니다. 그런 생각이 드니 자꾸만 눈물이 흐른답니다. 마음 허하니까 옥선생 생각이 나서 무작정 전화해 보았답니다.
그렇게 시간을 견디며 속수무책 퇴직을 향해 가고 있는 한 선배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명퇴 언제 하는 게 가장 퇴직금이 많니?”
“정년 앞두고 4년 반 정도 남았을 때 하면 가장 많이 퇴직금 받을 수 있어.”
동학년 연구실 모습입니다. 명예퇴직을 준비하는 선배나 동료 교사들의 이야기는 퇴직금으로 시작해서 퇴직금으로 끝납니다. 무슨 대단한 비법 전수라도 하듯 목에 핏대 세우며 전략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명퇴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는 교사입니다. 자주 목격되는 연구실 속 풍경입니다.
대화가 더 이어지는 날도 메뉴는 늘 똑같습니다. 단골 메뉴 1위는 퇴직 후 무조건 '해외여행 가기'입니다. 골프 치겠다는 선생님들도 간혹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이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제삼자가 되어서 들어보니까 지루하기 짝이 없는 내용입니다. 정말이지 끝을 이미 알아버린 드라마 보듯 무미건조하게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들리더라고요.
‘교사들은 퇴직금을 받기 위해 이렇게 긴 세월 교사로 살아왔을까?’
‘퇴직 후 해외여행 가기, 골프 치기 외에 더 멋지게 사는 삶(사람)은 없을까?’
관심이 없었으니 못 들은 걸까요? 진짜 그런 교사들이 거의 없는 걸까요? 퇴직 후 해외여행하기, 골프 치기 외에 더 멋진 일을 하겠다는 교사가 왜 제 눈에는 안 보인 것일까요?
“선생님은 좋겠어요. 언제든지 퇴직할 수 있으니까. 해외여행도 실컷 갈 수 있고.”
“우리가 퇴직할 때는 퇴직금도 얼만 되지 않는다는데 큰일이네요.”
한참 어린 후배 교사들이 던지는 말입니다. 선배교사들의 이런 퇴직 이야기가 정말 부러울까요? 결과 뻔한 선배 교사들의 퇴직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들의 퇴직은 어떻게 그려보았을까요? 뭔지 모르게 씁쓸하고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이런 결말이라면 나도 나의 퇴직이 하나도 기다려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퇴직 이후의 삶은 더 생각하기 싫습니다.
'어떡하지?'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겠구나.
’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이 절대 아니겠구나.’
‘미리 준비하자, 차근차근 준비하자’
저의 퇴직준비는 선배님의 모습을 보고 와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교사생활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부터가 퇴직준비였습니다. 내가 그때 마음먹었던 것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교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지 4년이 넘었네요. 이제 교직 생활 6년 남았습니다. 퇴직 앞두고 중간점검쯤 됩니다.
교사로 잘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을 하는 시간입니다. 교사로 잘 살아가고 있는 이 생활 그대로 퇴직 이후의 생활이 잘 살아질 거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교직 생활이 바로 퇴직 생활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