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하는 날, 우리반 아이들은 ‘하얀 거짓말’ 게임을 했습니다. 방학 동안 친구들이 뭘 하며 지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방학 동안 한 일 중에서 진실인 것 3가지 이상 쓰고 거짓인 것 한 가지를 씁니다. 친구들이 한 일을 듣고 거짓인 것 한 가지를 알아맞히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진행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건 코로나 이전에는 분명히 ‘거짓’이었을(평범한 초등 4학년 아이라면) 내용인데, 이제는 ‘진실’인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방학 동안 한 번도 밖으로 안 나갔다.”
“학원 간 것 외에는 친구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이런 내용은 하나같이 모두가 진실이었습니다.
자신들도 이 문제를 진실인 내용에 써 놓고는 친구들이 이 문제는 알아맞히지 못할 거라 생각했었나 봅니다. 자신만 그랬지 친구들은 설마 한 번도 밖을 나가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나 봅니다. 이런 내용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가 자꾸 틀리니까 발표자가 늘어갈수록 이 내용이 진실로 분류되니까 나중에는 이런 비슷한 내용이 나오면 거짓에서 아예 제외시켜 버리더라고요.
밖에 한 번도 안 나갔고, 친구들을 한 번도 못 만났다는 내용이 거짓이 아닌 진실이라는 사실. 그 내용을 대부분의 아이들이 썼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 오더라고요. 친구들이 분명히 이것을 거짓으로 말하면 나는 이것을 거짓이 아니라고 말하며 신나 할 상상을 하면서 적었을 텐데, 그런데 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친구들도 하나같이 알게 된 이제는 거짓 아닌 진실이 된 것이 이것이었습니다. 하얀 거짓말 게임이 이렇게 슬픈 게임이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거짓인 내용도 참 헛헛했습니다.
“방학 동안 여행을 갔다 왔다.”
“시골 할머니 댁에 다녀왔다.”
“친구랑 물놀이를 갔다 왔다.”
이런 답이면 어김없이 ‘거짓’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쩌다가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진 세상을 살게 되었습니다. 밖에 나가서 놀고, 친구 만나러 밖에 나가고, 이런 것들을 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하얀 거짓말’ 게임을 하면서 다시 확인을 해야 했습니다. 아이들은 방학 때 여행 가고, 시골 할머니 댁 가고, 친구랑 물놀이하러 가고, 이런 일들을 상상 속에서나 그려보는 일들이 되었다는 것을 ‘하얀 거짓말’ 게임을 하면서 현실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차라리 이게 ‘하얀 거짓말’ 게임으로 끝나는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코로나 이전의 세상을 지금에서 상상하니까 마치 그때가 ‘하얀 거짓말’ 세상처럼 느껴집니다.
“어떻게 방학 동안 바깥에서 마음대로 뛰어 놀 수가 있어?”
“어떻게 방학 동안 친구들과 매일 만나서 놀 수가 있어?”
그런 세상이 어디에 있었는지 신기한 듯 물어볼까 봐, 그런 세상이 진짜 될까 봐 두렵습니다.
방학 동안 여행 가고, 시골 할머니 댁 가고, 친구들과 만나 물놀이하러 가는 건…….
이런 일상들은 옛날이야기 속의 ‘이야기’ 로만 전해질까 봐 안타깝습니다. 이런 세상을 꿈꾸지 않을까 봐 두렵습니다. 꿈꾸지 않으면 다시 이런 세상을 돌려놓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과 1년 반 전 세상을 우리는 벌써 잊으면 안 되겠습니다. 안타깝게 추억하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하얀 거짓말’ 게임의 진실이었던 답들은 앞으로도 계속 진실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만 예외 사항이라서 잠시 거짓이었다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거라고 누가 말해주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