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코로나 이전에는 거의 들어보지 못한 단어입니다. 예전에도 이 말이 있었다면 엄청나게 나쁜 의미로 쓰인 말일 때가 대부분이었을 겁니다.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감옥이라는 곳에 가두어 세상과의 격리를 시킬 때 사용한 말이었을 겁니다. 이 때는 ‘감옥격리’이겠네요. 어떤 범죄는 감옥에 가두었다가 석방이 되어도 세상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다시 집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합니다. 이 때는 진짜 ‘자가격리’를 당합니다.
이 무시무시한 말이 코로나 이후에는 아예 일상 용어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코로나 양성이 나왔거나 양성인 사람과 밀접접촉자가 되면 여지없이 자가격리를 당합니다. 2주간 바깥세상과 격리된 체 가정에서만 있어야 합니다. 자가격리 대상자는 가정에서도 자기 방에만 갇혀 있어야 하는 게 자가격리의 규칙입니다. 창살은 없지만 감옥인 것이지요.
우리가 큰 죄를 지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자가격리당할 짓을 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지구에게, 그것도 오랫동안. 무자비하게.
2020년 1월, 보다 못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의 ‘자가격리’를 결정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마음대로 사용하던 지구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명령을 통보받았습니다. 지구라는 공간에서 마음대로 놀고 이야기 나누고 먹고 여행을 갈 수 있는 권리를 차단해 버린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선택한 결정인 것 같습니다. 인간이라는 '종' 때문에 지네들이 당장 억울하게 죽게 생겼으니까. 이러다 모두 멸종하게 생겼으니까 함께 살리자는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지구의 현 상황을 알리려 인간에게 쳐들어 온 것 같습니다. 인간에게는 '자가격리'를 명하면서…….
1년 10개월째 접어들었습니다.
바이러스는 매 순간 우리가 자가격리 규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 자가격리를 해지해 줄지는 바이러스의 결정에 달린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의 마음인 것 같지만 사실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통제해야 할 일이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를 돌아보면 자가격리 해지의 시기도 예상은 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가격리 기간이 길어진다는 건 우리가 뭘 잘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자가 격리 기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점검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코로나로 자가격리를 정말 당해 보았습니다.(당했다는 표현 맞겠지요?)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너무나 생생합니다. 그만큼 힘들었다는 말입니다. 힘든 만큼 2주 후 모두 자가격리에서 해제되었을 때의 그 감동도 벅찼습니다. 함께 이 전쟁 같은 시기를 잘 이겨내었다는 승리에 버금가는 감정이었습니다.
몇 달 전 일입니다. 우리 반 아이 한 명에게서 코로나 양성이 나왔다는 결과를 받습니다. 기저질환으로 비염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주말 동안 코에 뿌릴 스프레이 약이 떨어질까 봐 미리 받으러 병원에 갔습니다. 온 김에 코로나 검사 한 번 받아보라는 의사 선생님 권유를 받고 별생각 없이 받은 검사였답니다. 공짜이기도 하고 받으면 안심도 되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검사를 받았답니다. 새벽 2시, 검사 결과 양성이라는 문자를 받고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답니다. 엉겁결에 받은 검사였고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으니까요. 코로나 환자와 접촉한 적도 전혀 없었으니까요. 새벽 4시쯤, 저는 보건 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렸고, 전쟁과도 같은 2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전쟁이라고 표현한 건, 긴박하게 돌아가는 2주간의 과정이 마치 전쟁 상황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날이 토요일 새벽이었기 때문에 우리 반 아이들 모두에게 지시하여 보건소에서 빨리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해야 했습니다.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가족 모두 외출이 금지되었습니다. 다행히 한 명도 추가 확진자는 없었습니다. 코로나 검사 결과와 함께 자가격리 명령을 문자로 통보받았습니다. 자가격리 대상자 앱이 깔렸고 담당공무원도 배정이 되었다는 연락도 받았습니다. 비상식량용으로 몇 가지 인스턴트 음식도 배달되었습니다. 담당공무원과 앱의 감시 속에 2주간 집 바깥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코로나도 전쟁임이 실감 났습니다.
제가 감당해야 할 일도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아이들 건강 상태도 매일 점검하면서 관리해야 했고, 원격 수업도 준비해서 올려야 했습니다. 자가격리당한 체 아이들과 저는 줌으로도 매일 수업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몇 배로 많아진 일은 감당할 수 있겠는데 아이들의 건강이 가장 신경이 쓰였습니다. 자기 방에 감옥처럼 갇혀 있어야 하는 아이들은 수시로 머리가 아프고 열이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보건소에서 지정해 준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저녁 늦게까지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학생의 엄마와 저는 입술이 바짝바짝 타 들어갔습니다.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함께 문자로(때론 음성으로) 힘들었던 마음을 나누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제야 안심하고 아이의 엄마도 저도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전쟁과도 같은 상황을 그래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엄마들과의 연대였습니다.
매일 새벽 일어나 글을 써서 학부모님께 전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쓰는 기분이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먼저 다독여 주었습니다. 힘든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잘 극복해주어서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잘 이겨내어서 모두 음성 판정받고 자가격리 해제되자는 다짐과 약속도 함께 나눴습니다. 궁금한 정보는 수시로 알려서 안심시켰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도 구했습니다. 이러는 동안에 우리는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동지이고 전우였습니다. 내 자식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함께 뭉쳤습니다. 학부모님들도 저의 건강을 늘 걱정해 주셨고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런 동지애, 전우애로 마지막까지 자가격리 규칙을 잘 지켜내었습니다. 코로나 해지 전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을 때는 함께 축하와 서로에 대한 감사를 주고받았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양성 판정을 받은 아이도 아무런 증상 없이 잘 지내다 우리보다 더 빨리 퇴원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코로나 양성인 친구를 더 고마워하며 잘 받아주었습니다. (미리 검사하고 발견해서 전파도 막았고, 우리 대신 아파주어서 고맙다고 말해 주더라고요.) 2주간 갇혀 있어서 몸과 마음이 지쳤을까 봐 상담교사에게 미리 부탁해서 우리 반 학생들 대상으로 집단상담도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 잘 겪어 내었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2주일 간의 자가격리에서 풀려난 그 안도감과 해방감이란!!!
이렇게 생생하게 ‘자가격리’를 겪어내고 나니까 ‘자가격리’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자가격리 해제가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상황인지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완전한 자가격리 해제를 통보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경고한 지구와의 ‘자가격리’를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행동한 것은 아닌지요? 마스크 쓰고, 손 잘 씻고, 거리 두기만 잘하면 되는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것만 겨우 지켜내면 자가격리가 해제될 것이라고 안심한 게 판단 오류였나 봅니다. 더 많이 음식을 시켜먹고, 더 자주 물건을 배달시키고, 더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어 놓고, 더 많은 시간을 폰도, tv도 즐겼습니다. 이러다가는 자유로운 지구로 빨리 돌아갈 수가 없나 봅니다. 이런 일 말고 다른 일을 더 적극적으로 해 내어야 하나 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제는 지칠 겁니다. 우리를 이렇게 오래 감시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코로나가 전해준 자가격리 규칙이 무엇인지 얼른 알아듣고 잘 지켜낼 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을 보니까 도저히 이렇게는 자가격리를 해제해 주면 안 될 것 같나 봅니다. 대강 해제해 주었다가 남은 지구 수명까지 까먹을까 봐 그래서 이번에는 더 신중한가 봅니다.
지구와의 자가격리 기간이 무기한이 될까 봐 정말 두렵습니다. 우리가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자가격리 해제 통보만 눈 빠지게 기다려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혹시 해제되더라도 다시 자가격리될까 봐 걱정이 앞섭니다. 이번에는 정말이지 절대 불로소득 바라면 안 될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먼저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약속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확언을 바이러스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