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백신

희망을 말해줄 수 있을까?

by 엄마의 삶공부


“마스크 챙겼어?

“마스크 내리지 말아라.”


“손 씻었어?”

“손 소독은 했어?”


“너무 가까이 가지 말아라.”

"거리 두기 꼭 지켜라. “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거리두기'

코로나 터지고 나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이 세 마디 일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교사가 하루 종일 당부하는 말이 이 세 마디입니다. 엄마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소리도 이 세 마디입니다. 이제 자동으로 훈련되어서 기특하게도 마스크 쓰는 것도 손 씻는 것도 거리두기도 잘해 냅니다. 처음의 짠한 마음도 단련되니 무감각해졌습니다. 그래야 죄책감 덜 느끼고 아이들을 쳐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 무슨 희소식이라도 아이들에게 들려주어야 하는데 어떤 희망봉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게 제일로 크게 엄습하는 부모의 무기력함입니다.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거리두기 외에 정말 아무런 말도 해 줄 수 없는 것일까요?

그 너머에 다가올 세상에 대하여 누구라도 이 아이들에게 말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보다 더한 세상이 펼쳐지든 다시 좋아지든 아이들에게 이 세 단어 외에 뭔가 해 줄 말이 지금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부터 해 보기로 했습니다.




1. 힘들지? 답답하지? 귀찮지?


이런 상황들이 아이들에게 진짜 힘들까 봐 해 본 말입니다. 하루 종일 마스크 끼고 있으니까 밖에 나가 놀 수도 없으니까 정말 답답할 것 같아서 해 준 말입니다. 안 하던 일 덤으로 매일 반복해서 해야 해서 얼마나 귀찮을까 싶어서 해 주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진심을 담아서 해 주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수시로 이 말을 해 주었습니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무심하던 눈빛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에게로 사물에게로 눈짓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반항하던 눈빛이 순해졌습니다. 아이들의 행동도 순해졌습니다. 마지못해 하던 행동이 스스로 하는 행동으로 변화되어 갔습니다.


다음으로 진행해 보고 싶었습니다.



2. 불안하지? 무섭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니까, 앞으로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더 몰라서 갈수록 불안할 것 같아서 해 준 말이었습니다. 더한 일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정말 무서울 것 같아서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신기한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불안하던 눈빛이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불안해서 산만했나 봅니다. 산만하던 행동도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무서워하던 눈빛이 조금씩 힘을 찾아갔습니다. 눈동자도 또렷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눈을 제대로 뜨고 세상과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예전 거리로 밀착될 수는 없어도 예전처럼 평온한 마음으로 생활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조금 더 진도를 내어 보기로 했습니다.




3. 막막하지?


뭔가 해결책을 찾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좋은 발전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어떻게 찾아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마음을 읽어주고 싶었습니다. 해결책을 찾아주는 게 아니라 마음만 읽어주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참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되나요?"

“선생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뭔데요?”


아이들이 먼저 이 질문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아이들이 먼저 해결책을 찾으려 시도하더라고요.







이런 대화부터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역할을 부모가 해 주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스크 잘 끼라고, 손 꼭 씻어야 한다고, 거리두기는 필수라고 한결같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힘들지? 답답하지? 귀찮지?

불안하지 무섭지?

막막하지?


이런 대화부터 시작하면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거리두기는 자동으로 잘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외 무슨 일을 더 할 수 있는지? 스스로 해결책을 스스로 찾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찾은 작은 해결책들을 한 가지씩이라도 실천하며 생활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들과 놀았던 운동장을 더 이상 슬픈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접었던 꿈을 흘깃 보는 게 아니라 다시 정면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더라고요.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다시 놀 수 있는 날을 꿈꾸기 시작하더라고요.

혹시 그런 날이 오지 않더라도 또 다른 세상을 기대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친구들과 만나 공부할 수 있는 교실을 더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내 곁에 있는 친구들, 선생님을 더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심지어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을 더 소중하게 보살피게 되더라고요.





코로나로 우리 아이들은 갑자기 많은 것을 빼앗겼고 상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희망까지 빼앗기거나 스스로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내 자녀와 함께 희망을 찾아 한 발짝씩 나아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희망이 더 큰 희망을 품게 되는 계기가 되니까요.


마스크 쓰기 , 손 씻기, 거리두기만 강조하는 엄마여서는 절대 안 되겠습니다.

우리 가족을 이 몇 단어의 테두리 안에만 갇혀서 살게 해서는 정말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너머에 있는 작은 희망을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힘을 실어 주면 더 큰 희망은 아이들이 스스로 더 많이 더 잘 찾아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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