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아홉 번째,
대화를 나누고 나서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고,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놓치고 있던 건 사람이었다.
자아가 강해지는 것은 양날의 검이었다.
매일 배우려고,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면서 자아가 강해졌다. ‘나’에게 집중하려고 했으며 주체적으로 행동하려면 스스로 생각하고 결단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그런 굳건함은 고집이 되기도 했다. 내 가치관이 불편해 할 때, 타인을 바로잡으려 했다. 가르치려 했고 반박했다. 무지는 자만으로 이어졌고 자만은 말을 많이 하게 만들었다. 관계에서 중요한 건 내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삶의 큰 본질은 다른 사람과의 조화였다.
삶을 구성하는 커다란 부분은 다른 사람들 그 자체였다. 예전에는 다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은 내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존재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건 자만이자 무지였다. 관계에 있어서 진정 중요한 것은 매우 단순했다. 단순한 것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건 내가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도, 내 가치관에 동화시키는 일도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관계를 더 낫게 하는 것이었다.
대화를 할 때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다. 그저 말하기 위해서 대화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을 때 다 했다. 상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 상대가 바라보는 관점이 나와 다르다는 인지도 못했다. 그러나 삶에 있어 다른 사람의 중요성을 알고난 후부터는 대화할 때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추려 노력했다. 말하려 하기보다는 들으려 했다.
나의 내면을 다루는 방식과, 내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방식은 사뭇 달라야 했다.
갑자기 튀어나오려고 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참고 밖으로 내지 않는 게 더 나은 상황이 많았다. 듣기 위해서는 그래야 했다. 나와 상대방의 모든 것이 다르다고 인정하는 태도와, 나는 겸손할 수밖에 없다는 마인드는 내면의 목소리를 흘려보내고 그저 듣기에 도움이 되었다.
내가 명확하게 분석하고 따져야 할 때는 생각보다 드물었다.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건 사람이지, 내 자아의 표출이 아니었다. 좋은 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다정하게 듣는 태도이지 사소한 것 까지 바로 잡으려는 나의 욕심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나는 판단하지 않고 상대의 이해관계에서 바라보며 듣고자 한다.
내면의 목소리가 떠오를 때 흘려보내고, 상대의 이야기에 올라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