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열두 번째
나는 퇴보하는 것이 두렵다. 정체되는 것이 두렵다. 그래왔다.
그래서 제대로 쉬지 못했다. 놓지도 못했다. 잘 짜인 일상을 손에 꼭 쥔 채로, 정작 그 일상을 보내지 않았다. 요즘에는 능력을 계속 끄집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즐거웠던 일들이 즐겁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되니 능력을 쓸 수 없었다.
나로부터 도망치려고 했다.
생각을 멈추고 행동을 멈추었다. 처음에는 몸이 아파서 그런 줄 알았는데, 거의 다 나은 후에도 아픈 것 같았다. 문제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 있었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나에게 유익한 것이라는 말을 믿었는데, 이번에는 의문이 들었다. 정말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게 유익한 것인가? 그렇다면 누워서 넷플릭스만 보고 있는 이런 일상은 어떻게 유익한 거지? 내가 휴식이 필요한 상태인 것일까?
행동이 잘 행해질 때는 행동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 못한다.
삶에는 관성과 같은 원리가 있어서 잘 나아가고 있으면 내일도 잘 나아갈 수 있지만 멈춰있으면 다시 나아가는데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라서 한 번씩 멈추어 쉬어야 하게 마련이라, 그 후에 다시 나아가려 할 때 힘들다. 어쩌면 나아간다는 관념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 수도 있다. 삶은 자연의 법칙처럼 순환한다는 걸 인지해도 조금 마음이 괜찮아질 수 있다. 하지만 한창 나아가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자아를 키우고 실현하고 목표를 성취하려는 욕구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항상 변화하고 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려면 번데기의 시기를 겪어야 한다. 번데기는 애벌레보다 무능력하다. 먹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한다. 하지만 번데기 시기가 끝나면 아예 다른 생물로 재탄생해버리는 것 같다. 인생에는 많은 자연법칙과 결이 비슷한 원리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기에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불고, 피고 지며, 흐르는 물결처럼 사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삶일 테다.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