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배움
줄곧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외면해 왔던 일을 시작했다.
나는 쉽게 깊게 빠진다. 그 일이 너무 재미있고 잘 진행되어서 책 읽는 일에 소홀해질 만큼 그 일에 시간을 쏟았다. 그 일에 있어서 나의 성장이 눈으로 보여서 더 몰두하게 되었다. 분명 나는 그 일을 하면서 열심히 하루를 보냈다. 눈으로 보이는 매일의 성장은 나름 뿌듯했다. 하루는 평화로웠고 나는 바쁘게 움직였지만 느긋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 순조로움 속에서 배울 점이 도무지 보이지가 않았다.
아무리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봐도, 주변을 살펴봐도 하루의 끝에서 오늘 내가 배운 것이 떠오르질 않았다. 분명 전에는 매일 배울 것이 많이 보였는데, 하나는 꼭 보였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나의 배움은 멈추었다. 나는 더 나아지고 있었나? 새로 시작한 일에 있어서는 분명히 성장했지만 내 영혼은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과 함께 사사로운 괴로움들도 조금씩 커졌다.
다시 책을 읽었다.
나는 무언가를 모르고 있었다. 다시 배워야 했다. 책을 읽다가 내가 잊고 있던 가장 중요한 것이 떠오르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인데 오만함에 가려져있던 것.
평생을 바쳐 행동으로 익혀야 할 덕목은 겸손이었다. 아무도 탓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동일한 본질을 아는 것, 거짓된 자아를 내려놓는 일을 잊고 있었다. 겸손하기 위해 노력하던 나는 모순적이게도 스스로를 겸손하다고 생각해서 겸손에 소홀해졌다.
겸손이 떠오르고 다시 나는 한없이 작아질 수 있었다.
다시 배울 수 있었다. 겸손을 잊어서 무언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겸손하지 않아서 허황된 판단을 하고 함부로 말을 뱉고 있었다. 배움과 덕목은 겸손하지 못한 태도로는 깨달을 수가 없었다. 본성과 격정을 포기하는 일은 가려져있던 삶의 지고한 차원을 드러내보였다. 무엇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깨우친 점은 겸손은 도달하는 경지가 아니라 영원한 도야라는 것이다. 나는 애써야 한다. 오만함에 속지 않기 위해 매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