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없다. 나는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안일하게도 이를 알고 있으니까 이런 자세로 살고 있다고 믿었나 보다.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종종 “나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지인이 책을 추천했다.
아주 유명한 책이었지만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이었다. 나는 그 책의 대략적인 내용과 그에 대해 사람들이 논하는 점 정도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그것마저도 명확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그 책을 편견으로 바라보고 있는 줄 몰랐다. 읽어보고 나서야 그러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 책의 내용은 내 예상과 다른 내용, 더구나 지금 내게 필요한 내용이었다. 그저 그 책이 유명했기 때문에 읽어보지도 않은 채로 내용을 어림 짐작하는 위험을 범하고 있었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사람도 섣불리 판단하고 있었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 가까운 사람들은 섣불리 판단하기가 쉽다. 내가 그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그 판단은 부정적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본성적으로 자신을 지키려면 그런 방향이 되기 십상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지 않은가. 인간의 깊이란 그런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내 삶이 5분짜리로 요약될 수 없다는 건 다른 모두도 똑같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음을 열어 놓는 일은 연습이 필요하다.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않고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일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일이다. 매 순간에, 삶 전반에 걸쳐서 말이다. 열린 마음에 익숙해지기 위한 연습을 하는 중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