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의 기도

by Isen

한 인간이 신에게 말했다. "신이시여, 듣기 싫은 소리가 너무 많습니다."

신은 그의 청각을 없애고 그에게서 '듣다'라는 개념을 잊게 했다.


얼마 후 그는 다시 말했다. "신이시여, 보기 싫은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신은 그의 시각을 없애고 그에게서 '보다'라는 개념을 잊게 했다.


그는 또 말했다. "신이시여, 불쾌한 냄새들이 만연합니다. 그리고 코가 막혀 힘듭니다."

신은 그의 후각과 ‘맡다’라는 개념을 잊게 했다.


한동안 그는 배고플 때 입을 벌리고, 누군가가 먹여주는 음식을 먹으며 살았다.

그는 주위의 무언가를 만지며 시간을 보냈다.


얼마 후 그는 또 말했다. "신이시여, 매일 같은 맛의 음식만 먹으니 질립니다."

신은 그에게서 미각을 없애고, "먹다"라는 개념을 지워버렸다. 먹지 않아도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그에게는 주변의 사물과 자신의 몸, 그리고 앉아있다는 감각만이 남았다.

"신이시여, 계속 앉아만 있으니 지루합니다."

신은 그에게서 촉각마저 거두었다. 그러면서 호흡 없이도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그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그는 이제 오감이 없다. 오감의 개념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신은 오감으로 이루어진 기억을 남겨둔 채 감각만을 거둘 경우 종국에는 그가 괴로워질 것을 알았기에, 오감의 기억과 개념을 오묘하게 함께 지워냈다. 신은 괴로움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그의 기도를 들어주었다.


그는 오감의 개념이 없어 어떤 단어도, 장면도, 그 무엇도 떠올릴 수 없었다. 글자나 장면은 어디까지나 오감으로 받아들인 것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표현한 것. 오감 없이 생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개념이었다. ‘개념’이라는 단어 자체도 그러하다. 그에게는 느낌만이 있었다. 그는 그저 자신을 느꼈다. 하지만 이 느낌은 결코 인간이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가능한 묘사는 "~은 아니다"의 형태뿐이었다. 이를테면 밝지도 어둡지도 않으며, 시끄럽지도 고요하지도 않다. 넓지도 좁지도 않다.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존재라는 말조차 쓸 수 없다. 그곳('그곳'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을 묘사하려면 새로운 단어가 필요하지만, 단어란 인간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이해한 무언가에 붙일 수 있는 이름이므로 언어로는 묘사할 수 없다. 문자 체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묘사되어야 하겠지만, 그 체계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그가 느끼는 바를 알고 싶어 애썼지만 절대 알 수 없었다. 발버둥 쳐도 제자리걸음일 뿐이었다.

"인간은 알고자 하는데, 그는 어떤 욕망도 호기심도 없다는 점에서 자유로울까?" 그러나 그에게는 자유라는 개념조차 없다.

"그는 인간인가?" 겉보기에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인간이라 느끼지 않는다. 자신을 그 어떤 무언가로도 느끼지 않는다. 혹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로 자신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인가?" 알 수 없다. 그는 그저 그일 뿐이다. 이것 말고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는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까? 인간보다 많이 알게 되었을까? 인간보다 능력이 줄었는데 더 많이 안다는 것은 모순되지 않을까?"



이처럼 인간들은 그에 대해 논했다.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기 위함이라는 명목으로 형상이 없는 것에 형상을 덧씌워, 이름이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가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애썼다. 그것을 즐겼다. 웃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면서. 그것에 대해 말하는 동안 그들은 어딘가에 도달하려 했고 자신을 지키려 했다. 그 몸부림을 보란 듯 드러내기도 하고 또 숨겨가면서. 하지만 말이 오가고 생각에 빠질수록 오히려 그에게서 멀어져 갔다. 사람들은 결국 자신들이 인식한 세상의 패턴과 한정된 단어들에 갇혀서, 지구가 도는 것처럼 제자리를 맴돌며, 그를 주제로 삼아 생각 놀이를 할 수 있을 뿐이었다.


...


어쩌면 나는 내가 도달하고픈 곳이 어딘지 모른 채 발을 구르고 있나. 혹은 그곳이 그저 언어의 잔치판이므로 이미 내가 서있는 이곳일 것이다.


이런 언어의 함정과 사고의 한계에 빠져서 자신을 잊고 있을 때 그 기도자는 무한의 시공간, 혹은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곳에서 유영하고 있을까. 아무것도 아닌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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