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웃음

by Isen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불현듯 굳어있는 내 얼굴이 느껴졌다.

그때 나는 얼굴의 모든 부분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모습, 눈코입이 모두 중력으로 인해 아래로 향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만약 그 순간 누군가가 내 앞에 불쑥 거울을 들이밀었다면 꽤 놀랐을 것이다. 언제부터 이런 표정으로 살았던가? 딱딱하게 굳은 그 표정은 화나 보이기도, 피곤해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때 머릿속에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떠올랐다. 보통 내가 기억하는 나의 어릴 적 생김새는 아버지께서 찍어주신 사진 속의 모습이다. 옛날 사진을 보면 나는 거의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면 난 항상 눈웃음을 지었다. 웃으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내가 했던 최선은 눈웃음이었다. 그걸 눈웃음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던 나는 그저 그렇게 웃곤 했다. 어쩌면 눈을 살짝 찡그리기만 해도 되는 그런 웃음이라서 어린 내가 수시로 짓기 편했으리라. 나는 나의 굳어있는 얼굴을 인지한 순간에, 부드러운 붓이 지나간 자리 같은 그 눈웃음이 내 얼굴에서 사라진 지 꽤 오래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 눈웃음을 지어보려고 했다. 거울을 보고 예전의 웃음을 떠올리며 광대와 볼을 위로 움직여 보려 했다. 광대를 살짝 올리니 자연스레 눈이 반쯤 감겼다. 그렇지만 예전의 새싹 같은 미소는 보일 듯 말 듯했다. 몇 초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 내 양 광대는 벌써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무거운 기구로 운동을 할 때 몸이 떨리는 것처럼 웃음을 짓는데 볼이 떨렸다. 내가 그간 얼굴 근육을 꽤 쓰지 않았구나 싶었다. 웃을 일이 없었나 하는 생각으로 적적해지기 전에 그냥 웃어보았다. 몇 분 동안 책상 앞에서 눈웃음을 지으며 할 일을 했다. 파르르 떨리는 광대에도 나는 오히려 그 떨림이 이상하게도 좋았다.

그렇게 몇 분 후이 지난 후에, 거울 앞에 가서 내 얼굴을 보니 거짓말처럼 어딘가 환해져 있었다. 움츠러있던 생기가 다시 조금 피어난 듯했다. 얼굴이 좀 나아져 보여서 그랬는지 기분도 조금 좋았다.

어머니께서 언젠가 내게 해주셨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장난치기도 좋아하고 많이 웃던 아이였다고, 그러니까 그 웃음을 잃지 말라고. 그래서 요즘, 괜히 웃어본다. 아무 일 없어도 먼저 웃어본다. 이렇게 지내니까 삶이 좀 더 나아진 것 같다.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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