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지 마, 엄마랑 같이 가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by 읽는인간
たたく【叩く・敲く】
《五他》

1
손이나 도구를 이용해 치다. 또는, 계속해서, 혹은 몇 번이고 치다.
쳐서 소리를 내다.
세게 치다.
기세 좋게 맞다.

2
생선 따위를 칼로 치대어 잘게 다져 부드럽게 하는 것.

3
때리다. (비유적으로) 공격하다.




‘엄마, 아기 자?’

‘엄마, 내가 아기 우유 먹여봐도 돼?’

‘엄마, 내가 아기랑 놀아줄게.’

'엄마, 아기는 언제쯤 나랑 놀 수 있을까?


입으로는 엄마를 부르면서 마음은 온통 태어난 아기를 향해있는 아이. 한 해 두 해 키가 쑥쑥 자랄 때마다 주변 어른들이 '아이구~ 다 컸다, 언니 다 됐네!' 하는 인사를 건네면 '나는 아직 언니 아닌데...'라고 늘 조그맣게 말했던 아이. 그런 아이가 어느덧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곧 있으면 7살이 된다. 그리고, 지난겨울 동생이 태어난 덕에 명실공히 진짜 언니가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금방 같이 놀아주고, 웃어줄 줄 알았는데, 어른들은 ‘안돼’, ‘위험해’를 달고 살고, 꼬옥 안아주면 안아줄수록 작고 소중한 아기는 온몸을 비틀며 싫다고 징징거린다. 모든 게 내 맘 같지 않고 외로운 아이는 심술이 나서 그만 아끼고 사랑하는 동생의 머리를 꽁! 쥐어박는다.


“그러면 안돼! 사람을 때리면 안 되지.”


알고는 있지만, 마음은 몰라주고 화부터 내는 엄마의 꾸지람에 그만, 서러운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으앙~~~ 내가 안 그랬어. 안 그랬다고!”


“엄마가 지금 봤는데?”


“아니야, 때린 거 아니야. 때리려고 한 건 아니라구”


“흐음… 때리려고 했던 건 아니야? 마음은 때리려고 한 게 아닌데 손이 세게 나간 거야?”


“… (여전히 훌쩍이며) 맞아, 그런 거야.”


“… 그래. 때리려고 한 건 아니라는 말은 엄마가 잘 알겠어. 그런데, 어떤 경우라도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되는 거야. 지금 유이나가 한 행동은 마음은 그게 아니었지만 사람을 때린 게 되는 거야. 싫은 마음을 내색할 순 있어도 손이 나가선 안돼. 그 대신 말로 하자, 우리. 큰 소리로 외쳐도 되니까. 때리는 것보다는 그게 나아.”


“…“


“엄마가 한 말 알겠어?”


“…응”


고개를 떨구는 아이.

혼을 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마음은 앞서고, 그만큼 따라주지 않는 상황 앞에서 화가 나고 조급 해지는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마음을 푸는 방법을 모르는 건 어른이 되어도 여전한데. 나보다 아이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대한 건 아닌지.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


그렇게 우리 사이엔 오랜 침묵이 흐른다.

하지만 언제나 먼저 다가오는 건, 아이다. 아이가 어른이다.


“엄마, 근데 …“


“응”


“때린다는 말은 왜 있는 거야?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며. 그럼 처음부터 ‘때린다’는 말이 없으면 되잖아.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왜 그런 말이 있어? 그런 말이 있는 건 때리는 게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음… 그건 말이지…”


손 때 묻지 않은 아이의 질문에 머릿속이 빙글빙글 돈다. 이 중요한 순간에 아이에게 어떤 대답으로 마주해야 할까. 아이는 언제나 나보다 앞선다. 오늘도 한 발 늦은 나는 초초하게 말을 찾는다.


“어느 때에는 ‘세게 두드리는 행위’가 필요할 때도 있는 거야. 할아버지처럼 취미로 드럼을 친다거나(ドラム を叩く), 유이나가 좋아하는 전갱이 다진 것(アジのたたき)이나, 즐거워서 손뼉을 세게 칠 수도(手を叩く) 있고, 속상해서 가슴을 칠 수도(胸を叩く) 있지. 그렇지만 사람에게 쓰는 단어는 아니야. 어떤 경우라도, 사람을 때려선 안 되는 거야. 알았지?”


반짝! 쑤~욱.

아이가 한 뼘 자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럴 땐 우리 약속을 하자. 금방은 안되더라도, 익숙해질 때까지. 처음은 큰 소리로 해도 되니까, 꼭 말로 이야기하기. 유이나도 아기를 때리고 싶었던 건 아니지? 유이나의 마음은 ‘아기야, 언니랑 같이 놀자’ 였는데, 아기가 마음처럼 안 따라주니까 속상했던 거잖아. 그렇지?”


“응”


“그럼 다음부턴 엄마한테 와서, 아가랑 놀고 싶은데 내 말도 못 알아듣고 속상해, 하고 말하면 어때?”


“아니 아니. 그것보다, 아가는 아직 어리니까 원래 내 말을 못 알아들어. 잘 가르쳐 주면 되지.”


그 사이 벌써 너만의 답을 찾았네. 기특하다.

언제나 엄마의 마음보다 백 보, 이백 보 껑충 앞으로 내딛는 너의 발자국. 늘 마음처럼 되진 않겠지만, 그 방향을 향해 있다면 엄마는 안심이야.




그로부터 며칠 뒤.

우리는 한 권의 책을 만났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책 읽는 곰

(원제: I Talk Like a River / 일본어판 제목: ぼくは川のように話す)

캐나다 시인 조던 스콧 자전적 이야기에 기반한 말을 더듬이 소년의 이야기.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입 안을 맴돌고, 마음 같이 뱉어지지 않는 말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에, 주위의 반응에 더욱더 움츠러드는 아이. 그렇게 아이는 마음속에 품은 말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런 아이에게. 아빠는 말하지 않는 것으로 말을 건넨다. 그리고 보여준다. 눈앞의 강물을. 바다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가지만, 굽이치고 부딪히며 소용돌이치면서 부서지는, 진짜 강물을.


思いどおりに、ことばがでてこないときは、
どうどうとした、この川を思いうかべよう。
あわだって、なみをうち、うずをまいて、くだけている川を。

ぼくは話す、川のように。

_『ぼくは川のように話す』ジョーダン・スコット 文、シドニー・スミス 絵、原田勝 訳 / 偕成社

*일본어 표기는 원문을 살림


마지막 한 줄을 읽고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조금 긴 작가의 말을 들려주었다.

少し注意して、自分の話ぶりに耳を傾けてみてください。どう聞こえますか?話す感覚に意識を集中すると、なにが起きるでしょう?言葉はあなたの体のどこにあると感じますか?ことばを切ったり、ためらったりせずに話していますか?つかえたり、言葉をわすれたり、そもそも、なんと言ったらいいかわからなかったりしませんか?ときには、話すことをさけていませんか?まったく口を聞きたくないときがあるのではないですか?

주의를 기울여,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어떻게 들리나요? 말하는 감각에 의식을 집중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 말은 당신의 어디에 있다고 느끼나요? 말을 끊거나, 주저하지 않고 말하고 있나요? 막히거나, 단어를 잊어버리거나, 애초에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지는 않나요? 때로는 말하는 것을 피하진 않나요? 전혀 말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진 않나요?

*일본어판을 기준으로 번역한 내용이라 한국어판 원문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생각에 잠긴다.

이번엔 내가 먼저 묻는다.


“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음 … 다정하게 말할 땐 가슴에서 나와. 학교에서 말할 땐 머리에서 나오고!”


아이는 자신의 몸에 집중하며 말한다.


“그럼 화가 날 땐 어디서 나오는 걸까?”


“배에서 입으로 툭! 튀어나와”


“아하하하하하!!! 배에서 입으로 한 번에 툭! 튀어나오는구나!!”


아이고 배야. 깔깔깔깔.


“배에서 가슴, 머리까지 거쳐서 나오면 조금 부드러워질 텐데… 그치? 사실 엄마도 그게 잘 안돼. 우리 같이 노력해 보자. 위험할 땐 우리 서로 암호를 보내서 서로한테 알려주는 건 어떨까? 어, 지금 화낼 거 같다 싶으면 ‘배꼽!’ 이렇게”


“그럼, 엄마 지금은 찌찌!”


“찌찌는 뭐야”


“가슴! 지금 한 말은 가슴에서 나온 말이니까 찌찌!”


“어우야 ~ 그건 암호로 쓰긴 좀 그렇다.”


“그럼 우유!(ミルク) 할까?”


“아이참~ 그것도 별로야. 다시 다시. 딴 거 딴 거!!”


아하하하하 ….


모든 우리 안에는 말 더듬이가 산다. 그건 입에 있을 수도, 머리에 있을 수도, 가슴에 있을 수도 있지. 어쩌면 장소를 옮겨가며 우리를 더 움츠러들게 할지도 몰라. 그래도 우리 한 번 잘해보자. 내 안에 집중해서. 그 말이 어디서 나오는지, 어디를 거쳐야 하는지. 길을 잃을 때가 더 많겠지만, 더 늦기 전에 지도도 펼쳐보고 도란도란 상의도 하면서. 그렇게 마주 보자.


지금 건, 찌찌.

알지?




도서정보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조던 스콧 글/시드니 스미스 그림/김지은 역 |

책읽는곰 | 2021년 01월 15일 | 원제 : I Talk Like a River

http://www.yes24.com/Product/Goods/96788888


ぼくは川のように話す ジョーダン・スコット 文、シドニー・スミス 絵、原田勝 訳 / 偕成社

https://www.kaiseisha.co.jp/books/97840342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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