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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는인간 Jan 20. 2023

난 그대의 지.영.이!

시간이 빚어낸 에세이,『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 _배지영


군산은 배지영!
오징어 아니고 배지영!


쓰다 보면 보이는 것들의 베스트 군침 리뷰상에 빛나는 주머니님께서 느낌표를 아끼지 않으며 추천하시기에 기회가 있으면 작가님의 책을 읽어봐야지 벼르던 참이었다. 바다 건너 종이책이 건너오기에는 시일이 필요하니 급한 마음을 달래고자 밀리의 서재의 검색창에 작가님의 이름 석자를 검색해 본다.


‘배…지…영…’


그런데 세상에. 사람이 딱 자기 그릇만큼만 보인다고, 작가님이라 하셔서 책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여러 권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딸랑 책 한 권 낸 사람과 작가로 사는 사람은 이만치 다르구나 … 생각하며 밀리가 아닌 인터넷 서점에서 다시 경건하게 이름을 검색하니 에세이, 인터뷰, 인문지리서, 아동문학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좌르륵. 한 페이지를 넘겼다.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자를 몰라뵈면 어쩌자는 말이냐...)


어떤 책을 가장 먼저 읽어볼까 고민하다 두 권으로 추렸다. 『대한민국 도슨트 07 군산』과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 왜였을까? 글쓰기 책도 있고, 레시피를 베이스로 한 에세이도 있고, 최신작인 어린이 동화도 있었는데 왜 이 두 권을 최종 후보로 꼽았을까. 지금에 와 복기해 보면 그건 아마 직감적으로 책 보다 그 사람을 먼저 알고 싶은 마음에서였을지 모른다.


‘당신들의 지영이’라는 것으로 봐서 82년생 지영이의 배지영 작가 버전이시려나? 그렇담 같이 화낼 준비 하고 읽어야겠다 마음먹었는데 웬걸… 복병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내 선택은 틀렸다. 작가님의 첫 책으로 이 책을 고르면 안 되는 거였다. 프롤로그부터 사람 울리는 책인 줄 알았으면 벌건 대낮에 열어보지 않았을 거다. 화장 지워지니까.


가라앉았던 감정이 휘저어졌다. 왜 아닐까. 나에게도 평생을 돈 복 보단 일 복이 넘쳐 지금도 낮밤이 바뀌는 퐁당퐁당 퐁당당 스케줄을 소화해 내는 친정 엄마와, 매일매일 지지고 볶으면서 틈만 나면 전래 동화처럼 내가 모르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일본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시는 시어머니가 있는데 말이다. 그걸 받아 적기만 해도 책 한 권은 쓰겠다며 매번 우스갯소리를 했었는데 작가님은 정말로 쓰신 거다. 무려 20년이라는 세월을 받아 적어 가면서.


내가 자라서 밥벌이를 하고, 아이들을 기르고, 여행할 수 있는 것은 온전한 내 힘이 아니다. 그 옛날에 12개월 할부로 책을 들여놔 주고, 시골에 살면서도 대도시의 동물원에 데려가주고, 바리바리 먹을거리들을 싸서 해수욕장에 같이 다닌 부모님이 있었다. 나이 들어 셋집에 살면서도 허영심과 유머를 잃지 않은 당신들이 나를 이루어주었다.
  
p.56 <허영심과 유머를 잃지 않는 삶> 중에서


‘어머니 잘 계시지?’
 무슨 대답이 돌아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안부 인사에 책 한 권으로 대답하신 작가님. 덕분에 나는 페이지를 넘기 때마다 잘 나가는 프리랜서 굴비 작업자이자 대야에 동그랑땡 만드는 사람. 나물은 한 달치, 김치는 100 포기가 기본인 조금자 씨를 알아간다.  


아버지를 보면 대개 첫눈에 반한다. 나도 맨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나던 날이 생생하다. 아버지는 부엌에서 음식을 하고 계시다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야야, 우리는 이렇게 산다”라고 했다. 내 결혼식에 온 친구들도 아버지가 노래하면서 웃는 모습을 아직까지 기억한다. 아버지는 모든 일을 허허 웃으면서 시작한다.

p.110 <아버지 팔순, ‘블록버스터’급 마을 잔치> 중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수리산 아버지 강호병 씨가 부엌에서 허허 웃는 모습을 그려보며, 나도 16년 전 처음 시댁에 인사드리러 간 날 남편보다 시어머니가 좋아 결혼을 결심했던 그날을 떠올려 본다. 주변을 밝게 하라고 붙여진 태양의 양자(陽子) 요코상. 이름 덕을 보았는지 어디를 가나 누구에게나 편하게 말을 걸고 그 자리에서 친구를 맺는 햇살 같은 사람이다.


코 흘리개 둘째가 라무네(설탕 과자)를 찾으면 나무라기는 커녕 저 만할 때 당신도 그게 그렇게 좋았다며 그 옛날 라무네가 하나에 얼마였으며, 그걸 먹고 싶어 몰래 병을 가져다 판 이야기나 일주일을 모아 딸기잼 빵 하나 사 먹은 이야기를 묻는 이 없어도 줄줄줄 읊는다.


근데 나는 쓰지 못했다.  글로 담아내지 못하고 기록하지 못한 것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그 말을 뱉는 엄마의, 시어머니의 눈빛이 어땠는지 잔주름이 얼마나 파였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20년에 걸쳐 써 내려간 작가님의 글이 고마웠다. 단맛 짠맛이 다 들어있어 두고두고 입 안을 오물거리에 만드는 여운이 있는 글이었다.


“저희 지금 갈게요”
이 짧은 문장의 뜻은 세월이 흐르면서 달라졌다. 처음에는 ‘밥 안 먹고 가니까 밥 차려주세요’였다. 아버지가 투병하면서부터는 ‘같이 나가서 외식하고 바람 쐬러 갈 거니까 외출 준비 하세요.’였다. 아버지가 더 많이 아프고 어머니의 거동이 불편해지면서는 ‘장 봐서 갈 거예요. 맛있는 음식 해드릴게요’로 바뀌었다.

p.122 <아버지에게 들은 마지막 막>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글로 썼으면 좋겠다. 나처럼 마음에만 담아 두고 있었다면 더더욱.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뿌리를 땅 끝까지 파 내려가 나중에 하려고 했던 그 말.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더 늦기 전에 당신이 나의 역사였다는 그 말을 더 미루지 않고 지금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덧.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스스로 말미암아 마케팅에 뛰어들게 될 것이다.




https://brunch.co.kr/@okbjy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86403

https://www.instagram.com/p/Cnnu5B0v0Sc/

지금 배지영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에서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을 받고+선물할 수 있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이벤트 공지가 올라온 것은 천운인가!) 관심있는 분들은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으로!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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