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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는인간 Sep 06. 2019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가슴을 위하여『동급생』

프레드 울만 [동급생]

당신은, 타인에 아픔에 울어 줄 수 있는 가슴을 가졌는가?


나는 수천 명을 빨아들인 지진, 마을들을 묻어 버린 불타는 용암의 흐름, 섬들을 삼켜 버린 대양의 파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었다. 황하가 범람해 백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거나 2백만 명이 양쯔 강에서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도 있었다. 수많은 군인들이 베르디의 전투에서 전사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저 추상적인 이야기 ㅡ 숫자, 통계, 정보였다. 한 사람이 백만 명을 위해 고통스러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 수명의 아이들, 내가 알고 있었고 내 눈으로 보았던 그 아이들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그 아이들이 무슨 짓을 했기에, 그 가여운 어머니와 아버지가 무슨. 짓을 했기에 그런 일을 당해야 했을까?

<<동급생>> -프레드 울만


국제 정세가 흉흉한 이 시기에, 왜 하필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8월 15일 광복절을 몇 일 앞둔 어느 날, 프렌드 울만의 동급생을 읽었다.


소설 [동급생]은 2차세계대전 당시 일어난 홀로코스트라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여느 작품이나 다큐들과는 달리 잔혹한 악행의 면면을 일일이 서술하지 않고도 짜임새 있는 구조로 그 잔인함과 충격을 고스란히 전달 해 준다.



결말이 가까워지는 마지막 2개의 장에서 3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 묘사도, 사건의 아픔을 미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결말을 극대화 하는 장치로 작용하는 것을 보고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하며 동시에 [마지막 한 줄]에 참아왔던 눈물이 터졌다.


이유를 명쾌히 설명할 순 없지만, 평소에도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 등을 찾아보는 편인데, 그 이유를 짐작해보면, 너무나도 명백하고 잔인한 현실 앞에서 신랄하게 드러나는 인간 본성에 관한 회의감, 그리고 그 속에서도 피어오르는 숭고함의 대비가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성하는 독일, 외면하는 일본 그리고 ...


부조리하고 파괴적인 역사적 현실을 그린 작품들을 보며, [반성하는 독일, 외면하는 일본]이 너무도 대비되어 보일 때가 많았다. (꿈과 현실의 거리감이 비교적 덜 느껴졌던) 어린 시절에는 내가 그걸 바로 잡겠노라 두 주먹 불끈 쥐며 뭐라도 할 기세였던 때도 있었지만, 이상과 거리를 한참 둔 지금은 요즘같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이슈가 터지면 시시비비를 가리는 뉴스를 찾아 보는 것이 전부인 정의감 ... 


고통의 세월을 고스란히 겪은 사람만이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그 아픔의 깊이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동급생의 마지막 결말을 읽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건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이 아직 남아 있기에... 그게 바로 문학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미비하겠지만, 소녀상의 아픔에 동감한 퍼포먼스가 SNS를 통해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기 일본에서도 연일 한국과의 긴장 관계와 북한의 도발을 보도하고 있다. 


8.15 (우리에겐 광복이자 그들에겐) 종전기념일이 다가오면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감행한 미군의 끔찍한 참상을 그린 특집 다큐도 방송중이다. 


원폭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절규만큼이나, 전쟁의 피해를 온 몸으로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게 정치의 문법으론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NHK뉴스에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나오는 것만 봐도, 한일 갈등을 짐작하고 [난 한국사람 아니야, 일본 사람이야]라고 하는 우리 아이에게... 깜박이는 두 눈을 바라보며 앞으로 설명해 주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지만... 나 또한 정답을 알고 있지 않기에 ...


엄마로써 유일하게 해 줄 수 있는 건,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 즈음에 [동급생]과 같은 책을 읽으며 다른 이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는 감수성을 잃지 않게 해 주는 것. 그리하여 -그게 무엇이든-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진실에 가까워지는 방법을 알게 하는 것. 정도가 아닐지.


cover photo by. 읽는인간 @ishigak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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