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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는인간 Sep 10. 2019

태풍이 지나간 자리

[자연이 보내는 손익 계산서] 토니 주니퍼

태풍 15호 링링의 피해가 엄청나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 도쿄를 포함해서 수도권의 교통은 마비가 되었고, 텔레비전과 인터넷 뉴스에선 태풍 피해를 보도하는 기사들이 앞다투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비단, 화면 너머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하고 있는 스튜디오의 피해도 상당해서, 부서진 문짝과 쓰러진 나무, 유리창을 깨고 들어온 빗물 때문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


양식장의 그물은 찢어지고, 과수원의 나무는 뿌리째 뽑혀 나갔다. 교통마비로 도시 생활자들이 받은 피해까지 포함하여 태풍의 후유증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이렇듯 자연은 우리에게 가끔 가혹한 시련을 내린다.


여기서 생태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로서 '지구의 친구들'이라는 환경보호 단체 사무총장을 지낸 토니 주니퍼는 자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책 ‘자연이 보낸 손익 계산서’라는 책을 통해 인간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태풍이 지나간 후,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한 것들을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상쾌한 공기 한 숨의 가격은?

흙 한 줌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자연은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토양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기적, 우리가 원치 않는 해충을 제거해주는 포식자 군단, 깨끗한 물을 계속 채워주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 우리의 식량과 제약 산업을 뒷받침하는 유전자 암호, 홍수를 예방해주는 산호초와 맹그로브 숲 등. 자연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가치는 연간 100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GDP의 거의 2배에 이르는 액수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무한정 공짜라고 생각하면서 너무도 당연하게 여긴다. 이 책의 저자 토니 주니퍼는 자연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는지, 그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강조하기 위해 자연의 가치를 구체적인 화폐 가치로 환산해낸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자연에 기대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일깨워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삶과 자연과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달라질 것이다.

<<자연이 보내는 손익 계산서>> 토니 주니퍼 지음, 갈라파고스, 출판사 서평 중에서


토니 주니퍼는 이처럼 자연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는지, 그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강조하면서 오히려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도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우리 모두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구는 여전히 일하고 있으며 우리가 희망하기만 한다면 지구는 일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자연이 우리에게 해 준 것이 뭐냐고?

토니 주니퍼는 먼저 햇볕, 물, 토양, 공기 같은 생명의 근원이 되는 근본적 요소에 주목하며, 그것이 어떻게 자연과 인간의 삶을 돌아가게 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설명해준다. 인간은 그동안 이러한 근본적 요소를 더 하찮게 대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로 인해 지금의 생태적 위기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저자는 최근에 자주 발생하는 여러 자연재해에 주목한다. 수많은 자연재해들이 인간에 의해 피해가 증폭됨으로써 인재의 성격도 갖는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자연이 보내는 손익 계산서>> 토니 주니퍼 지음, 갈라파고스, 출판사 서평 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숲 길 산책. 이 또한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한 시간.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이처럼 자연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는지, 그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강조하면서 오히려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도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그로 인해 자칫 환경 문제에 대한 틀에 박힌 해석에 식상한 사람들이나 부정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에서 생태적 인식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즉 자연과 지구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사람들과 나머지 생명에 이로운 쪽으로 자연을 무한정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의 결정이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자연을 가꾸고 보살피며 자연자산을 아껴야 한다. 자연 체계가 그 기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손대지 않는 방향으로 식량을 생산하고 도시를 개발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무엇보다도 자연은 경제와 별개가 아니라는, 자연은 성장의 걸림돌이 아니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구는 여전히 일하고 있으며 우리가 희망하기만 한다면 지구는 일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자연이 보내는 손익 계산서>> 토니 주니퍼 지음, 갈라파고스


오늘 하루 내가 자연에게서 빌려 쓴 것들이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아침을 깨우는 햇살과 커튼을 젖히고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내 몸 구석구석을 깨우는 한 잔의 물과 하루의 일과를 든든하게 시작할 수 있는 따듯한 밥 한 공기.


태풍으로 마비된 지하철 때문에 출근 시간은 놓쳤지만, 덕분에 아이와 충분한 아침 시간을 가졌고, 집 근처 카페에 마주 앉아 남편과 함께 따로 또 같이 했던 업무시간이나, 사내 커플은 이런 건가, 하고 대리 만족했던 소소한 점심식사까지... 모두 자연이 내게 준 감사한 깜짝 선물이 되었다.


남편과의 식사는 어김없이 라멘 한 그릇. 이젠 딴거 먹자고 하면 섭섭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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