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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는인간 Sep 06. 2019

나는 요리를 잘하는 엄마가 아닙니다

완벽한 엄마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일본 동요에 이런 노래가 있다.



お母さん (엄마~)


な〜に (왜~?)


お母さんっていい匂い (엄마는 좋은 냄새가 나요)


お料理していた匂いでしょう。卵焼きの匂いでしょう。


(요리하는 냄새이지요. 계란말이 냄새이지요)


- 일본 동요 お母さん(엄마)



2절은 요리 대신 빨래하는 엄마의 냄새를 그린 가사다.


요리와 빨래뿐이랴.

엄마를 정의 내리는 기준은 넘치고 흐른다.


지금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서 육아, 교육 코너를 5분만 둘러보면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한 To do 리스트가 300개는 나올 것이다.


먹이는 것 하나, 입히는 것 하나, 재우고 깨우고 가르치는 것 모두 완벽한 엄마가 갖춰야 할 기술들이다.


요리와 빨래로 대표되는 이 동요를 우리 아이는 계란말이나 세제 냄새가 아니라 화장하는 냄새라고 개사해서 흥얼거렸다. 일주일에 월화수목금 (때로는) 토일도 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화장대에 앉아 뭔가를 찍어 바르는 엄마의 모습이 익숙하니 그럴 만도 하다.


세상이 요구하는 좋은 엄마,


완벽한 엄마의 기준에 한 없이 미달되는 나 자신을 바라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는 것,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것이 왜 엄마라는 필터를 끼우는 순간 욕심이고, 이기적이고, 죄책감이 되어 돌아오는 것일까.


보육원 선생님과 매일 주고받는 연락장에는 [식빵, 우유, 과일, 치즈...] 어제와 같은 메뉴를 적었다. 그래도 조금은 달라 보일까, 식빵에 딸기잼, 오렌지 마말레이드, 땅콩버터를 발라 삼색 샌드위치라고 이름 붙였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나는 요리를 잘하는 엄마가 아니다.


동요의 가사대로라면 못나도 한 참 못난 엄마. 그럼에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 못난 엄마.


나도 모르게 어릴 적 내 엄마의 뒷모습을 떠올려본다.


엄마는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사업이 안돼 집이 나앉을 상황이 되어도 새벽부터 나가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 먹을 아침밥 한 번을 거르는 일이 없었다. 새벽부터 나간 엄마의 이불속 빈자리는 느꼈어도, 밥 솥에선 늘 김이 모락모락 났다. 국 한 그릇 일지언정 따뜻하게 먹고 나가라고. 사춘기인 나는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매점 빵으로 대신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완벽한 엄마였다.


엄마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지만, 발톱의 때만큼도 따라가지 못하는 나.


어쩔 수 없다.


하루아침에 뚝딱 요리를 만들어 내는 엄마가 될 순 없으니, 내가 다시 기준을 세우는 수밖엔.


미안하지만 세상이 그어준 엄마의 기준이 요리를 잘하는 엄마라면, 내가 세운 기준은 멋있는 엄마가 되기.


와 우리 엄마 짱 멋있다


멋있는 엄마의 아침은 계란말이 냄새 대신 화장품 냄새가 먼저 나지만, 내가 만든 조건 속에서, 내가 세운 기준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는 사람.


언젠가, 누군가의 엄마가 될지 모르는 나의 딸에게...


나는 그런 엄마로 기억되고 싶다.

가끔은 무리 할 때도 있지 ...


cover photo by. 읽는인간 @ishigak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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