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バレエのおけいこ」 이시즈 치히로 글 / 쇼노 나오코 그림
‘네 꿈은 뭐니?’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만약에] 혹은 [앞으로]라는 전제는 아이들에게만 허락된 특권같이 보인다. 어른이 된 나에게 이제와 ‘뭐가 되고 싶냐’고 묻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상대가 아이라면 누구나 눈높이를 맞추며 이렇게 묻는다.
너는 좋아하는 게 뭐니?
꿈이 뭐니?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어린 날의 나는 꿈이라는 건 꾸면 꿀 수록 좋은 줄 알았다.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줄 알았다. 남들이 알 법한, 되기 어려운, 부러운 그런 것들을 꿈으로 상정하면 으레 ‘대단하구나’ 칭찬을 받곤 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어른 중에 ‘그 꿈을 이루려면 이렇게 해야 해’라고 일러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그 길에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는지, 난관을 만났을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꿈을 꾸면 이루어지는 걸로 알았다. 그래서 이것도 해볼까 저것도 해볼까 마음을 부풀리는 재주만 늘어났다.
그렇게 왕복 4차선 도로 같았던 꿈을 향한 여정은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타협하며 점점 폭을 좁혀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애초에 ‘하고 싶은 것’은 온 데 간데없고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을 고르고 있는 내가 있더라. 꿈이 많아 배부른 아이였던 나는 날아오르는 법을 제대로 익히지도 못하고, 부풀어 오는 꿈의 무게에 눌려 그만 빵빵한 풍선처럼 펑, 하고 터져버렸다. 그마저도 이제는 추억 속의 일. 이제는 내가 어딘가를 향하고 있긴 한 건지, 여기가 길 위가 맞는지도 알 수 없는 덤불 속을 헤매고 있다. 닫혀버린 미래. 내가 쓰는 가정법은 이미 과거 완료형이 된 지 오래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즈음 아이가 태어나고 다시 한번 열려있는 미래, 가정법 현재 시제가 유효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는 꿈을 꾸고, 꿈을 그리고, 꿈을 향해 나아간다. 물론 하루에도 수십수백 번 바뀌기도 하지만 자신의 세계를 하나하나 넓혀가며 상상의 세계 속에 우뚝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어느 날은 꽃집 아가씨가 되고, 어느 날은 그림책 작가가 되고, 어느 날은 아이돌로 삼단 변신을 하면서 ‘이렇게 멋진 나’의 밑그림을 그린다.
그런 아이의 꿈을 나는 옆에서 부러운 듯, 사랑스러운 듯 바라보다 문득 ‘좌절’과 ‘한계’를 만나게 될 너에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꿈의 초입에서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떠날 여행길이지만, 그 무게는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할 너에게. 그 옛날 내가 했던 것처럼 버리고 도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넌, 발레가 좋니?」
「좋아」
「재밌니?」
「재밌어!」
「그럼, 괜찮아」
_「バレエのおけいこ」 이시즈 치히로 글 / 쇼노 나오코 그림 (국내미발간)
발레를 배우고 싶은 고양이 미이. 부푼 마음을 안고 발레 교실을 찾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풀이 죽어버린다. 그런 미이에게 친구들은 ‘열심히 해봐’, ‘힘 내’라는 텅 빈 응원 대신 이렇게 묻는다.
네가 지금 하고 싶은 일.
그건, 좋아하는 일이니?
그걸 하면 재밌니?
고양이 미이가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럼 괜찮아’
좋아하고 재밌는 일이라면 그걸로 됐어.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라고.
도서관에서 아이가 우연히 빌려온 책을 읽으며, 아이도 나도 큰 위로를 받았다. 나란히 잠자리에 누워 책장을 넘기며, 평소보다 천천히 숨을 죽이며, 행간에 스며든 온도를 느끼며 서로의 마음을 보듬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 책 표지를 두어 번 쓸어내리는 내 손을 잡고 아이는 ‘한 번 더’ 읽자고 했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활짝 깨어있는 아이에게, 나는 기꺼이 그러겠다고 했다.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며 온 마음을 담았다.
'네가 가는 그 길이 평탄하지 만은 않을 거야. 어쩌면 다시 생각해야 할지도 몰라. 꽤 많은 거리를 걸어온 뒤에 깨달을지도 모르지. 다른 사람들이 그 길을 막아 설 수도 있어. 그럴 땐 우리 이렇게 묻도록 하자.
그건, 네가 좋아하는 일이니?
그걸 하면 재밌니?
그렇다, 고 대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됐어.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バレエのおけいこ」 이시즈 치히로 글 / 쇼노 나오코 그림 (국내 미발간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