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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쓰는 이작가 Apr 11. 2018

출근길의 넷플릭스

랭킹쇼1. - 나의 넷플릭스 추천작

작업실을 집에서 너무 먼 곳에 구했기 때문에, 넥플릭스를 보기 시작했다.

생산적 인간이라면 '뇌새김영어'나 '야나두' 같은 걸 보면서 자기계발에 힘 쓸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애먼데 힘쓰지 말고, '그냥 시간 버리는 거지 뭐' 하는 버리는 시간이야 말로,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며......나의 '넷플릭스 추천작 5!' 



1. 빌어먹을 세상 따위


"I've just turned 18. And I think I understand...what people mean to each other."


스스로를 싸이코패스라고 생각하는 열일곱 제임스. 보다 큰 것, 사람을 죽여보자고 생각하던 중, 앨리사의 가출에 동행하게 된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던제임스는 앨리스와 뜻밖의 사고에 휘말리며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깨닫게 되고,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소년소녀는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다.  


영국 청춘물에 주로 나오는 남주스타일,'세상이 좆 같아서 나는 무기력하네......' 마르고 기진맥진, 끊임없는 중얼거림(나레이션). 벗으면 특히 더 볼품 없다.


근래 본 최고의 러브스토리. 일찍부터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열일곱 싸이코패스 어쩌구...하는 치기 어린 소개에 한참 미뤄두다가 눈물로 마무리 하였다. 몇몇 떠오르는 레퍼런스가 있지만 그렇다고 전형적이지도 않게 조금씩 핀트를 비켜간다. 주인공들도 어디서 저런 비호감 타입을 데려다 놨나 싶은데, 이 아이들이 그리워서 다음 회차를 보게 된다.  


"Do you wnat to hit me? Please, will you beat me up?"


에피소드가 20분 안 팎에 8회차로 짧기 때문에, 엄두를 내볼만 하다.

특히 올드팝이라고 해야하나....아이러니한 낭만의 OST가 심금을 두 번 울린다.  


 

2. 오자크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중년의 가장, 마티. 동료의 잘못으로 살해위협에 직면하고, 가족의 생존을 위해 오자크라는 변두리 관광지에서 본격적인 불법 돈세탁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한가롭게만 보이던 시골 마을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드라마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무미건조하게 사는 위기의 중년 남자. 부인은 바람 났고, 아이들은 이기적이다. (한국 드라마 속 위기의 중년남의 경우, 드라이하기 보다는 자기연민에 질척거리는 타입. 자기 감상에 취해 혼자서 하드캐리한다.) 그러나 위기상황 속에도 끝내 가족의 화합으로 결속되는 또한 전형적인 미국식 드라마.

하지만, 그 가족이 '오자크'로 이주하면서 만나는, 바로 그 '오자크' 사람들이 너무 예측불허다. 촌스럽고, 거칠고, 생존에 대해 즉각적이며, 따라서 계산 할 새가 없다. 보면서 영화 '구타유발자'가 생각났는데, 낯선 장소의 외지인이 주는 공포와 피로가 계속 이어진다. 내가 봐도 주인공이 너무 피곤할 것 같다. 차라리 다 때려쳐! 싶다가도, 어떻게든 또 꾸역꾸역 해 보겠다고 또 일어서는데....시즌2가 예정됐는지, 막판에 주인공의 뺨을 후려치듯 끝난다.

마을 사람들 캐릭터도 좋고, 주인공 아저씨가 미국 영화에서 주인공의 사람 좋은 친구로 주로 나오던 얼굴이라, 익숙하면서도 낯선 역할이 새롭다. 수습되지 않은 캐릭터들이 아쉽지만, 시즌2 예정이라 그렇겠지.

마지막 회를 보며, 이거다 저거다 해도 자영업자가 최고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3. 남부의 여왕



멕시코 거대 마약 조직의 2인자인 애인과 함께 호화롭고 행복하게 살던 테레사. 어느 날, 남자친구의 죽음과 함께 자신도 죽음의 위기에 몰린다. 생존을 위해 미국 내 마약공급을 담당하는 '카밀라'의 조직에서 마약운반책을 맡게 되고, 점차 '여왕'으로 성장해 간다.  


마약왕으로 거듭나는 여왕의 이야기랄까....아직 보는 중인데, 중간에 쉬는 바람에 진행이 안 되고 있다. 원작소설이 워낙 서사가 크고 흡입력 있다고 하는데, 드라마는 웰메이드 한 느낌은 아니지만 전개가 투박하면서도 속도감 있다. 약간 한국 공중파 '금토'드라마 같은 느낌 같기도 하다.

고전적인 성공 서사에 여자가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슬퍼도 슬퍼할 새가 없다. '울면 죽는다'는 기분으로 나아간다. 특히, 주인공이 고난에 눈시울이 젖어들기라도 하면, '여왕이 된 자신'이 나타나 냉정하게 다독인다.


"힘들어? 어쩌니, 남은 날 중에 오늘이 제일 편한 날 이었는데."   

"이만하면 오늘은 좀 낫지? 그래, 잘 기억해둬. 앞으로 다신 안 올 날일거니까."


주인공이 너무 모르겠어서 좀 정 붙이기 쉽지 않고,

특히 남자 주인공이 마음 가는 이가 없어서 남은 회를 아직 못 보고 있다.



4. 셰프의 테이블



넷플릭스는 다큐시리즈가 많고 장르도 다양해서 추천할 만 하다. 퀄리티도 무척 좋다. 특히 '사케의 탄생'이나 '셰프의 테이블' 같은 음식 다큐멘터리는, 말그대로 '보는 맛'이 대단하다.

'셰프의 테이블'에는, 음식 관련 책이나 다이닝 잡지 같은 데서 꽤나 자주 듣던 유명 셰프와 그들의 레스토랑이 한 회의 에피소드로 소개 되기 때문에 내용도 그런대로 자세한 것 같고, 셰프의 다 다른 개성들이 흥미롭다.

하지만 혹시라도 '고든램지의 헬스키친'이나, '제이미올리버' 류의 요리쇼를 기대하면 지루할 것이다. 여기서는 '주방은 전쟁터야! 이 XX야!', '이건 너나 처먹어, (쓰레기통에 버린 음식을 집어 내밀며) 안 그러면 당장 내 주방에서 꺼지시던지!" 뭐 그런 연출은 없다.

신성한 주방과, 셰프의 철학, 식재료의 본질....여긴, 품격의 미슐랭이니까.

화면만 봐도 재미있다.



5.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



수많은 일본 먹방 드라마 중의 하나. 그 중, '디저트'를 찾아 다니는, 영업사원 켄타로의 이야기다. '디저트 변태'다. 일반 회사는 퇴근 후에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한낮에도 돌아다닐 수 있는 영업직으로 이직해서, 오직 '차가운 빙수 제대로 느끼겠다'는 일념으로 폭염의 여름 한낮에도 긴 양복과 와이셔츠 안에 히트택을 겹겹이 입고서 빙수 가게로 향하는 닝겐.

회별 에피소드라서 이어 보기는 힘들고, 그냥 그때그때 보고 싶을 때 보면 된다. 디저트 가게들은 도쿄에 실재로 존재하는 가게들이라고 하는데, 거의 일본 옛날식 디저트들이라서 나는 별로 먹고 싶게 느껴지진 않았다. 주인공이 눈을 희번덕 거리면서 오바 ,육바 하는 걸, 그냥 구경이나 하면 되겠다.



그 외에는 이것저것 계속 보고 있는데, 너무 많다.

넷플릭스의 효자로 꼽히는 '빨간머리 앤'이나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같은 것도 재미있고, '걸 보스' 같은 시트콤도 괜찮다. 자체제작 작품들은 드라마나 다큐 다 괜찮은데, 자체 제작 영화는 그저 그랬다.

한국 자체 제작 예능이나 드라마도 많아질 것 같은데, 이젠 TV가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다는 게, 새로운 시도나 매체의 영향력에서 오히려 기대가 된다. 탐난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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