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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토리 Mar 09. 2024

eye love you

쉰살의 유학일기 - 겨울편 #8

지금 일본에서는 드라마 한 편이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다.

TBS에서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하는 ‘eye love you’라는 드라마인데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연하의 한국인 유학생과 사랑에 빠지는 판타지 러브스토리다.


이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 드라마 초반에 한국음식점 배달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그런지 한국음식이 자주 등장했다.

수업시간에 어쩌다 보니 각국의 음식이야기가 나오게 됐고 선생님이 이 드라마가 너무 재밌다며 나에게 본 적 있냐 물어보는 바람에 알게 되었다.

수업 후에 태국인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떡볶이가 맛있대서 먹어봤는데 그 맛이 진짜 한국의 맛인지 모르겠어요. 일본에서 한국 떡볶이 먹어봤어요?


아니. 내가 한국 가정식 떡볶이 만들어줄게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이렇게 대화가 진행되어 태국인 남학생 1명, 홍콩인 여학생 1명, 한국인 여학생 1명이 우리 집에 모여서 떡볶이와 신라면, 삼겹살을 먹었다.

태국인 친구는 엄마와 여동생이 K-드라마 광팬이라 자기도 같이 보게 되어 지금은 배우 공유 씨의 팬이 되었단다. 공유가 나오는 모든 드라마와 영화를 다 봤단다.

홍콩인 친구는 한국음식에 관심이 많다며 집에서도 유튜브를 보며 자주 만들어 먹는단다. 우리 집에 올 때 각자 좋아하는 술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댓 병만 한 ‘경월소주’와 레몬사이다를 사 와서 칵테일을 만들어 먹었다.

내가 대학 다닐 때 강원도에 놀러 가 마셨던 경월소주가 지금 일본에서는 ‘훈와리쿄케츠’라는 이름으로 수출되어 판매 1위 소주란다!

마트에 진열된 경월소주


아무튼 우리 집에서 떡볶이를 만들어 먹은 후 홍콩친구도 本場(혼바, 본고장)의 마라탕을 대접하겠다며 초대를 했다.

떡볶이 멤버에 다른 반의 중국인 친구까지 모여서 마라탕을 먹고 놀았는데 마침 화제의 그 드라마가 방영될 시간이어서 다 같이 본방사수를 하게 됐다.

태국인 친구와 홍콩인 친구


다국적 유학생이 모여서 한국인이 주인공인 일본드라마를 보는 재미난 상황이다. ㅎㅎㅎ

두 명은 남자이고, 두 명은 한국인이고, 한 명은 서른이 넘은 아가씨(?)라 다들 드라마 내용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극 중에 등장하는 순두부찌개와 닭갈비 같은 한국음식에만 반응을 했다.

이런 열광적인 반응이면… 유학 때려치우고 한국음식점 차려도 대박 날 조짐이다. ㅋㅋㅋ

드라마를 보던 중 내가 혼잣말을 했다.


오~~~ 채종협 일본어 발음 너무 정답다!


같이 있던 한국인 친구도 격하게 공감했다.

유려한 일본어가 아니라 정직한(?) 한국인의 일본어였다.

쉬운 단어, 짧은 문장, 지극히 한국인스러운 억양…

주인공의 사랑에는 감정이입 못하고 어색한 일본어에 격공 하다니 웃프도다!!


이 드라마가 진짜 열풍이긴 한가보다.

어딜 가나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밝히면 바로 이 드라마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국에 저런 남자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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