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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토리 Feb 04. 2024

전기도둑

쉰 살의 유학일기 - 겨울편 #7

겨울이 되면서 지난 11월 20일경부터 난방을 시작했다.

내가 사는 집은 유카단보라고 바닥난방이 되는 집이다.

한국의 온돌처럼 온바닥이 데워지는 것은 아니고 방구석에 환풍기처럼 생긴 구멍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와 방 안의 공기를 덥히는 방식이다.

벽에 온도조절기가 있어서 지정한 온도보다 방안 온도가 내려가면 자동으로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

입주할 때 받은 주택관리설명서에 나온 대로 두꺼비집의 유카단보 전원을 올리고 온도는 16도 정도로 맞췄다.

바닥난방구멍. 네 군데가 있다
온도조절기. 두군데 모두 16도에 맞춰놓았다

내가 사는 맨션은 매월 20일경에 전기계량기를 검침하니까 12월 전기요금에는 유카단보전기사용료가 합산되어 나오겠지 생각했다.

난방을 사용하기 전에도 일반 전기요금 6500엔 내외, 급탕전기요금 6000엔 내외 사용 중이었으니까 (매달 혼자 사는 집에 전기요금만 12만 원인 거 실화냐고…) 사실 한국처럼 뜨시게 살 엄두는 나지도 않았다.

겨울을 나는 건 처음이라 요금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을 못하니까 한 달 정도 써보고 집안 온도를 조절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12월 말, 전기요금청구서는 일반전기요금만 나왔다. 그리고 우체통에 엽서 한 장이 들어있었다.

내용인 즉, 당신은 지금 신청도 없이 무단으로 난방전기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1월 19일까지 원하는 전기소매공급자에게 사용신청을 하지 않을 시에는 단전이 됨을 알립니다 였다.

덧붙여서 친절하게(?), 원하는 전기공급자가 없으면 여기로 연락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이 회사 영업 잘하네…

처음 입주할 때 부동산에서 전기신청을 해줬는데 그때는 여름이라 난방용 전기는 신청하지 않았는가 보다.

졸지에 전기도둑이 되어버렸다.

계량기가 따로 달려있긴 했지만 그걸 각각 다른 회사와 계약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걸 어떻게 아느냐고…

주택관리설명서를 샅샅이 뒤졌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다.


일단 순돌엄마에게 부탁해 전기회사와 통화하고 사용 신청을 했다.

난방요금은 두 달 치가 합산되어 나온다고 안내받았다.

그리고 지난주, 드디어 난방요금청구서가 나왔다.

두 달 치 요금이 약 2만 엔. 20만 원이다.

한 달에 10만 원 정도. 선방했네.

이 정도면 겨우내 실내온도 16도에 맞추고 살아도 괜찮겠다.

잘 모르겠지만 난방요금은 일반전기요금과는 요율이 조금 다른 모양이다.

아무래도 추운 홋카이도라 난방 안 하면 얼어 죽을 테니 사정을 좀 봐주는 건가 싶기도 하다.


몇 년 전 크리스마스 무렵 오사카에 놀러 갔을 때 에어비앤비에 묵었었는데 집에 난방 자체가 없어서 너무 추웠던 기억이 있다.

일본의 겨울은 집 밖보다 집 안이 춥다는 말이 있다.

또 겨울엔 홋카이도가 제일 따뜻하다는 말도 있다.

워낙 추운데라 그나마 대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겠지.

순돌네는 난방을 가스로 한다는데 가스비가 한 달에 1만 엔 안팎 나온단다.

학교 친구들 중에 오래된 집에 사는 애들은 등유난로를 쓴다더라. 학교 안내판에 등유사용법, 주의사항 등등이 붙어있기도 하다.

난방비는 전기> 가스> 등유 순이라던데.

아무리 싸도 눈보라 쏟아지는 날, 등유가게에 등유 사러 가는 거 상상도 하기 싫다.

그냥 월 10만 원 내고 맘 편히 뜨시게 살란다.

남쪽과 서쪽에 큰 창이 있어 해가 잘 드는 집에 사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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