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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토리 Jan 07. 2024

하루종일 눈이 내린 날

쉰 살의 유학일기 - 겨울편 #6

예년보다 눈이 적다고, 삿포로스럽지 않다고 어지간히 투덜거렸더니 요놈 봐라 싶었는가 하루종일 눈이 내렸다.


왜 8월이야? 6월에 학기가 끝나면 7월에 오는 거 아니었어? 비자 만기가 9월까지 인 건 알지만 갑자기 8월 이래서 무슨 소린가 했다.

언제 오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데 일정은 서로 상의하자.


새해를 맞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일상툰에 새해 목표를 그렸는데 남은 유학기간 8개월 동안 야무지게 놀겠다 했더니 남편이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사실 돌아가는 날짜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다.

6월 말에 학기가 끝나고, 7월에 있을 JLPT 시험을 치르고, 이곳의 생활을 정리하면 8월쯤이겠거니 했을 뿐이다.

내가 귀국일자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인지 남편의 약간 날이 선듯한 반응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전화를 끊고 시간이 흐를수록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내가 빨리 돌아왔으면 하는구나…

다녀간 지 며칠 됐다고…

일주일도 안 됐구만…

이번 일본행은 당최 일상복귀가 더디다 그러드만 혼자 사는 생활이 힘든가 보네.

난 이제야 조금 고비를 넘긴 듯한데 말야.


평소에 나는 커피를 보온텀블러에 담아 마신다.

조금이라도 천천히 식으라고.

하지만 오늘은 머그잔에 담아 두 손 뜨겁게 감싸고 창틀에 팔을 괸 채 창밖의 눈을 보며 마셨다.


내게 돌아갈 집이 있어서 다행이다.

나를 기다리는 품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래서 지금 혼자여도 괜찮다.

오래오래 그리워하다 만나서 예전처럼 지지고 볶으며 투닥거려도 괜찮다.


저 눈, 왠지 무척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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