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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토리 Jun 19. 2024

집에 돌아가기까지 1 - 5월

쉰 살의 유학일기 - 다시 여름 #1

5월 8일 수요일

우리가 처음 만났던 패티스가든.

마사미 언니가 나를 대신해 관리회사에 전화를 걸어주었다.

7월 17일에 집을 비우겠다고.

관리회사 직원은 친절하게도 15일까지 집을 비우면 월세를 반만 내도 된다고 안내해 줬고 덕분에 나는 이삿날을 이틀 앞당기는 대신 월세 24,000엔을 아끼기로 했다.


5월 13일 화요일

관리회사로부터 우편이 왔다.

나의 부동산 해약통보를 위한 확인 서류였다.

운이 좋게도 시키킹(보증금), 레이킹(사례금) 없는 집에서 살게 된 덕분에 퇴거할 때 따로 들 비용은 22,000엔의 청소비와 6,800엔의 フリーレント返還分(프리렌트 반환분)뿐이었다.

작년 6월 27일에 입주할 때 프리렌트 이벤트라며 4일 치의 월세를 면제해 줬었는데 계약기간(2년 이상)보다 일찍 나가기 때문에 반환해야 한단다.

계약서에 보니 적혀 있더라.

그래도 줬다 뺐는 게 어딨냐… 힝…


5월 15일 수요일

매주 수요일이면 만나는 마사미언니.

마사미 언니의 도움을 받아 어제 관리회사에서 받은 해약서류를 작성했다.

해약사유 ‘帰国(귀국)’

기분이 이상하다.


5월 16일 목요일

요미우리 신문보급소에 전화해서 이달까지만 신문을 보겠다고 알렸다.

신문구독해지 사유를 ‘귀국’이라고 말했더니 두말없이 받아주더라.

한국에서는 신문해지 하는 게 겁나 힘든데…

내가 일본인이었으면 그래서 그냥 보기 싫어 안 본다고 하는 거면 여기도 한국처럼 끈질기게 나를 설득하려 했을까?


5월 17일 금요일

부동산 해약서류에 한국의 영문 집주소와 장기정기 중인 내 한국 휴대전화 번호를 적었다.

사진을 찍어 마사미언니에게 보내 틀린 곳이 없나 확인받고 동봉되어 온 반송용 봉투에 넣어 우체통에 넣었다.

청소비와 프리렌탈반환분은 이사 전날까지 송금하면 된다.


5월 24일 금요일

마지막 신문구독료를 냈다.

두 달에 한번 1,100엔.

수금하러 오는 사람은 나이가 꽤 지긋한 할아버지인데 영수증을 주면서 이사 가느냐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머리가 땅에 닿을 듯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며 그동안 감사했다고 말했다.

엉겁결에 나도 허리룰 숙였는데 손잡이를 잡고 문을 닫으려고 하던 찰나여서 삐그덕하니 어정쩡한 자세로 인사하고 말았다.

일본의 깊숙하고 지극한(?) 인사문화는 좀처럼 적응이 안 된다. 부담스럽다.


5월 26일 일요일

오노 선생님과의 마지막 수업을 했다.

선생님 부부와 근처에 혼자 살고 계신 선생님의 언니를 모시고 선생님 집에서 잡채를 만들어 먹었다.

작년 11월부터 6개월 동안 매주 월/금, 일주일에 두 번 무료로 회화수업을 해주신 고마운 선생님.

수업료 대신 한국요리를 먹고 싶다 하셔서 지난번에 삼계탕을 해드리고 이번에 잡채를 만들었다.

일부러 한국에서 다니러 온 가족과 친구들에게 삼계탕 육수재료와 당면등을 부탁해서 나름 정성을 들였는데 내 마음이 전해졌을지 모르겠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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