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의 유학일기 - 다시 여름 #2
JLPT 수험표가 도착했다.
아니, 사실 아직 내 손에 들어온 건 아니고 마사미 언니네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지난 4월 8일, JLPT 홈페이지에서 시험접수를 했다.
학교에서 단체로 접수를 해주긴 했지만 어차피 난 시험 전에 학교를 그만둘 거라서 개인적으로 접수했다. 혹시나 잘못 신청될까 봐 마사미 언니를 만났을 때 언니의 도움을 받아가며.
주소도 우리 집이 아니라 언니네 집으로 접수했다. 합격증이 도착할 무렵엔 난 일본에 없을 테니까…
그리고 두 달이 넘게 지난 오늘, 언니네 집으로 수험표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접수하기 직전까지 N2를 볼까, N1을 볼까 고민했었다.
학교에서 N2 모의고사를 보면 합격점 90점은 수월하게 넘어 130점대가 나오니 N2를 보기엔 좀 아쉽고, 그렇다고 N1을 보자니 N1 반 진급하고 3개월 배운 후 시험 보는 거라 좀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N1 합격점은 100점이라…
정말 막판까지 고민하다가 N1으로 접수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긴장하며 공부할 것 같았다.
합격가능성은 N2가 높겠지만 귀국하고 나면 일본어 공부는 계속해도 JLPT 공부는 안 할 것 같았고, 떨어지면 12월에 한번 더 도전하자 싶은 마음이었다.
접수를 해놓고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진학할 것도 취업할 것도 아니면서 왜 시험접수를 해가지고 얼마 남지도 않은 일본생활을 방에 처박혀 공부나 하며 보내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면서, 게다가 왜 이렇게 안 외워지는지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돌아서면 까먹고…
하루하루 징징대며 억지로 억지로 책 앞에 앉아만 있는 꼴이다. ㅠㅠ
이틀 전, 학교에서 JLPT N1 모의고사를 봤다.
180점 만점에 122점.
우리 반 9명 모두 합격이다.
반 평균 점수는 126.5점. 평균에 못 미치는 성적이지만 조금 마음이 놓였다.
잘하면 ギリギリ(기리기리, 간신히 간당간당 ^^)하게라도 합격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또… 그래서… 그러니까… 더… 공부 안 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 주부터 학교 수업은 모두 JLPT 시험준비 체제로 바뀌었다.
4시간 내내 기출문제를 풀고 해설해 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또… 그러니까… 에… 그 덕분에… 공부는 학교에서 하니까… 에라, 모르겠다!!
내가 시험 볼 곳은 홋카이도 대학교 이학부 건물이다.
작년 여름, 막둥이와 같이 놀러 갔었고 얼마 전 대학 축제 때 산책 삼아 놀러 갔었던 적이 있다.
홋카이도 대학은 가을이면 은행나무 길이 이쁘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농학부에서 판매하는 유제품과 소프트아이스크림이 맛있다.
시험 보는 날엔 좀 일찍 가서 잔디밭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어야지.
합격을 하든 말든, 일단 난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