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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토리 Jun 25. 2024

집에 돌아가기까지 2 - 6월

쉰 살의 유학일기 - 다시 여름 #3

6월 2일 일요일

순돌이네로 코타츠를 옮겼다.

6월 중순부터 순돌이네가 투어로 바빠지기 때문에 한가한 시간에 커다란 짐을 옮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미루다가 처치 곤란해지면 낭패니까.

코타츠 없는 방이 휑뎅그레 넓어졌다.

추운 겨울, 짱구네처럼 코타츠 이불속에서 따땃하게 귤 까먹는 일본 갬성을 느끼고 싶다는 딸들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어서 오자마자 중고가게에서 산 니토리 코타츠.

난방기구이자 책상이자 밥상이던, 갬성도 채우고 온기도 채우고 실용도 채워준 내 코타츠, 참 잘 썼다.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갈 수 있어서 더 좋다.

다목적이었던 코타츠
현재 소파 위치를 바꾼 모습


6월 9일 일요일

L상 네로 거울을 옮겼다.

거울과 함께 옷장 안에 들어있던 플라스틱 4단 서랍장과 전기담요도 함께 넘겼다.

서랍장 안에 넣었었던 속옷과 양말 등은 쇼핑백에 넣어두었다.

지난 5월, L상 부부와 캠핑을 다녀오던 길에 겨울이불 세트와 서랍장 하나를 넘겼었기 때문에 지금 옷장 안은 텅 비었다.

집이 점점 넓어진다.

코타츠와 거울이 있던 방
작은 책장들을 이리저리 배치해서 나름 잘 쓰는 중


6월 15일 일요일

전기회사 홈페이지에 로그인해서 전기해지를 신청했다.

해지희망일은 7월 15일.

처음 이사 왔을 때는 부동산에서 대신 사용신청해 줬었고, 겨울에 난방전기를 따로 신청해야 하는 줄 몰라서 전기도둑(?)이 될 뻔했을 때는 순돌엄마가 신청해 줬었는데 해지는 나 스스로 했다.

지난 2월에 전기요금을 종이청구서로 받을 경우 건당 220엔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자동이체가 아닌 현금지불의 형태로 납입할 경우 110엔의 추가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안내를 받고 어찌저찌 욕을 욕을 해대며 전기회사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하고 유초통장으로 자동이체를 해놓은 덕분에 해지는 온라인으로 쉽게 해결했다.

해지신청 다음 날, 전기회사로부터 해지확인메일까지 받았다.

이제 일본도 슬슬 종이청구서가 사라지려나…


6월 20일 목요일

지난 5월 21일에 한국으로 보낸 국제우편이 도착했다고 한다.

1년을 사는 동안 짐을 늘리지 않으려고 무척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도 손바닥만 한 집에 짐이 한가득이다. 여기 올 때 짐이라고는 한 칸도 채 채워지지 않은 이민가방 한 개였는데 지금은 그 가방 하나로는 택도 없다.

그나마도 엄마 오셨을 때 큰 캐리어로 하나 가득 겨울 옷가지를 보냈고 남편은 스노보드를 가지고 갔는데도 말이다.

그뿐인가, 서울 친정에 다니러 가는 L상은 내 책들을 가지고 갔다. 서울에서 만나 받기로 하고.

그래도 돌아갈 때 수하물 23kg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아 일단 남은 겨울 옷가지와 자질구레한 것들을 택배로 보냈었다.

딱 한 달 만에 도착했네…

여기 오기 전에 한국에서도 일본으로 이렇게 겨울옷들을 보냈었었지.

커다란 가구들과 이부자리, 살림살이들은 다 처분하고 갈 건데 어째 이리 짊어지고 갈 것들이 늘었을까?

생각해 보니 두 딸들이 올 때마다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켜서 들고 왔었구나.

그리고 필요하다고 사고, 이쁘다고 사고, 싸다고 사고… 사기도 많이 사들였네…

정말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마지막은 버거워져 버렸다.

물욕 없이 미니멀하게 산다는 거 참 어렵구나.

1년전 일본 올 때 가져온 내 짐.


6월 25일 화요일

마지막 월세를 냈다.

15일까지만 사는 거라 반만 냈다.

내는 김에 퇴거일 전날까지 내는 청소비와 프리렌탈 반환금도 다 냈다.

이제 내 ゆうちょ銀行(유초은행, 우체국은행) 통장에는 몇백엔 안 남아있다.

신한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이체하고, 트래블로그로 환전하고,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현금을 찾아 유초은행 ATM에 입금하고, 유초은행 계좌에 연결된 라인월렛에 충전한 뒤, 라인페이로 관리회사에 송금하는 이 지난한 과정을 이제 안 해도 된다.

차근차근 삿포로의 내 흔적을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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