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의 유학일기 - 다시 여름 #6
7월 1일 월요일
타이무즈카셰어링 회원탈퇴를 했다.
한국의 운전면허를 일본 것으로 切り替え(키리카에, 전환)해서 참 요긴하게 잘 써먹었었다.
혼자서 처음 운전하고 시코츠 호수를 다녀온 이후 거의 매달 한두 번씩은 차를 빌려 근교를 나가곤 했다.
차를 빌리지 않아도 한 달에 880엔인가의 회비가 나간다기에 회원탈퇴를 했다.
그동안 샤코탄, 테이네, 조잔케이, 노보리베츠 등등 구석구석 잘도 쏘다녔다.
딱 한번 역주행을 하다가 마주 오던 택시와 눈 마주쳐서 깜놀하기도 하고 운전할 때마다 와이퍼와 깜빡이를 헷갈려했지만 사고 안 나고 잘 다녔다.
덕분에 즐거웠다, 고맙다 타이무즈카!
7월 4일 목요일
아마존재팬 회원탈퇴를 했다.
한 달에 660엔의 회비를 내고 참 많이 이용했다.
원하는 물건을 찾으러 나가는 것도 점원과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 타국생활에 온라인쇼핑은 참 편리했다.
번역기능을 활용하면 언어장벽도 없다.
사는 곳이 홋카이도라 가끔 추가배송비가 붙기도 했지만 대부분 무료배송에 익일배송도 많아 아쉽지 않았다.
아직 한국처럼 새벽배송은 없지만 이 정도 속도면 일본 최고인 것 같다.
남은 포인트 20점은 기부! ㅎㅎ
7월 5일 금요일
침대와 소파를 치웠다.
부피가 큰 물건이라 고민했는데 고맙게도 순돌이네서 모두 가져가 주었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올 가을에 오는데 독립시킬 집에 쓰겠다며 흔쾌히 실어가 주었다.
대신 열흘 정도 남은 기간 동안 내가 쓸 이부자리를 빌려줬다.
실어가는 김에 청소기며 커피머신이며 자잘한 가전제품도 모두 넘겨줬다.
누구도 원치 않아 남겨진 불쌍한(?) 테이블은 인터넷으로 大型ゴミ(오오가타고미, 대형쓰레기) 수거 신청을 하고 편의점에서 200엔짜리 스티커를 사서 붙여 내놓았는데 내놓자마자 누군가가 가져갔다. 수거일은 11일이었는데 걸치적거려 미리 내놓았더니 필요한 사람이 가져간 모양이다. 그 분 횡재하신 겁니다. 거의 새 거예요! 그런데 혹시 절도죄에 걸리면 난 모릅니다. (이거 일본에서는 절도라고 한다.)
작년 여름, 도착하자마자 길도 모르면서 구글지도 하나만 믿고 땡볕을 누비며 하나하나 사서 채워 넣은 살림들이 빠지고 있다.
큰 물건이 빠지니 앓던 이 뺀 것처럼 시원하면서도 휑한 집이 더 싱숭생숭하다.
그래도 닥쳐서 아둥바둥하느니 미리 처분하는 게 속 편하지!!
덕분에… 당분간 바닥에서 도시락 먹게 생겼다. ㅎ
7월 10일 수요일
1년간 빌려 쓰던 가전제품 4종을 반환했다.
냉장고, 세탁기, 전자렌지, TV
크기는 모니터인지 TV인지 헷갈리게 작았지만 아침마다 내게 뉴스와 일기예보를 들려주며 청해력을 키워주던 TV, 덕분에 노토반도 지진 속보도 보고 아침마다 부기우기 드라마도 봤네, 고마웠어 TV야.
주로 품고 있던 건 캔맥주와 하이볼용 얼음이었지만 덕분에 외로운 날 술 한잔 시원하게 할 수 있었어, 고생했다, 냉장고야.
한국사람은 기겁하지만 일본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비닐랩을 씌운 채 그냥 전자렌지를 돌리기…
아무래도 나는 한국인이라 랩에 싸인 플라스틱 도시락을 그냥 돌릴 때마다 찝찝했어. 하지만 덕분에 맛있는 옥수수 편하게 삶아 먹었다. ちんする(칭스루, 렌지에 데우다)하느라 수고했어 전자렌지야.
처음엔 장난감 세탁기인 줄 알았지만 작은 덕분에 빨래를 쌓아놓지 않고 그때그때 할 수 있었어. 이 집엔 베란다도 빨랫대도 없어서 창틀과 샤워커튼 봉에 빨랫감을 너느라 몰아서 할 수도 없었지만. 잘 가 세탁기야.
7월 11일 목요일
구약소에 가서 전출신고를 했다.
전출신고 자체는 금방 끝났다.
문제는 건강보험료.
곧 귀국할거라 귀찮아서 지난 6월에 건강보험료 재산정 신청을 안 하는 바람에 6월분 보험료가 자동갱신되어 8100엔을 냈었다. 신경 안 쓰는 사이에 우체국 통장에서 빠져나갔더라.
전출신고를 마치고 건강보험해지를 하려는데 일단 안 했던 보험료 재산정 신청을 하란다. 수입이 없다고 했더니 보험료가 대폭 깎였다.
그리고 미리 냈던 8100엔이 과납부된 거라 7월분 19일 치의 보험료를 제하고도 2090엔이 환불된다고 한다.
환불은 자동이체를 신청했던 은행계좌로만 가능하며 처리까지 두 달!!! 걸린단다.
내 은행계좌는 출국과 함께 자동동결인데?
청구서 들고 편의점 들락거리는 거 귀찮아서 자동이체 걸어놓은 건데 더 귀찮아졌다. 이러니 일본사람들이 아직도 현금만 쓰려고 하지…
그래도 젊은 공무원이 이리저리 방법을 찾아줘서 순돌엄마 계좌로 받기로 했다.
이제 모든 절차는 끝났다.
관리회사와 타치아이한 후 열쇠만 반납하면 된다.
손가락 꼽으며 집에 갈 날만 세고 있다.
출국일이 다가올수록 시간이 너무 더디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