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산책을 그리 즐기는 녀석은 아니었다.
뚱뚱한 데다가 만사가 느린 녀석이라 산책 가자 하면 딱 대문 밖 엘리베이터 앞까지만 즐거운 녀석이었다.
집에 데리고 온 지 사흘, 띵구가 조금 생기가 돌았다.
아무래도 약도 먹이고 말도 걸고 귀찮게 건드리며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어서 그런 것 같다.
쿠팡에서 개모차를 주문했다.
눈이 안 보여도 바람을 느끼게 하고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중국산 싼 개모차는 포장을 벗기자마자 환경호르몬 범벅이 분명해 보이는 플라스틱 냄새를 진하게 풍겼지만 어차피 우리 띵구야 중성화까지 한 열두 살 할배 강아지(?)라 생식에 관여하진 못하니 그 문제는 접어두기로 했다.
개모차 개시 겸 동네 치킨집에서 생맥주 한잔 했다.
닭가슴살을 조금 찢어 얼굴 근처에 대주니 표정이 환해지면서 냄새를 맡고 잘 받아먹었다.
그래, 머라도 먹고 머리가 번쩍 뜨였으면 좋겠다.
아무 의욕 없이 텅 빈 눈보다는 욕심쟁이 먹보가 좋다.
개모차는 필요 없을 줄 알았다.
개가 늙거나, 보호자가 늙거나, 그래서 산책이 어려워져 쓰는 물건이라지만 속으로는 솔직히 참 유난이다 싶기도 했었다.
역시 사람일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