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삿포로는 안 덥댔어?

삿포로 유학일기 - 여름편 #13

by 히토리


오늘도 덥다.

이번주는 내내 더웠다.

낮기온이 매일 33~4도를 오르내렸고 습도도 꽤 높아 체감온도는 37도가 넘었다.

밤에도 27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뉴스를 보니 삿포로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덥고 긴 여름이라고 한다.

며칠 전에는 홋카이도의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체육 수업 후 열사병으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있었고 그 후로 학교들이 모두 단축수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삿포로의 대부분의 학교에는 에어컨이 없다는데…

삿포로는 장마도 없고 더위라고 해봐야 7월말~8월초 2주정도 낮 최고기온이 27~8도 정도 되는 기간 뿐이니 에어컨이 전혀 필요없었다고 한다.

작년만해도 예년 기온과 비슷했는데 올해는 정말로 특별하고 이상한 해라며 모두들 입을 모아 말한다.

삿포로에 집을 구할 때도 부동산에서 여기는 시원해서 일반 가정집에는 에어컨이 없고, 있다해도 겨울에 난방이 가능한 냉온 겸용인데 내가 살 집은 바닥난방 기능이 있어 에어컨은 필요없다고 했다.

그런데 왜 하필 내가 삿포로에 살러 온 이 여름에 이렇게 더운거냐고. 내가 날씨 요괴인가?


내가 일하는 편의점 점장네도 삿포로에서 평생을 살았는데 올 여름 선풍기를 처음 샀다고 한다.

냉동고에는 얼음이 채워넣기 무섭게 동이 났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주 얼굴을 봐서 익숙해진 손님들의 인사가 모두 더위에 관한 것 뿐이다.

단골손님 중 하나는 내게 집에 에어컨이 있느냐고 묻길래 없다 했더니 내 손을 꼭 잡고는 연신 ‘스미마셍’을 말했다. 느낌상 힘들겠다, 어떡하니의 의미같다.

어떤 손님의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한국사람이라 했더니 한국의 날씨는 어떠냐고 물었다.

삿포로보다 더 덥고 더 습하고 더 길게 덥지만 집에 에어컨이 있어서 괜찮다고 했다. 전기료는 안 비싸냐 묻길래 일본보다 훨씬 저렴해서 한달 내내 에어컨을 틀어도 다른 계절보다 5만원 정도만 더 내면 된다고 했더니 진짜 놀라더라.

그러더니 나보고 일본이 너를 힘들게 해서 미안하단다.

(그러게요. 방사능 오염수도 지들 멋대로 방류하더니 날씨마저도 나를 안 도와주네요. 빌어먹을…)


그동안 만난 삿포로 사람들은 날씨부심, 자연환경부심이 대단했다.

우리 삿포로는 말이야, 일본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은 도시 1위야.

우리 홋카이도는 말야 자연이 깨끗해서 미세먼지도 없고 물도 그냥 먹어도 돼.

삿포로 농산물은 세계 최고야, 정말 맛있어. 방사능 걱정은 하나도 없는 청정지역이야.

겨울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데! 네가 삿포로로 온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야.

이러던 사람들이 더워죽겠다며 이상기후라며 걱정이다.


같은 지구 위에 살면서 예외가 어디 있겠나.

나만 괜찮고 여기만 특별하다는 없다.

모든게 돌고 돌듯 다같이 어우러지는거지.

너희가 흘려보낸 방사능 오염수도 돌고 돌아 지구위 모든 생명체에게 영향을 미치겠지.

일본인 개개인이 서로에게 迷惑(메이와쿠,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중요시 하며 살면 뭐하나, 국가가 세계적인 迷惑 자체인 것을. 쯧.

어쩌면… 오염수를 방류한 일본보다 한국정부 때문에 내가 더 더운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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