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유학일기 - 여름편 #12
서울에서 친구가 놀러 왔다.
20여 년 전 큰딸이 백일 무렵 일 때부터 동네친구였던 그녀는 각자 이사도 가고 아이들도 다 컸지만 언니 동생하며 지금까지 가까이 지내고 있다.
나의 여름방학에 맞추어 5박 6일 일정으로 삿포로에 왔는데 온 김에 하코다테를 여행하기로 했다.
하코다테는 삿포로역에서 JR특급열차로 4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먼 곳이다.
아침 일찍 삿포로역에서 출발했다.
일본 기차여행의 맛, 에키벤으로 시작!
하코다테는 홋카이도의 남부에 있는 도시로 혼슈(본토)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도시이다.
혼슈에서 하코다테까지는 신칸센이 운행하고 있고, 하코다테에서 삿포로까지 연결하는 신칸센은 지금 공사 중이다.
나가사키, 요코하마와 더불어 일본 3대 개항지 중의 하나로 유럽풍 건물 많아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1박 2일간의 여행동안 하루에 2만 보 넘게 걸으며 돌아다녔다.
광복절에 일본을 훑어주고 지나간 태풍 덕(?)에 날씨 걱정을 했었는데 날은 화창했지만 너무 햇빛이 뜨거워서 좀 힘들었다.
하코다테 여행을 하면서 나의 일본어가 꽤 늘었다는 것을 느꼈다.
일상적인 대화는 가능하고 어지간한 말은 무슨 소리인지 감으로 다 때려 맞출 수 있었다.
신기한 건 예전처럼 머릿속에서 미리 할 말을 생각하고 어순과 단어를 고르고 입속에서 말해보고 하는 절차 없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물론 간단한 것만)
친구가 일본어 까막눈인 관계로 간판이며 안내문을 읽어달라 할 때도 엔간한 건 눈에 보이는 순간 바로 읽혔다.
뇌를 거치지 않고 눈과 입과 귀로 바로 인식되는 듯한 신기한 체험이었다.
하코다테 여행은 바깥의 풍경과 문화를 내 안에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무언가가 밖으로 꺼내어지는 느낌이었다.
잘 해내고 있구나 하는 기특함과 자신감이 붙는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전투적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삿포로의 내 작은 집은 어찌나 아늑하던지.
삿포로에 온 이후로 매일매일을 여행하듯 살고 있지만 진짜 여행객 모드로 변경하고 작정하고 구경 다니니 꽤 신선했다.
1년 후 가족 품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포근하고 좋을까.
그때 가서 후회하지 않게 삿포로 생활을 더 즐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