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돌이엄마

쉰 실의 유학일기 - 여름편 #11

by 히토리

“한국분이세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며칠 지나 계산대에 있었는데 커피를 사서 나가려던 여자손님이 불쑥 물었다.


“네. 한국분이시구나! 어떻게 아셨어요?”


“이름표 보구요. 일본성(姓)이 아니길래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요.”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름표를 달고 있다.

이름표에는 풀네임이 아니라 성(姓)만 한자 또는 히라가나로 쓰여있다.

점주의 이름은 ‘山田(야마다)’, 점주의 아내와 딸도 함께 일하고 있어서 세 사람은 똑같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일본인의 성(姓)은 주로 두 글자의 한자로 되어있어 이름표에도 두 글자의 한자나 서너 글자의 히라가나를 쓰는데 내 이름표에는 달랑 가타카나 한 글자만 쓰여있다.

그래서인지 입 다물고 있으면 일본인과 다를 바 없는 외모인데도 오지랖 넓고 친절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나에게 외국인이냐며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나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었던 손님은 이 근처에 산다며 근무 끝나면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연락처를 물어봤다.

급히 연락처를 주고받은 후 나중에 만났다.

나이는 나랑 동갑이고 집도 직선거리로 100미터 정도밖에 안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아들만 둘인데 공교롭게 우리 딸들과 나이가 같고 서울에 살고 있다고 한다.

20대에 도쿄에서 유학하던 시절 만난 남편과 서울-일본을 오가며 여행업을 하다가 두 아들 모두 성인이 되어서 독립하고 부부만 작년 말 삿포로로 이주해 정착했다고 한다.

이야기하다 보니 올봄에 집을 구할 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보러 왔었단다. 그래서 우리 집 구조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놀라운 인연이 가까이에 있었다니!!


그녀는 순돌이라는 시고르자브종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만난 첫날, 각자 집에도 가보고 같이 점심 먹고 차마시고 다이소에 쇼핑까지 다녀왔다.

창문을 열면 저~기에 순돌이 엄마네 창문이 보인다.

빨강머리 앤과 다이애나처럼 창문으로 촛불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겠지만 근처에 의지할 만한 친구가 생겼다는 게 너무 좋다.

순돌이 엄마도 삿포로에서 만나는 한국인은 사업에 관련된 사람들뿐이어서 조심스러웠는데 말과 정서가 통하는 동갑내기 친구가 생겨서 좋다고 한다.

드디어 나도 동네친구가 생긴 것이다!

좋은 인연이 될 수 있게 소중하게 아껴야겠다.

내 방 창문에서 순돌이네 집이 보인다.

순돌이 엄마, 먼저 말 걸어주고 친구 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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