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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Apr 22. 2018

베푸는 사람이 성공한다

<GIVE and TAKE> 애덤 그랜트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직장생활은 이기적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베풀기 좋아하고 헌신적인 사람도 직장생활을 오래하면 다른 사람이 된다. 요령껏 일하고 성과를 잘 포장하는 사람들이 잘 나가는 것 같다. 베풀기 좋아하면 자신만 호구가 되는 기분이다. 결국 조직이나 타인을 위하는 것보다 나의 이해관계를 잘 따지는 것이 슬기로운 직장생활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아름다운 본성, '이타성'을 훼손하며 살아가는 삶이 나는 불편하다. ‘난 이런 사람이 아닌데...’ 하면서도 손해보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사는 내 모습이 애처로울 때가 있다. 사실 우리는 학교에서부터 ‘이기적’ 삶을 강요 받았다. 나의 성공이 너의 실패가 되는 순위 경쟁의 문화로 인해 서로를 적으로 보는데 익숙하다. 하물며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매일 전쟁을 치뤄야 하는 기업들에게 '이타성'은 한가한 소리로만 들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역대급 반전을 보여준다. 저자인 애덤 그랜트는 이기적으로 살라고 하는 세상의 목소리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그가 생각하는 슬기로운 직장생활은 바로 ‘타인을 돕는 것’이다. 타인을 돕는 것 자체가 행복한 사람들이 성공 사다리의 꼭대기에 올라선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사례와 이론들을 통해 이 주장을 견고하게 세워가는 저자에게 난 반하고 말았다. 베푸는 사람들이 성공한다니!


베풂은 위험을 동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주아 드 비브리(Joie de Vivre) 호텔 창립자로 유명한 칩 콘리(Chip Con-ley)가 말했듯, "베풂은 100미터 달리기에는 쓸모가 없지만 마라톤 경주에서는 진가를 발휘한다.”


조직에는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조직 안에는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기버(Giver), 매처(Matcher), 테이커(Taker) 이다. 기버는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의 이익에 먼저 관심을 둔다. 매처는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의 균형에 신경 쓰며, 테이커는 타인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키우는 데 관심이 있다. 직장에는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많을까? 직장에서는 철저한 기버나 테이커는 거의 없다. 이익과 손해의 균형을 이루려는 매처가 많다고 한다.


저자는 이들 중 성공 사다리의 맨 밑바닥뿐 아니라 맨 꼭대기에 있는 사람도 모두 '기버'라고 한다. 자신보다 타인의 이익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다니, 일반적인 통념에는 벗어나는 주장이다. 베푸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지금은 "협업"이 성공의 중요한 요소이다. 다양한 역량의 팀원들로 구성된 팀 중심의 업무체계를 이룬다.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기버는 이 협업 환경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낸다.


현재 미국과 유럽 기업의 절반 이상이 팀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우리는 자동차 제조, 집짓기, 외과수술, 비행기 조종, 전쟁, 교향곡 연주, 뉴스 기사 작성, 기업 회계 감사 등 거의 모든 일을 팀에 의존한다. 팀은 정보를 공유하고 남들이 꺼리는 일을 자원해서 맡으며 타인을 돕는 기버가 없으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기버(Giver)들이 성공하는 이유


기버는 동료를 돕는 일이 즐겁다.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공동의 이익을 우선시 한다. 그들의 행동은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그리고 팀에 이러한 기버가 한 명만 있어도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이 바뀐다. 기버의 꾸준한 헌신이 인정을 받고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면, 이것이 하나의 모범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국 기버들은 장기적으로 조직 안에서 인정과 존경을 받을 뿐만 아니라, 조직의 성과 파이를 키워서 기버 자신의 몫도 더 가져 간다.


심리학자 에드윈 홀랜더(Edwin Hollander)는 고전이 된 자신의 논문에서,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너그럽게 행동하면 '이디어싱크러시 크레디트(idiosyncrasy credits, 개인신용점수)'를 얻는다고 주장한다. 이디어싱크러시 크레디트란 조직 구성원의 마음속에 누적되는 어느 한 개인의 긍정적인 인상을 말한다. 어떤 조직에든 매처의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 가장 많다. 그들은 보통 마음 속으로 구성원 각자와의 손익 대조표를 만든다. 그중 누군가가 호의를 베풀어 이디어싱크러시 크레디트를 얻으면 매처는 그에게 조직 규범이나 기대에서 일탈할 자격을 준다. 버클리대학의 사회학자 로브 윌러가 한마디로 요약했듯 "조직은 개인의 희생을 보상해준다."


기버의 성공은 그의 헌신에만 의지하는 것은 아니다. 기버는 동료들의 잠재적 능력을 끌어내는 데도 기여한다. 그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재능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동료들의 능력을 검증하기보다 동기를 부여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 반면 테이커와 매처는 일단 동료의 능력을 의심하며 검증하고 싶어한다. 처음부터 상대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


실제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교사의 신뢰가 학생의 학업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교사가 학생에게 잠재력이 있다고 믿을 경우, 교사는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하며 관심을 기울이고 학생은 실제로 더 높은 학업 성과를 보여준다. 직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나를 믿어주는 리더와 나를 의심하는 리더. 누구와 일할 때 더 열심을 다하겠는가?


경영자가 특정 직원이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고 믿게 하면 그 직원은 큰 발전을 이뤘다. 맥나트는 경영자의 개입이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결론지었다. 경영자가 "직원들의 잠재력을 믿고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이면... 신뢰가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더 노력하게 하며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고 믿고 지원하면...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기버는 팀웍을 끌어내는 데에도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테이커의 의사소통방식은 강압적이다. 강압적 태도는 정보 공유와 좋은 아이디어를 나누지 못하도록 막는다. 팀원들이 수동적일 경우 강력한 화법을 구사하는 리더가 팀을 효율적으로 이끌지만 자기주도적 구성원일 경우 ‘힘을 뺀 의사소통’이 더 효과적이다.  


’힘을 뺀 의사소통'은 덜 단정적으로 말하고 의문을 많이 드러내며 상대의 조언에 크게 의지하는 것이다. 리더들은 조심스럽게 말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이러한 의사소통은 팀의 소통을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팀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동료들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더해주는 효과도 크다고 생각한다. <심슨가족>의 작가였던 메이어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메이어가 동료 작가들에게 주고자 한 것은 응징이나 처벌받을 걱정 없이 위험을 무릅써도 된다는 믿음으로, 이를 '심리적 안전감'이라고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 교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son)의 연구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더 많이 배우고 혁신을 이룬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흔히 기버는 메이어처럼 그러한 환경을 조성한다. (중략) "메이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을 주는 사람입니다. 우리를 그의 날개 아래 거둬주었죠. 덕분에 팀에 참여하고 어울리기가 아주 쉬웠습니다. 그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놓도록 우리를 독려했고 깎아내리는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또한 그는 항상 경청하며 우리의 의견을 물어보았지요."


힘을 뺀 의사소통 방식은 많은 기버에게 자연스러운 언어이자 그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숨은 원동력이다. 스스로 약점을 드러내는 것, 질문하는 것,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 조언을 구하는 것은 단지 영향력을 얻는 문을 열어줄 뿐이지만 그 영향력은 인맥 쌓기나 동료들과의 협업 등 일과 삶 전체에 울려 퍼진다. 물론 모든 기버가 힘을 뺀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이 방식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신뢰와 화합을 구축할 때 그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잘 안다.


성공하는 기버는 ‘이기적 이타주의자’


모든 기버가 성공사다리의 꼭대기에 올라서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성공사다리 맨 밑바닥에도 기버들이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성공한 기버는 이타적인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주되 남에게 끌려다니지 않으며, 자신의 욕구와 이익에도 집중한다. 이러한 태도는 성공한 기버들이 쉽게 지치지 않도록 도와준다. 베푸는 삶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반면, '이기심 없이' 베풀기만 하는 기버는 자신의 이익을 하찮게 여기고 도움을 받는 것을 불편해 한다. 결국 타인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바치고 육체적, 정신적 대가를 치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이익에 대한 관심 덕분에 에너지를 유지하는 성공한 기버가 실패한 기버보다 더 많이 베푼다. (중략) 성공한 기버는 실패한 기버보다 덜 이타적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소진한 에너지를 회복하는 능력 덕분에 세상에 더 많이 공헌한다.


조사에 따르면 기버들은 연봉 상승폭, 발전 속도, 승진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조직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그 대가는 받지 못하는 '호구'가 되기 쉽다. 성공하는 기버가 되려면 세가지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사람을 너무 신뢰하는 것, 과도하게 공감하는 것, 지나치게 소심한 것이다. 기버의 장점이 지나쳐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매처가 가진 장점들을 활용해야 한다.


심리학자 브라이언 리틀이 말했듯 본성이 기버일지라도 매처의 접근 방식을 발전시켜 제2의 본성으로 삼는 데 익숙해지지 않으면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성공한 기버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신뢰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상황을 살피고 잠재적인 테이커를 가려내는 데도 주의를 기울인다. 그들은 언제든 테이커의 마음에 감정이입을 하기보다 생각을 분석하는 방향으로 전환활 준비가 되어 있다. 또한 아무 조건 없이 베푸는 자세를 버리고 더욱 세련된 접근 방식을 택한다.


결국 성공하는 기버들에게는 '돕는 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도움으로써 얻는 ‘삶의 의미와 행복’이 중요하다. 즉 도움을 베푸는 과정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소진되거나, 호구가 된다고 느끼면 행복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 나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기버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가 말하는 ‘이기적 이타주의자’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의 행복’을 추구하기에 이기적이지만, 행복을 얻는 통로가 ‘타인을 돕는 것’이기에 이타주의자인 것이다.




책은 독자들이 가질만한 다른 궁금증도 해결해준다. 테이커나 매처를 기버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기버들로 가득한 조직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인지. 이 책을 읽고 기버처럼 행동하려는 매처나 테이커도 성공할 수 있는지... 등등. 다만, 이 글에서는 여기까지만 소개하려고 한다. 사실 위의 내용도 책이 담고 있는 풍성한 사례들과 이론적 근거들에 비하면 너무나 빈약하다. 책이 전하려는 기본 아이디어를 전할 수 있다면, 그 역할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성공을 넘어 행복한 인생을 위하여


나의 성향은 매처에 가깝다. 도움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 것이 편하다고 믿으며 살았다. 하지만 인생에서 어렴풋이 깨달은 점 중 하나는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삶 속에 행복한 순간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복을 경험하는 관계 속에서 신뢰와 애정, 헌신이라는 가치가 선순환을 이룬다. 베푸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일하고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많은 연구가 베푸는 행동은 행복과 삶의 의미를 향상시키고 더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를 유발해 돈을 더 벌게 해준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중략) 베풂에 따르는 행복이 사람들을 더 열심히, 오랫동안, 솜씨 있게,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해준다는 증거는 아주 많다. (중략) 평균적으로 볼 때 더 행복한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벌고 더 높은 실적을 올린다. 또한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협상을 더 좋게 이끌어내며 소속된 조직에 더 많이 공헌한다. 행복도 하나가 직원들 사이의 업무 실적에 10%의 차이를 낸다.


남에게 베풀기 좋아하고 돕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직장에서는 마음껏 베풀며 살아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소개하고 싶었다. 직장생활 속에서 경쟁과 갈등을 경험하며 조금씩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움을 느낀 적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 작은 위로와 도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타인을 돕고 싶어하는 이타성이 있다. 동시에 타인을 돕는 삶이 더 즐겁고 행복하다.  최근 읽었던 심리학 책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책은 타인을 돕는 사람이 성공한다고까지 이야기한다. 만약 조직 안에서 바보가 될까 두려워했다면, 이제는 주저하지 말자. 우리 안에 있는 고결한 본능에 충실하자. 행복은 내 마음이 가리키는 바로 그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이는 직장에서의 행동이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당신이 일상생활에서 기버의 가치를 간직하고 있다면 직장생활에서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조금이라도 이타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면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은 더 큰 성공, 풍부한 의미 그리고 지속적인 영향력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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