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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Mar 25. 2018

대화의 기술이 행복한 직장을 만든다

<말이 통해야 일이 통한다> 박재연

우리는 '대화'를 배운 적이 없다


직장인들이 회사 생활을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관계다. 안타까운 것은 어느 회사에 가도 마음에 들지 않고 관계가 불편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당장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도망간 그곳에서도 문제적 인물을 만날 확률 역시 100%이다.


사람과의 갈등이 시작되는 지점은 '대화'이다. 상사의 한마디 때문에 위축되고 상처를 받는다. 부하 직원의 한마디 때문에 화가 올라온다. 조직 안에서 이런 상황이 반복되어도 갈등은 해결되지 않는다. 참고 견디며 지내거나 떠나는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언어'를 배웠을 뿐 '대화'를 배우지는 못했다. 대화를 통해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서툴다.


내게도 대화는 늘 어려운 과제였다. 특히 조직에서는 도움을 요청하거나 거절하는 것이 어려웠다. 혼자서 일을 싸매고 끙끙대던 때도 많았다. 다른 사람의 주장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것도 어렵다. 상사의 말에 쉽게 위축되어 해야할 말도 못 하고 종일 긴장 상태로 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말이 통해야 일이 통한다>는 이렇게 조직 안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대화의 기술을 담고 있다. 저자가 기업 강의를 통해 경험한 다양한 실제 사례들은 공감을 더해준다. 무엇보다 ‘행복한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더해 준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


대화는 쉽지 않은 일이다. 대화를 문제 해결의 수단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조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부서의 분위기를 변화시키기 위해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말하다 보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진다.  


대화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수용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안에 있는 '자기 확신'과 '편견'이라는 방해물이 대화를 단절시킨다.


"신입 사원들이 뭘 알겠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맞는 거야."

"네가 하는 행동은 조직엔 어울리지 않아."


나의 생각과 판단이 옳다는 '자기 확신'은 대화를 폭력적으로 이끌어간다. 자신의 판단 외에 다른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상대에게 강요하고 협박하며,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해서라도 움직이게 만들고자 합니다. (중략) 그러나 누군가를 움직이기 위해서 힘을 쓰려하면 할수록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관계의 단절과, 조직의 침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그 사람은 정말 자기밖에 몰라."

"그 팀장은 독선적이라 대화가 안 돼."


우리는 쉽게 사람을 평가하지만 사람은 하나의 수식어로 평가될 수 없는 존재이다. 조직에서는 '냉혈한' 상사처럼 보이지만,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그저 '딸바보' 아빠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군가의 특정한 모습을 보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런 판단이 반복되면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라고 단정적인 꼬리표를 붙이게 되는데, 이런 꼬리표는 우리의 관계를 연결시키기보다 단절시키는 결과를 갖고 옵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아는 이미지로만 상대를 보려 하기 때문입니다. (중략) 상대가 지닌 다른 모습을 보려 하지도 않고 말이지요.

대화를 잘한다는 것은 이런 내적인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짐을 의미합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판단과 편견들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상대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이해와 공감이 우선되지 않고서는 폭력적인 소통과 조직의 침묵, 관계의 단절만이 반복될 뿐이다.



대화는 '욕구'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조직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적인 능력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한다.


1. 상대를 비난, 평가하는 습관을 알아차리는 능력
2.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능력
3. 자신의 감정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인식하는 능력
4. 자신의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능력
5. 그 감정에 대한 책임을 자신의 욕구에서 찾을 수 있는 능력
6. 그 욕구를 충족할 방법을 스스로 혹은 협조를 통해 찾아 나가는 능력


난 상대를 비난하고 평가하는 것에 익숙하다. 특히 그 사람에 대해 다 안다는 듯이 사람에 대한 꼬리표를 달기 좋아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그 꼬리표와 연결해서 판단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김 대리는 너무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서  불편하고 피곤해. 오늘 표정 보니까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은 거 같아. 조심해야겠어."


저자는 판단을 하고 있는 나의 감정과 욕구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와 대화를 이어가기 전에 먼저 나 자신과의 진실한 대화가 필요하다.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상대방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과 욕구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나는 김 대리가 기분 나쁜 티를 많이 내면  불편하고 언짢은 기분이 들어. 나는 회사에서도 동료들과 서로 배려하고 편안한 관계를 맺는 걸 원해'  


즉 나는 김대리가 예민한 성격이어서 불편한 것이 아니다. 동료들과 서로 감정을 배려하며 편안한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불편한 것이다. 핵심욕구를 이해하면 대화의 접근이나 방향이 달라진다. 상대의 예민한 성격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를 위한 배려를 요청하게 될 것이다.


마샬 로젠버그 박사는 “우리의 감정은 충족되었거나 충족되지 않은 욕구의 신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핵심 욕구가 바로 ‘감정의 원인’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상대나 상황으로부터 받은 자극 때문에 우리가 짜증 나는 것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짜증이 나거나 불쾌한 이유는 상황이나 상대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중요한 핵심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3일간 밤을 새우고 완성한 보고서에 내 이름이 없는 것을 보면 왜 억울하고 분합니까? 상대가 이기적이고 교활해서일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력에 대한 인정과 진실되고 믿을 수 있는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회의 시간에 상사가 굳은 얼굴로 "의견들 없어? 말을 해봐"라고 하면 왜 위축되고 긴장될까요? 믿을 수 있고 안정된 상황에서 자기표현을 하길 원하기 때문이지요.


상대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핵심욕구를 의식적으로 찾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에서도 상사나 부하의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 있다면, 그 사람의 핵심 욕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상대의 말과 행동에 동의할 수는 없어도 욕구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해와 공감은 대화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담배를 피우는 중학생의 행동에 동의하진 못해도 그 행동의 원인인 친구들과의 소통, 휴식, 위로 등의 욕구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도 소통과 휴식, 위로는 중요한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때야 비로소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원하는 방법으로 안내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욕구를 이해하면 어떤 갈등이든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길이 보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이나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점은 바로 행동이나 말 자체가 아니라 숨겨져 있는 핵심 욕구를 찾아내는 데 있습니다.



소통을 이루는 힘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판단과 비난을 멈추고,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 돌아보는 일. 바쁜 업무와 일상 속에서 가능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좋은 가치에는 반드시 비용이 따른다.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를 만드는 일은 인생에 있어 가치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다.


저자는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동료를 아끼는 ‘사랑의 욕구’, 무언가 주려는 ‘기여의 욕구’, 함께 성장하려는 ‘협력의 욕구’ 가 그것이다.  일이 풀리지 않아 걱정일 때 같이 고민해주는 동료,  일손이 부족할 때 도와줄 것이 없는지 먼저 물어봐주는 부하 직원,  집에 일이 생겼을 때 일찍 퇴근하도록 배려해주는 상사 등 직장 생활 가운데 우리는 반드시 소통과 공감의 힘을 경험하게 된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우리 조직의 누군가는 무관심하고 이기적이라고, 그래서 말하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동료에게도 소통의 힘이 있다고 한다. 다만, 삶의 경험들 가운데 그 힘이 훼손당한 것일 뿐이다.


우리의 이런 타고난 욕구들이 사회적인 관계에서 비교당하고 강요받으면서 훼손된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의 진정한 변화를 촉진하고 싶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잃어버리고 훼손된 상대의 욕구를 회복시켜 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어서 상대가 스스로 기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없던 것을 만들어 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동료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기 원하며 함께 성장하기 원한다. 다만, 소통과 이해, 공감의 기술에 서투를 뿐이다.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여전히 진실된 대화에 갈급하다. 그래서 이 책이 참 소중하다. 불가능할 것만 같은 행복한 직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기대하며


책에는 대화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과 함께 구체적이며 실용적인 대화의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요청하는 법,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말하는 법, 갈등을 경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재자로 듣는 법, 화가 났을 때 자기감정에 책임지고 명료하게 말하는 법, 거절하고 싶을 때 서로를 보호하며 말하는 법, 싫어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 법  등 직장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어려운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나도 이 책이 알려주는 방법들을 조금씩 적용해보고 있다.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의 감정과 욕구가 무엇인지 조금씩 들여다본다. 나 자신을 들여다볼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문제 해결 방법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음을 느낀다.


아직 직장에서는 대화의 기술을 적용해 보지 못했다. 시도해보고 싶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을 참아내는 것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 언제나 떠날 수 있는 가벼운 관계로만 여기고 싶지도 않다. 하루 중 가장 긴 시간 함께하는 동료들. 갈등의 시간들을 거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관계가 되기 원한다. '행복한 직장'은 그 노력의 긴 여정 어디쯤에 있지 않을까.


혹시라도 갈등이 생길까 두렵더라도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우리’의 범주에 속한 사람들과 소통을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소통의 시작으로, 서로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먼저 나누어 보십시오. 동료나 친구, 배우자나 가족들의 작은 성공이나 노력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십시오. 작은 고통이나 억울함에 대해 진심을 담아 위로해 보십시오. 다가가는 것을 어색해하지 말고 한 번만 해 보십시오. 한두 번의 시도가 마음속 ‘우리’의 범주를 키우고, 조직이나 가정의 성장뿐 아니라 삶을 벅차고 기쁘게 할 것입니다. 또한 어느 순간 자신의 지시나 요청이 부하 직원들이나 가족들에게 ‘달콤한 부탁’으로 들릴 것입니다. 더불어 진정한 권위가 살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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