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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Sep 27. 2020

잘 사는 삶은 의존하는 삶이다

<단단한 삶> 야스토미 아유무

얼마 전, 라면을 끓이다 화재 사고를 당했던 초등학생 형제를 기억하시나요? 코로나로 인해 학교도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도, 학교도, 지역사회도 이 아이들을 돌보지 못해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아이들이 의지하고 의존할 수 있는 어른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지요.


저는 어릴 때부터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천성이 그런 것인지, 부모님의 교육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움이 있어도 최대한 혼자서 해결하고,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믿었죠. 어른이 되어도 마찬가지여서, 직장에서도 동료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을 어려워했습니다. 도움을 구하는 행동이 곧 나의 무능력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오늘 소개할 책, 야스토미 아유무가 쓴 <단단한 삶> 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의존할수록 잘 사는 삶이라고 하는 겁니다. 의존할수록 나답게, 자립된 삶을 살 수 있다는 그의 역설적인 주장. 저도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었는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자립의 역설


저자의 생각은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자립은 의존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인간이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어떤 부분에서는 ‘장애’가 있지요.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의 불편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 지점을 타인에게 의존하지 못한다면 자립은 불가능합니다. 제 경우에 적용해 보면 이런 겁니다.


저는 허리디스크가 심각해서 3kg 이상 물건은 절대 들리지 말라는 의사의 경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몸을 쓰는 직업은 아니지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무거운 걸 드는 일은 다반사지요. 집에서도 장을 보거나 택배를 옮길 때 힘을 써야만 합니다. 의사의 말을 지키려면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그 날 이후 아내는 저 대신 무거운 짐을 옮깁니다. 제 사정을 알게 된 회사 동료들도 힘쓰는 일은 저 대신 맡아 줍니다. 얼마나 고마운 지 모릅니다. 저는 의존했기 때문에 자립할 수 있었습니다. 모순된 표현 같지만 삶의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가족과 동료에게 의존하지 못했다면 평범한 삶을 지켜내지 못했겠지요.



자유의 역설

    

저자는 또 이렇게 주장합니다.


의존하는 대상이 늘어날 때 사람은 더욱 자립한다


만약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오히려 그 사람에게 종속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상대방에게 버림받으면 삶이 무너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돈독한 관계를 맺어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그루밍 범죄’ 역시 이런 상황에서 벌어집니다.


또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자립하여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선택의 자유라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유를 다르게 정의합니다.


자유는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 문장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회사 때려치우고 세계 여행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했는데, 더 멋진 자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물었지요. ‘내가 바라는 삶의 방향은 뭘까?’ 하고 말이죠.



물론, 내가 바라는 성장이라는 것이 ‘건물주’라면 돈으로 가능합니다. 하지만 '나다운 삶'을 원한다면 돈이 아닌 용기가 필요합니다. 행복하고 보람된 삶을 살고 싶다면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지요. 때로는 주변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허황된 꿈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요. 그래서 내가 믿을 수 있고, 나를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야 합니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자라고 싶은 방향을 향해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성장은 혼자 결심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유롭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주위에 많이 필요합니다. 코지마–나카무라 원리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사람에게 지지받는 사람이야말로 자립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자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유롭기도 합니다.


이 말에 공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서른 살에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비영리단체로 이직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 친구들에게 이야기했지요. 솔직히 걱정도 되고 두려웠기 때문에 공감과 지지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 이야기를 들었던 분들은 저를 지지하고 격려해주었고, 진로에 대해 상담을 해보라며 누군가를 소개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들 덕분에 저는 제 선택에 더 자유로워진 것이지요.


    


좋은 관계에 투자하라


결국 잘 사는 방법은 관계에 달려 있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며,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풍요로울수록 자립된 삶,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 나의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인생에서 필요가 없습니다. 삶을 더 괴롭게 할 뿐이지요. 그런 사람들과는 하루빨리 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어야 하지요.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것이 자립이라고 생각할 때는 돈에 의지하고 집착하게 됩니다. 돈에 집착할수록 사람과의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어렵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이해타산을 따지게 되니까요.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경제적 이익을 준다면 사이좋게 지내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돈의 목적을 새롭게 정의합니다. 돈을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화폐 지출은 마땅히 관계에 투자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똑같은 것을 사더라도 그것이 당신의 욕망을 얼마만큼 채워 주는지만을 생각하는 것은 능사가 아닙니다. 그것을 구입함으로써 어떤 관계가 만들어지는지 생각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중하게 여기는 것과 이어집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까?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까? 더 좋은 삶을 위한 저자의 제안에 공감한다면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해보세요. 그 답변에서부터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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