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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Jan 05. 2022

초격차 기업을 위한 5가지 조언

<초격차> 권오현

<초격차>는 삼성전자 권오현 전 회장이 써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입니다. 조직 경영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담았습니다. 평범한 연구원에서부터 시작해 세계 1위 기업 CEO가 되기까지의 화려한 이력에 비해 그의 메시지는 담백했는데요. 리더십과 조직운영, 사업전략까지...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메시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1. 리더는 생각하는 사람 


저자는 훌륭한 리더에 대해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하며 생각하는 시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리더는 조직의 생존과 성장, 미래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조직의 장은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지, 육체적으로 바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Brain Busy, Body Easy’라는 영어 표현을 제가 만들어보았습니다. 즉 생각은 골똘하게 하더라도 몸은 바쁘면 안 됩니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될 일 목록’을 만드는 것입니다.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또 일하는 시간 중에서 필요하지 않은 시간을 먼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훌륭한 리더란 지혜로운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와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그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생각의 실마리를 찾게 되고,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어떤 기준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의사 결정자는 골방에서 혼자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고, 다른 분야,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영감을 얻는 사람입니다.

소소한 일에 소모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시길 바랍니다.


출처: yes24.com



#2. 조직 운영의 핵심, 인덱스(index)


회사마다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설정하여 조직의 성과를 평가합니다. 경험상 조직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지표(index)가 없는 곳도 있고, 지표가 있지만 성과 관리의 지표로 부적합해 보이는 곳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덱스 설정과 관리는 꼭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조직이 나아가는 방향을 잘 설명할 수 있고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덱스를 개발해야 해야 합니다. 좋은 지표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와 성과평가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각 부서가 원래 의도했던 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덱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합니다.

이미 R&R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맡은 부서가 최대의 성과를 내기 위한 인덱스를 만들게 합니다. 인덱스가 없으면 평가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부서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모든 부서가 스스로 체크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공정한 인덱스라 할 수 있습니다. 부서들이 작성한 인덱스에서 꼭 확인해야 할 것은 수행 평가를 위한 항목 수와 목표치의 적정성입니다.

매년 집중해서 효과를 극대화시킬 항목을 2, 3개로 국한시킬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수행 평가 항목들의 목표치가 도전적인지 일일이 확인해야 합니다. 보통 조직의 생리상, 조직의 구성원들은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인덱스로 제시하게 됩니다.




#3. 성장을 위한 벼랑끝 전술


한때 ‘하면 된다’는 꼰대 마인드를 비꼬아 ‘되면 한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일방통행의 막무가내식 목표 설정도 옳지 않지만, 되는 것만 하겠다는 마인드로는 조직은 물론 개인의 성장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도전적인 과제를 마주했을 때 비로소 우리의 성장판이 열립니다.


출처: pixabay.com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늘 뿐만 아니라 지식이 축적되어야 합니다. 실력과 지식이 축적되는 조직에게만 미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부서를 맡으면 그 부서의 분위기를 바꾸고, 새로운 미션을 줍니다. 목표를 높이 잡고 전 구성원이 그 일을 통해서 지식과 실력을 축적하기를 요구합니다. 어떤 때는 아주 극단적인 목표를 설정하도록 해서 구성원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갈 때도 있습니다. 도저히 달성하지 못할 것 같은 계획을 세우고 무모해 보이는 경영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극단적인 목표는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수 없는 과제를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과제를 수행하면서 사람과 조직은 성장하기 마련이지요.

극단적인 목표를 제시했을 때 듣게 되는 첫 번째 반응은 대부분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라는 말입니다. 충분히 그런 반응이 나올 만합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리더가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거나 자신의 뜻을 서둘러 밝혀서는 안 됩니다. 대신 “그렇다. 나도 인정한다. 그런데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당신에게 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가 당신에게 이 일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사실 이런 말은 격려하고 독려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벼랑 끝으로 그 사람을 몰고 가는 전략입니다. 이렇게 벼랑 끝에 몰리면 사람들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새로운 해결책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기’는 장기적이면서 어려운 과제일 때 효과가 있습니다. 단기 목표에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하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단기 목표를 위해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면 그 사람은 아예 포기해버리고 벼랑 끝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자고 하는 것이 경영입니다.”




#4. 회의를 하는 진짜 이유


회의는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공유, 피드백, 의사결정 등 회의를 왜 하는지가 명확해야 효과적인 진행방식을 결정할 수 있죠. 하지만 꼭 회의의 방식일 필요는 없습니다. 책임을 추궁하는 회의보다, 편안한 분위기의 토론 자리가 더 생산적일 때도 있습니다.


출처: pixabay.com


저는 ‘회의’란 사전에 어떤 자료를 준비해 와서 참석자가 발표를 하게 되면 그것이 ‘회의’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PPT가 되든, 종이에 인쇄된 분기 실적 보고서이든 어떤 자료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면 그것은 ‘회의’입니다. 

‘간담회’는 성격이 다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자료가 책상 위에 놓여 있지 않은 모임을 저는 ‘간담회’라 부릅니다. 화려한 PPT 화면이 스크린을 장식하지도 않고,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도 없습니다. ‘간담회’는 정기적으로 하는 보고가 아니라 상황에 필요한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자리입니다. 제가 선호하는 방식이 바로 이 ‘간담회’ 형식입니다. 

간담회에서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참석자의 실력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토의 안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아예 대화 자체에 참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구두시험을 자연스럽게 보는 셈이지요.

제가 회의나 간담회를 통해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간단합니다. 라운드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안건에 대한 토론을 진행합니다. 각 부서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 부서장 혹은 팀장들에게 순서대로 물어봅니다. 이번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 것이 좋을지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입니다.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냐고 먼저 물은 다음, 반드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다시 물어봅니다. 간담회 참석자들의 의견이 한 방향으로 모아진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간담회 참석자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면 그 모임을 중단시키고, 내일이나 다음 주에 만나서 다시 얘기해보자고 합니다. 모든 결정을 제가 최종적으로 내리지 않았습니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는 우선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설령 본인의 판단에 자신이 있어도 다른 의견이 도출될 때는 시간을 두고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회의를 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5. 초격차를 위한 실행전략


저자가 말하는 초격차는 이런 것입니다.


초격차는 단순히 시장의 파워나 상대적 순위를 의미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비교 불가한 절대적 기술 우위와 끊임없는 혁신, 그에 걸맞은 구성원들의 격을 의미해야 합니다. 제가 경영 현장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하나씩 실현시킨 ‘초격차’란 미래를 대비하여 기업의 모든 차원을 과감히 혁신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다른 누군가와 비교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고 기술은 물론 조직, 시스템, 공정, 인재 배치,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格, level’을 높이는 것이 초격차 전략의 진정한 의미인 셈입니다.


시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한 기업의 사업전략이자, 미래를 대비한 지속적 혁신을 이끌어내는 기업문화입니다. 초격차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2가지가 필요한데, 하나는 핵심역량에 대한 선택과 집중입니다.


출처: pixabay.com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나머지 모든 가치는 모두 과감하게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초격차 전략’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부서나 프로젝트를 과감하게 없앨 수 있었던 판단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초격차 전략’에서 이런 판단의 기준은 ‘이 일(프로젝트)이 미래에 우리를 성장시킬 것인가? 혹은 이 일(프로젝트)이 미래에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올 것인가?’란 단순한 질문이었습니다. 항상 ‘미래’가 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혁신하는 문화입니다.


조직 개편 후 첫 번째로 내린 지시는 공기工期를 절반으로 줄이고, 수율을 상상하기조차 힘든 목표로 설정한 뒤 그것을 반드시 달성하도록 독려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원들은 기존 방법으로는 도저히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되자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다른 방법, 즉 혁신적 방법을 시도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직원들은 ‘개선’이라는 보수적인 영역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고, ‘혁신’의 영역으로 생각의 틀을 점차 바꾸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목표 도달로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이런 혁신의 분위기가 반도체 제조 라인의 문화로 정착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런 혁신의 문화는 리더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즉, 기존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혁신을 시도 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해요.


한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체질을 개선해나가는 데 만족하지 말고, 아예 생각 자체를 바꾸는 혁신적인 사고가 요구됩니다. 개선은 실무자가 하는 것이라면 혁신은 리더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점진적인 개선은 실패할 경우가 거의 없지만, 파격적인 혁신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리더의 적극적인 주도와 참여가 없다면 혁신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리더의 역할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판단과 의지를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처음부터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혁신을 추진할 경우, 반드시 기존의 이해 당사자들stakeholder이 그 변화의 방향에 대해 모두 저항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혁신으로의 방향 전환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혁신으로 방향을 정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사람을 교체시켜야 합니다.


출처: pixabay.com



하지만 초격차가 놓친 것은...


책을 읽다보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고민하는 리더의 비장함이 느껴집니다. 동시에 직장인으로서, 또 팀의 리더로서 갖추어야할 역량과 태도에 대해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한 마음이 듭니다. 저자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혁신을 이야기하는데, 기업이 '왜' 생존하고 성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책에 없습니다. 제 아버지뻘 되는 세대들에겐 기업의 존재가 당연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해 묻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워졌지요. 최근 ESG 경영이 화두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앞으로는 기업의 존재 이유에서부터 '격'을 갖추지 않으면 시장에서의 생존은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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