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하고 싶습니다

INFJ의 해방일지 (2)

by 재희

“왜 이렇게 일찍 나가?”


아내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시간 약속에 대한 강박이 있다.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을 못 견딘다고 해야 하나. 항상 먼저 가서 기다려야 마음이 편하다.


출근 시간도 마찬가지다. 항상 2-30분씩은 일찍 도착한다. 부지런하고 성실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의 의지라기보다 그렇게 생겨먹은 영향이 더 크다.


늦으면 마음이 어렵다. 사회적 기준을 어긴다는, 타인에게 나쁜 인상을 준다는 생각 때문인지.


약속 시간에 자주 늦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동 시간 고려해서 충분히 제시간에 올 수 있을 텐데.. 그들의 인격을 의심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무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겨먹은 걸… 어떡하겠나. 악의는 없다. 타인의 시선과 불편함에 예민하지 않을 뿐.


오히려 그들을 닮고 싶을 때도 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나’보다 ‘타인’을 우선시하는 삶은 피곤하다. 나와 타인 간의 밸런스가 건강한 마음의 밸런스를 맞춘다.


나도 간혹 늦잠을 자서 지각하는 경우는 있다. 2-3년에 한 번 정도.


더 많이 지각하고 싶다. 너무 피곤하고 기분이 찌뿌둥하고 괜히 투정 부리고 싶은 그런 날들도 있으니까. 나를 조금 보듬어주고 싶은 그런 날. 하지만 약속을 어길 수 없는 그런 날. 더 열렬히, 더 치열하게 지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