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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Aug 08. 2018

나미야 잡화점은 어디에나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술술 읽히는 책은.

머리가 아파서 핸드폰도 못보는 버스 안에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이야기의 힘을 새삼 느낀다.

이미 문을 닫은 나미야 잡화점, 이 곳에서는 현재와 과거가 이어진다. 현재의 사람과 과거의 사람이, 현재의 삶과 과거의 삶이 연결되는 기적의 공간이다.

별볼 일 없는 빈집털이범들이 과거로부터 온 고민 편지를 상담해준다는 설정이 재밌다. 자기 앞가림 하기도 버거워 타인의 삶을 바라볼 여력이 없던 이들이, 상관없는 사람들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고민상담 편지를 보낸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어렵고 힘든 순간에는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일조차 힘겹다. 하지만 기운을 내서 고민을 써내려 간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제대로 잘 살아보고 싶어서다. 인생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수십년전 고민 상담을 처음 시작했던 나미야 할아버지는 그 마음을 이해했다. 그래서 진지했다. 장난 같은 고민 상담에도 허투루 답변하는 법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다가온 사람들의 삶을 소중히 여겼다.


생각 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도둑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을 모른 척 지나가지 않았다. 돕고 싶어했다. 나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지만 손을 내밀어줬다. 타인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아쓰야, 네 말도 물론 잘 알겠는데, 왠지 이대로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어. 이 달 토끼라는 여자, 상당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잖아.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지 않아?


삶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면 기적이 일어난다. ‘용기’라는 기적이다.

고단한 인생의 길을 걷다보면 용기는 두려움에 묻혀 버린다. 내가 꿈꾸던 인생이 있지만, 현실의 무게와 두려움 앞에 눈 감아 버린다.

내 마음에 정직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길로 당당히 나아갈 수 있는 용기. 내 삶을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만드는 기적이다. 일상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그 기적이 나미야 잡화점에서 일어난다.

이야기를 읽으며 몇 번이나 눈물이 났다.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예뻐서다. 옆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이 만드는 기적 때문이다.

자연스레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을까?



우리는 어느새 현실이라는 핑계로 소중한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있는건 아닐까.

나미야 잡화점은 어디에나 있다.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 저녁식탁, 친구와 함께 차를 마시는 조용한 카페, 회사 동료들과 밥을 먹는 구내식당도 나미야 잡화점이 될 수 있다. 서로의 삶 속에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기적의 공간이 된다. 옆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만 있다면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있었던 지하철과 버스도 기적의 공간이었다. 나미야 할아버지의 마지막 답장은 독자들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저자의 진심어린 메시지일 지 모른다. 이 문장을 읽은 누군가는 분명 ‘용기’를 얻는 기적을 경험 했으리라.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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