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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Aug 19. 2018

창의적 조직을 만드는 커피타임의 비밀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알렉스 펜틀런드

누구나 창의적 조직에서 일하기 원한다. 창의적 근무 환경에 대한 사례들도 알고 있다. 자유분방한 느낌의 사무실이라든지, 유연하고 자율적인 근무 시간, 간식꺼리로 가득 차 있는 휴게공간 등등.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장치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 지 정확히 알 지는 못한다.


빅데이터와 사회물리학적 방법론은 창의적 조직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사회물리학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 패턴을 분석해 사회 현상을 설명하려는 정량적 사회과학이다. 의사소통의 디지털화와 빅데이터 기술이 등장함으로써 상호작용 패턴에 대한 의미있는 연구 성과들이 발표되고있다. 조직의 창의성과 생산성에 대한 설명도 그 중 하나다.


강물처럼 아이디어가 흐르는 조직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직 내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 혹은 의사소통 패턴이 창의적이며 생산적인 조직을 결정한다. 의사소통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규모,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적극성, 조직 외부의 다양한 아이디어에 대한 관심과 공유 등이 조직의 성과에 기여한다. 심지어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모든 요소를 합한 것 만큼이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의사소통 패턴과 조직 성과 간의 정교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조직 내 상호작용에 대한 빅데이터가 우리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라.


의사결정을 위해 소수의 팀원이 오랫동안 노력하는가? 다수의 사람이 짧은 시간 동안 기여하는가?

의사결정 과정에 나오는 아이디어에 대해 참여자들이 지속적이며 즉각적으로 반응하는가?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비슷한 정도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반응을 드러내는가?


가능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교환되고 아이디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구성원들이 공평하게 참여할 때 조직의 성과가 향상된다. 구성원들 상호간 사회적 학습이 지속됨으로써 집단지성의 효과가 발휘된다.


모두가 모여 매일 회의를 하란 얘기가 아니다.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유통되고 있는지, 조직 외부의 아이디어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유하고 있는 지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다.


고여있는 물이 썩어 버리듯, 아이디어가 정체되고 비슷한 생각들만 돌고도는 조직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조직의 아이디어 흐름은 끊임없이 흘러가며 새로운 물줄기들이 유입되는 강물과 같아야 한다.


커피타임이 조직의 성과를 바꾼다


사회물리학은 IT기술에 기반하여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함으로써 효용성을 증명해가고 있다. 구성원들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 흐름이 높은 성과를 낸다는 것도 파악했다. 때문에 상호작용 패턴을 기반으로 기업의 성과를 예측할 수도 있다.


한 연구진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콜센터가 커피타임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조직의 성과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 커피타임의 조정이 상호작용 패턴에 변화를 주고 콜센터의 업무생산성을 올려 연간 150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기존 콜센터 직원들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휴식시간을 가졌다. 이 경우 팀원들 간의 의사소통의 기회나 상호작용 횟수는 적을 수밖에 없다. 휴식시간을 팀 단위로 바꾸어 팀원들 간의 아이디어 교환과 의사소통을 활성화 시키고자 했다. 그 결과 평균 통화 처리 시간이 크게 줄어들어 비용 절감 효과를 본 것이다.


상호작용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사례처럼 제도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조직 문화, 구성원들의 사회적 태도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커피타임보다 중요한 것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 사이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자주'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적이며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관계일수록 상호 간의 신뢰도가 높게 나타난다. '신뢰'라고 하는 사회적 자본이 구성원들의 참여 수준을 높이고, 다양한 아이디어에 기반한 학습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결국 성과를 내는 건강한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면,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와 신뢰도 높은 관계망 형성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한다. 기업들도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책정하고, 사내 카페와 같은 공간을 통해 구성원들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려 한다. 하지만 내가 조직생활을 하면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조직의 문화와 사람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경우, 조직의 제도보다 문화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집단주의가 강한 편으로 조직이 함께 하는 시간이 적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권위주의가 강해  리더의 지시와 명령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며, 리더 역시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 한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타인의 아이디어에 반응하는 데에 소극적이다.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원활히 유통되지 못한다. 조직이 가진 집단지성의 강점을 잃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권위주의 문화의 제약 아래서 조직의 상호작용 패턴을 변화시키려면 제도적 개선과 더불어 '사람'의 변화도 함께 요구된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창의적이며 생산적인 조직을 만들어가는 것일까?


‘카리스마적 연결형’ 인간


사람은 사회적 네트워크와의 상호작용 패턴을 기반으로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고립된 집단: 사회적 네트워크와의 교류가 낮은 집단

반향실(Echo Chamber) 집단: 비슷한 생각이나 의견을 가진 네트워크 간의 교류가 강한 집단

중간 집단: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네트워크 간의 균형을 가지고 교류하는 집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세가지 유형의 '투자자' 중 균형을 가지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학습하는 중간 집단이 30%까지 수익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의 차별점은 사회적 네트워크에 있다. 이들은 지속적이며 끈끈한 관계망을 통해 다양한 상황 속에서 신속한 반응과 도움을 얻는다. 또한 다채로운 성격의 관계망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아이디어를 접하며 새로운 학습 기회를 가진다.  


창의적이며 생산적인 조직을 만드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책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사회적 태도를 '카리스마적 연결형' 이라고 부른다. 모든 구성원 사이를 활발하게 돌아다니면서 짧고 활기 넘치는 대화를 통해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조직 내 의사소통 과정에서 보다 평등하고 활발한 수준의 참여를 보이며, 조직 내 여러 그룹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아이디어를 전달, 확산시킨다. 집단지성의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이다.


창조적 인물들은 주변에 널려 있는 모든 새로운 아이디어에 주의를 기울이고 흥미로운 정보들을 즉시 다른 이들에게로 널리 전파한 뒤, 그들의 반응을 살핀다. 또한 자신의 사회관계망을 확장해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까지 포함시키고, 이를 통해 다양하나 유형의 아이디어를 접한다. 커피포트나 냉수기 주변에서 청소부와 영업사원 혹은 다른 부서의 관리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새로운 소식이나 골칫거리 혹은 상대방의 계획에 대해 물어보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기꺼이 토론하고자 한다. 아이디어 수집가로서의 그들의 역할은 다른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사람들은 관계를 강화해주는 그들의 역할에 고마움을 느낀다.


만나고, 나누고, 배워라


사무실 탕비실에서, 복도에서, 사내 카페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들 속에서 우리는 신뢰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새로운 학습기회를 갖는다. 어쩌면 너무나 사소해서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순간들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밀려드는 업무들, 업무 성과에 대한 중압감은 컴퓨터 앞에서 엉덩이를 떼지 못하게 한다. 나 역시 그렇다.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고 맡겨진 업무를 제 시간에 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하루 8시간,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 별로 없다. 과거에는 이런 태도가 성실함의 미덕으로 통했을 지 모르지만, 이제는 아니다.


건강한 조직에 기여하는 태도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일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많은 동료들과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고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조직은 학습하고 성장한다.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은 생각을 나누고, 더 많이 배워라. 우리의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흘러가도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유입되도록 아이디어의 흐름을 역동적으로 유지하라. 급속히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나와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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