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넷플릭스 추천작]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이 흥행하면서 신카이 마코토의 재난 3부작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전작들을 OTT를 통해 찾아봤다.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 두 작품 모두 감독의 감성이 잘 드러난다. 차이점도 있지만 내겐 스토리의 유사한 구성이 흥미롭게 보여서 글로 남겨본다. <스즈메의 문단속>에도 이 공식이 적용될지 궁금하다.
소년과 소녀의 만남이 있다. 성숙한 어른들의 만남이 아니라, 순수한 첫사랑의 감성을 듬뿍 담은 만남이다. 우연한 만남이지만 서로의 연약한 부분들을 알아가고 도와주면서 가까워진다. 계산하지 않는 순수한 친절을 나누며 관심과 애정이 깊어진다.
혜성이 마을을 파괴하고, 홍수로 도시가 물에 잠긴다. 하지만 아무도 이유를 묻지 않는다. 재난에는 이유가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싶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우리는 재난에 익숙하고 가까워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일본만큼 재난을 많이 경험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재난은 필연적으로 죽음을 부른다. 인간이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죽음이다. 두려운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재난의 상황 속에서 어떤 이유든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사망자는 2만 명이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다.
두 영화에는 모두 전력으로 ‘달리기’하는 모습이 나온다. 다시 만나기 위해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으로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도, 다리가 후들거려도 계속 달린다. 결국 그 간절함이 하늘에 닿아 기적을 일으킨다.
영화는 저 세상 즉, 죽음의 세계로 이어지는 방법을 만들어 두었다. 일본에는 수많은 신들이 존재하고 다양한 미신이 존재한다. 이 소재를 활용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판타지의 세계를 그린다.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죽음의 세계, 하늘의 세계로 통하는 기적의 문을 만들어 두었다.
그렇게 소년과 소녀가 죽음을 건너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았다. 재난은 여전히 우리 삶 가까이에 있지만 소중한 사람을 잊지 않고 지키겠다는, 끝까지 함께 살아가겠다는 소망을 전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첫사랑 감성과 일본 스러운 현실과 판타지가 결합된 작품들이다. 재난의 두려움 속에서도, 미쳐있는 세상 속에서도 지금처럼 사랑하며 살고 싶은 간절함,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간절함이 전해진다. 두 작품 모두 재밌게 봤다. 개인적으로는 <날씨의 아이>가 조금 더 재미있었고. <스즈메의 문단속> 내용도 궁금하다. 이 작품이 이전 작품들보다 더 인기가 있는 건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