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추천작] 메이저 TVA 1-6기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을 만날 때가 있다. 길에서 만 원짜리 라도 발견한 것처럼 짜릿한 행운이다. 올해 들어서는 애니메이션 ‘메이저’가 그런 작품이다. 알지도 못했던 만화인데.. 우연히 보기 시작해 6기(154편) 전편을 모두 봤다. 일본에서 무려 17년간 연재되었던 야구 만화이고, TV 애니메이션도 7년간 방영되었다. 판매부수만 5,400만 부가 넘는 인기작품이라고 한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될 때까지 30여 년의 인생 스토리를 담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야구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진 한 아이가 야구 선수로 성장하며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 소년의 성장을 다룬 스포츠 만화들이 많지만, 이렇게 긴 시간을 다룬 만화는 보지 못했다. 단순한 야구 만화가 아니라 꿈을 가진 한 사람의 인생과 희로애락을 지켜보며 응원하게 되는 그런 특별한 만화다.
메이저의 매력은 역시 주인공인 시게노 고로에게 있다. 삶을 대하는 그의 열정적인 태도와 불가능을 현실로 만드는 에너지. 부모를 모두 잃고도, 어깨가 망가지고서도, 자존심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끝까지 도전하여 성취하는 삶. 열정과 투지로 주변을 변화시키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리더십. 열혈소년만화의 주인공들이 모두 그렇다지만… 삶의 긴 시간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인지 그는 인생의 롤모델처럼 느껴졌다. ‘아. 이렇게 살 수 있다면!’
만화는 판타지일 뿐이라고 치부할 필요는 없다. 때로 현실은 영화나 소설보다 더 극적이다. 고로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는 더 나은 삶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자신에게 가장 즐겁고 의미 있는 ‘야구’에 몰입했고 도전과 실패의 과정에서 성장했으며, 한 순간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며 살아가는 것. 화려하지 않지만 그의 주변 인물들도 고로를 통해 자극을 받고 각자의 삶을 멋지게 가꾸어간다.
고로에게 야구가 있었다면 나에게 즐겁고 의미 있는, 내가 끝까지 몰입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실패와 좌절 속에서 나는 그저 현실에 안주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치며 살고 있는가? 고로의 삶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된다.
작품을 모두 본 후… 깊은 상실감에 빠져버렸다. 드라마든 소설이든 영화든.. 누군가의 인생에 푹 빠져 있다가 그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어김없이 찾아오는 감정이다. 나와 함께 살아가던 이를 잃어버린 느낌. 과거를 돌아볼 수는 있어도 미래의 새로운 이야기를 볼 수 없다는 형용할 수 없는 상실감. 마치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애니를 반복해서 보고 OST를 자꾸만 듣게 되는 이유다.
그래서 작가의 새로운 작품 ‘메이저 세컨드’가 반갑다. 메이저 주요 인물의 2세들이 주인공인 야구 만화다. 덕분에 고로를 비롯해 메이저 속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반갑고 또 그립다. 이 작품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더 큰 상실감에 빠졌을지!
최근 극장판으로 봤던 슬램덩크나 메이저와 같은 소년만화들이 그립다. 삶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뽐뿌질 하는 이야기들을 찾기 어렵다. 요즘 아이들에겐 어떤 만화, 웹툰이 인기 있는지도 궁금하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이야기 자체도 중요하지만, 장난감이나 게임 등 소비재 기획이 같이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이야기의 힘보다 소비 욕구를 강하게 만드는 작품이 오래 살아남는 것 같다. 자본주의의 생리를 거스를 수 없겠지만 아이들부터 어른들에게까지 삶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작품들이 사랑받는 사회가 좋은 사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