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희 Jan 25. 2024

지금은 실패를 인정할 때

마흔에 읽는 성경 - 마가복음(2)


제자들의 실패


마가는 제자들의 연약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다른 복음서보다 제자들의 실패가 두드러져 보인다. 제자들은 두려움이 많았다. 예수께서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간절히 기도하는 중에도 제자들은 졸음을 이기지 못한다. 무엇보다 잡히시는 예수를 보고 제자들은 모두 도망치고 그를 부인한다.


[막4:40]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하시니

[막9:18-19] 18 귀신이 어디서든지 그를 잡으면 거꾸러져 거품을 흘리며 이를 갈며 그리고 파리해지는지라 내가 선생님의 제자들에게 내쫓아 달라 하였으나 그들이 능히 하지 못하더이다 19 대답하여 이르시되 믿음이 없는 세대여 내가 얼마나 너희와 함께 있으며 얼마나 너희에게 참으리요 그를 내게로 데려오라 하시매

[막14:37] 돌아오사 제자들이 자는 것을 보시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되 시몬아 자느냐 네가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냐

[막14:50] 제자들이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하니라


Peter Denying Christ by Rembrandt



마가, 자신의 이야기


마가는 그 실패의 순간들에 대해  베드로에게 직접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자세히 적을 수 있지 않았을까. 마가는 제자들의 연약함에 깊이 공감했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가복음 14장에 나오는 벗은 몸으로 도망가는 젊은이가 마가 본인이라는 설도 있다. 다른 복음서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여서다.


[막14:51-52] 51 한 청년이 벗은 몸에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가다가 무리에게 잡히매 52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하니라


마가는 바나바, 바울과 함께 선교여행을 떠났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혼자서 돌아온 경험도 있다. 이는 바나바와 바울의 갈등 원인이 되기도 했다.


[행15:37-39] 37 바나바는 마가라 하는 요한도 데리고 가고자 하나 38 바울은 밤빌리아에서 자기들을 떠나 함께 일하러 가지 아니한 자를 데리고 가는 것이 옳지 않다 하여 39 서로 심히 다투어 피차 갈라서니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배 타고 구브로로 가고


하지만 마가가 제자들의 실패 이야기를 담은 이유는 실패를 부각하기 위함이 아니다. 제자들을 변화시키신 하나님의 능력을 증거 하기 위해서다.



제자들의 반전 스토리


실패자 베드로가 성령의 능력을 통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마가는 잘 알고 있다. 사도행전에 나오듯 베드로는 고난과 핍박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며 성령의 역사를 나타낸다. 마가는 예수 부활 이후 제자들의 성령 충만한 모습을 알기에 과거의 실패를 가감 없이 기록할 수 있었다. 실패의 기록이 오히려 성령의 능력을 증거 하는 것이며, 예수께서 진짜 하나님의 아들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행4:13] 그들이 베드로와 요한이 담대하게 말함을 보고 그들을 본래 학문 없는 범인으로 알았다가 이상히 여기며 또 전에 예수와 함께 있던 줄도 알고


게다가 마가가 살던 때는 교회가 핍박받던 시대다. 성도들의 연약함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자들의 실패와 반전의 스토리는 성도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격려한다. 예수의 제자들조차 실패했었다는 위로,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제자들을 완전히 바꾸신 분이라는 격려. 마가가 제자들의 실패담을 꼼꼼히 기록한 이유이다.


 

Apostle Peter Preaching by LORENZO VENEZIANO

  


우리의 실패를 인정할 때


우리는 초대교회와 달리 종교의 자유를 얻었다.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 좋은 음향과 조명이 갖춰진 곳에서 신앙생활을 한다. 그래서 지금 성도들의 믿음은 더 굳건해졌는가? 안타깝지만 성도들의 믿음은 마가가 살던 시대보다 더 연약해졌다. 우리는 돈과 자아의 노예가 되어 예수를 따르는 일에 실패한다.


우리는 마가처럼 적나라하게 오늘날 교회와 성도들의 실패를 기록해야 한다. 실패를 인정할 때 반전이 있다. 예수께서는 자신을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찾아오셔서 그를 회복시키실 뿐 아니라, 믿음의 용사로 변화시키셨다.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하나님께로 마음을 돌이킬 때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나님은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위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반전 스토리를 써 내려가실 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로마 황제 VS 예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