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성경 - 마가복음(1)
마가복음은 신약성경의 사복음서 중 가장 먼저 쓰였다. 마가는 예수의 열두 제자는 아니었지만 십자가 사건 후 베드로, 바나바, 바울 등과 사역하며 복음을 전했다. 마가가 복음서를 남긴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베드로의 죽음 이후, 복음서의 필요성이 커진 것 같다. 제자들이 살아있을 때는 그들의 증언을 통해 예수가 어떤 분인지 전하면 된다. 하지만 예수의 제자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복음에 대한 신빙성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복음의 전승을 위해서는 제자들의 증언이 담긴 문서가 필요했다.
또한 마가는 로마에 살고 있었고, 로마의 비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복음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구약 성경의 예언을 인용하거나 예수의 혈통을 언급하기보다는, 예수를 로마 황제에 비유해 소개하기 때문이다.
[막1:1]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마가는 시작부터 예수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낸다. 마가복음 1장 1절은 예수를 이 세상의 ‘왕’이라고 선포하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를 기념하는 어느 비문에 쓰인 문구를 패러디한 것이다. 비문에 쓰인 문구는 이랬다. “신(God) 아우구스투스의 생일은 그로 인해 도래하게 될 세상을 위한 복음의 시작이라” 당시 로마 사람들에게 마가복음 1장 1절은 ‘신성모독’의 메시지였을 것이다.
마가의 신성모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8장에서 예수께서는 하필 ‘빌립보 가이사랴’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제자들에게 묻는다. 이곳은 아우구스투스가 헤롯 대왕에게 하사한 도시로서 이후 헤롯 빌립 2세가 도시를 정비하며 로마 황제를 기념한다고 하여 ‘가이사랴’라고 불렀다. 황제를 숭배하는 신전들도 세워졌다. 예수께서는 황제를 숭배하는 바로 그곳에서, 로마 황제가 아닌 바로 자신이 메시아임을 제자의 입을 통해 선언한다.
[막8:27-29] 27 예수와 제자들이 빌립보 가이사랴 여러 마을로 나가실새 길에서 제자들에게 물어 이르시되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28 제자들이 여짜와 이르되 세례 요한이라 하고 더러는 엘리야, 더러는 선지자 중의 하나라 하나이다 29 또 물으시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는 그리스도시니이다 하매
또한 11장에서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장면 역시 전쟁에서 승리한 왕이 입성하는 모습과 같다. 다만 나귀 새끼를 타신 예수는 힘과 권력으로 싸우는 분이 아니다. 그는 겸손의 왕이다. 낮아짐과 섬김으로 마귀와 사탄을 이기셨다.
[막11:7-10] 7 나귀 새끼를 예수께로 끌고 와서 자기들의 겉옷을 그 위에 얹어 놓으매 예수께서 타시니 8 많은 사람들은 자기들의 겉옷을, 또 다른 이들은 들에서 벤 나뭇가지를 길에 펴며 9 앞에서 가고 뒤에서 따르는 자들이 소리 지르되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10 찬송하리로다 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하더라
예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기까지 자신의 왕국, 하나님 나라를 세우고 확장하는 사역에 전념했다. 국가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권, 영토, 국민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마가복음 1장에 이미 이 모든 요소들이 등장한다. 예수께서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신 이유다.
먼저, 예수는 사탄의 힘을 꺾으시며 자신이 하나님 나라의 최고 권력자임을 증명한다. 예수가 있는 곳의 주권은 오직 그의 것이다. 그는 귀신을 내쫓고 병을 치유하며 죄를 사하신다.
[막1:24-27] 24 나사렛 예수여 우리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우리를 멸하러 왔나이까 나는 당신이 누구인 줄 아노니 하나님의 거룩한 자니이다 25 예수께서 꾸짖어 이르시되 잠잠하고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하시니 26 더러운 귀신이 그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키고 큰 소리를 지르며 나오는지라 27 다 놀라 서로 물어 이르되 이는 어찜이냐 권위 있는 새 교훈이로다 더러운 귀신들에게 명한즉 순종하는도다 하더라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 동역자들을 부르신다. 열 두 제자가 대표적이다. 예수는 가는 곳마다 복음을 전하며 하나님 나라에 사람들을 초대한다. 그 나라의 백성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죄인임을 고백해야 하며 재물보다 하나님 나라를 가장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막1:17]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막3:13-15] 13 또 산에 오르사 자기가 원하는 자들을 부르시니 나아온지라 14 이에 열둘을 세우셨으니 이는 자기와 함께 있게 하시고 또 보내사 전도도 하며 15 귀신을 내쫓는 권능도 가지게 하려 하심이러라
[막2:17] 예수께서 들으시고 그들에게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하시니라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들어가시기 전 유대와 이방인 지역을 두루 오가며 사역하신다. 특히 배를 타고 건너가는 장면들이 종종 나오는데 선교의 영토에 제한이 없음을 강조하는 듯 하다. 하나님 나라의 영토는 유대 지역에 제한받지 않으며 그가 계신 곳, 그의 복음이 환영받는 모든 곳이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땅이다.
[막1:38] 이르시되 우리가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자 거기서도 전도하리니 내가 이를 위하여 왔노라 하시고
[막5:1-2] 1 예수께서 바다 건너편 거라사인의 지방에 이르러 2 배에서 나오시매 곧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이 무덤 사이에서 나와 예수를 만나니라
[막6:6] 그들이 믿지 않음을 이상히 여기셨더라 이에 모든 촌에 두루 다니시며 가르치시더라
[막6:11] 어느 곳에서든지 너희를 영접하지 아니하고 너희 말을 듣지도 아니하거든 거기서 나갈 때에 발 아래 먼지를 떨어버려 그들에게 증거를 삼으라 하시니
로마 황제를 숭배하던 시대, 마가는 오직 예수만이 메시아이며 왕이라고 선포한다. 우리 시대에도 백성들이 숭배하는 황제가 있다. ‘돈’이라는 황제와 ‘나’라는 황제가 대표적이다. 돈을 숭배하며 돈이 주는 구원, 곧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어 한다. 또한 나 자신이 왕이 되어 나의 행복이 지상 과제가 되었다.
그럼, 나는 어떤가? 나는 오직 예수님만을 왕으로 섬기고 순종하며 살아가는가? 마가복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당신이 순종하며 살아가는 진짜 왕이 누구인지 스스로 물어보라. 그제야 우리 신앙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다. 예수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의 백성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