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성경 - 마태복음(2)
성도들이 죽어서 가는 곳을 ‘천국’이라고들 생각한다. 천국은 신앙의 목표로 상징되기도 한다. 사실 구약 성경에는 천국이라는 명시적 개념이 없다. 신약의 복음서를 통해 비로소 예수님이 말씀하신 ‘하나님 나라 the kingdom of God’ 또는 ‘하늘 나라 the kingdom of heaven’가 등장한다. (마태는 하늘 나라, 마가와 누가는 하나님 나라를 즐겨 쓴다) 하지만 예수의 설명이 대부분 비유적이라 그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마13:24] … 천국은 "좋은 씨를 제 밭에 뿌린 사람"과 같으니
[마13:31] …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마13:33] … 천국은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
[마13:44] 천국은 마치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 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사느니라
[마20:1] 천국은 마치 품꾼을 얻어 포도원에 들여보내려고 이른 아침에 나간 "집주인"과 같으니
[마22:2] 천국은 마치 자기 아들을 위하여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과 같으니
마태복음에 나온 천국 비유를 살펴보면 세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천국을 사람, 집주인, 임금 등 ‘인격’으로 묘사하며 그 인격은 하나님을 상징한다. 천국을 하나님의 성품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둘째,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는 천국의 ‘역동성’을 드러낸다. 천국은 작은 믿음에서부터 시작해 하나님의 성품에 까지 이르는 역동적인 영적 성장의 과정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보화의 비유는 우리 삶에서 천국이 가지는 위상을 의미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 삶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하는 것이 바로 천국이다.
마태복음의 비유로 보자면 천국은 성도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다. 특히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는 ‘영적 여정’으로서의 천국을 표현한다. 만약 내가 천국을 정의한다면, “하나님의 말씀이 심긴 삶”에서 출발해 “하나님의 말씀과 성품이 온전히 다스리는 삶”으로 나아가는 여정 그 자체가 천국이다. 그리고 이 여정을 함께하는 공동체가 천국이다. 천국은 도달하거나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며, 마태복음은 하나님의 말씀에서 벗어난 유대인들을 다시 그 천국 여정으로 초대하고 있다.
마태복음은 환난의 날, 인자가 다시 오는 심판의 날에 대한 메시지도 전한다. 그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세 가지 비유를 통해 알려준다. 첫째는 하나님 말씀 앞에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열 처녀 비유), 둘째는 하나님이 맡기신 소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달란트 비유), 셋째는 지극히 작은 자를 섬겨야 한다는 것이다.(인자의 심판 비유)
[마25:13]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날과 그때를 알지 못하느니라 (열 처녀 비유)
[마25:21]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 (달란트 비유)
[마25:40]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인자의 심판 비유)
이 말씀은 성도들이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며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준다. 하나님을 늘 기억하며 말씀에 순종하는 삶, 주어진 소명에 최선을 다하는 삶, 사회적 약자를 섬기며 돌보는 삶. 겨자씨 한 알이 큰 나무가 되기까지 믿음의 천국 여정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이다. 물론, 우리 자신의 연약하고 악한 본성을 생각하면 불가능하다. 마태가 복음서의 처음과 끝에서 강조하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을 의지하여 천국 여정을 계속할 수 있을 뿐이다.
[마1:23]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
[마28:20]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교회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교회가 세상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세상 사람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예수를 믿는다? So What? 돈 많이 벌어 좋은 집, 좋은 차 마련하고 일 적게 하면서 편안하게 사는 삶을 추구한다면 예수를 안 믿는 이들과 무엇이 다를까.
예수를 믿는다면 천국을 살아가야 한다. 천국은 하나님의 말씀과 성품으로 다스려지는 삶이며 관계이다. 돈과 편안함이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과 평안함이 삶의 목적이어야 한다. 겨자씨 한 알이 새들이 깃드는 큰 나무가 되듯, 많은 이웃들에게 생명을 흘려보내는 믿음의 성장이 삶의 방향이어야 한다. 세상과 구분되는 삶을 살 때, 천국 여정을 보여주는 삶을 살아갈 때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비로소 영향력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