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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Sep 14. 2018

의미 없이 행복 없다

<굿라이프: 내 삶을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직장생활이 힘겨웠던 시기, 행복에 관한 책들을 읽은 적이 있다. 내 삶을 돌아보는데 도움이 되었다.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위한 힌트도 얻었다. 하지만 이유 모를 허전함을 지울 수 없었다. <굿라이프>를 읽으며 비로소 그 이유를 알았다. 저자의 행복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은 기존의 행복에 관한 책들이 놓치고 있던 부분을 정확히 짚어 내고 있다.



행복에 대한 오해


행복에 관한 책을 읽어 보면 보통 행복을 ‘긍정적인 기분이나 감정’으로 이해한다. 때문에 심리적 기술들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명상이나 산책 또는 현재에 몰입할 수 있는 심리적 훈련을 제안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의 경우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최고의 행복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분명 이들의 행복론은 삶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행복한 삶을 긍정적인 감정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은 무조건 피해야 행복한 삶이 된다. 내가 어떤 상황에 있던 간에 마음의 평안만 지킬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 된다. ‘행복한 기분’과 ‘행복한 삶’ 은 다르다. 전자는 순간의 감정이지만, 후자는 삶 전체를 바라보는 인식이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해야 행복에 대해 오해하지 않을 수 있다.


행복에 관한 책이면서도 제목을 ‘굿 라이프’라고 정한 이유는, 행복을 ‘순간의 기분’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성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행복은 순간의 기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의 행복이기도 하다.



행복한 삶의 조건, 의미


영국 통계청에서는 네 가지 질문을 통해 국민들의 행복을 측정한다고 한다. 그 중 한 가지 질문이 이것이다.


전반적으로 자신이 인생에서 하는 일들이 얼마나 가치있다고 느끼십니까?



저자는 이 질문에 주목하며, 행복한 삶에 있어 쾌락만큼 의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맛있는 음식과 좋은 음식은 다르다는 것이다. 내 입을 즐겁게 하는 음식들이 모두 좋은 음식은 아니다. 좋은 음식에는 ‘가치’가 담겨 있다. 셰프의 철학과 정성이 깃들여 있다. 좋은 음식을 먹을 때도 만족감과 행복을 느낀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순간의 즐거운 감정들도 중요하지만,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는 삶이 좋은 삶이다. 꿈을 이루어가는 삶,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삶, 타인을 돕는 삶. 인간은 의미가 있는 삶이 더 가치있고 만족스럽다고 여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스포츠 선수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통스러운 훈련의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불행한 삶이라고 할 수 없다. 그 고통의 시간 안에 가치와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 조차도 내 이야기의 일부 라고 느낀다면 의미를 발견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인간은 의미를 향한 의지가 충만한 존재다. 의미는 우리 삶에 질서를 부여할 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주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의미는 고통을 이겨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로 의미의 부재는 쾌락을 고통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의미가 이끄는 삶


사회생활을 하면서 두 번의 이직을 했다. 생각해보면 이직을 결정한 이유는 모두 ‘삶의 의미’ 때문이었다. 첫 회사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관련 사업을 담당했다. 문화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고 즐거움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비즈니스 현장은 이상적이지 않았다. 수익을 위해 좀 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을 제공해야만 하는 상황 앞에 회의를 느꼈다. 일 자체는 재미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일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기 어려웠다. 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직장을 옮겼다.

두 번째 직장에서는 빈곤환경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일을 했다. 가치있는 일이라 여겼고 즐거움도 보람도 있었다. 다만, 비영리단체 상황 상 연봉을 많이 삭감해서 들어갔다. 처음엔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경제적인 문제가 크게 느껴졌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비용부터, 앞으로 내 집 마련은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했다. 그래서 이직을 결정했다. 가족을 책임지는 것, 가족들에게 더 좋은 것을 주는 것이 내게 ‘의미’ 있었기 때문이다.

의미를 잃어버린 삶을 떠나는 것, 더 중요한 의미를 따라 나서는 것. 모두 내게는 행복한 삶을 위한 선택이었다.



의미는 일상 속에 가득하다


그렇다고 의미있는 삶이 즐거움과 거리가 멀고 자기희생이나 헌신, 절제만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의미’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짐짓 무거운 의미도 있지만 가족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여행을 준비하는 것, 멋진 몸매를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 등 삶의 의미들은 일상 속에도 가득하다.

저자의 용어를 빌리면, ‘가벼운 의미’들 역시 우리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의미의 가벼운 일상성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의미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 의미는 철저히 주관적인 것이다. 타인이 의미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내가 중요하다고 느끼면 충분하다.

 


굿라이프 찾기


지금까지 읽었던 행복에 관한 책들이 ‘감정과 기분’에 주목했다면, <굿라이프>는 삶의 ‘의미와 목적’에도 함께 관심을 기울인다. 쾌락과 의미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한다. 마음의 평안과 즐거운 기분으로 행복의 순간을 느낄 수는 있지만, 행복한 삶을 지속할 수 없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완성할 수 있다.

결국 굿라이프로 가는 길은 내가 발견해야 한다.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삶에서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주의깊게 살피고 찾아야 한다. 서른 여덟, 지금의 나도 여전히 찾고 있다. 진짜 나를 행복하게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험한다.

어릴 때부터 ‘나’를 발견하는 기회들이 많은 사회가 되면 좋겠다. 다음세대들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부모가, 학교가, 사회가 옳다고 하는 길이 아니라 내 마음이 옳다고 하는 길을 찾는 훈련. 그것이 굿라이프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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