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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Mar 28. 2020

평균을 믿지 말고, 나를 믿어라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평균은 거짓이다


<평균의 종말>은 그동안 ‘평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우리의 편견을 철저히 깨뜨린다. 평균이라고 하면 보통 대표값 혹은 표준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평균 점수라고 하면 내 시험 성적을 대표한다고 여기고, 평균 신체 치수라고 하면 신체의 표준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 공군의 사례를 통해 평균이 대표값도 표준도 아닌,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군은 공군 조종석을 재설계하고자, 4천 명 조종사의 평균 신체 치수 140가지 항목을 측정했다. 그중 조정석 설계상 가장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10개 항목의 평균값을 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10개 항목 모두 평균에 해당하는 조종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평균값과의 편차가 30% 이내인 사람으로 그 범위도 넓혀서 비교했다.) 임의로 3개 항목을 골라서 비교했을 때도 평균치에 포함되는 조종사는 3.5%도 안되었다. 한 마디로, 평균적인 조종사는 없었다. 평균 수치는 미국 공군을 대표할 수도 없었고, 표준이 되지도 않았다. 만약 평균적인 신체 치수를 기준으로 조종석을 설계했다면 어느 누구도 만족할 수 없었을 것이다.


<평균의 종말>은 왜 우리가 평균을 신봉하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 학문적 기원을 밝힌다. 동시에 평균주의의 허상을 실증적인 사례들을 통해 드러낸다. 저자는 평균주의의 치명적인 결함을 ‘개개인성을 무시하고도 개개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한다. 공군 조종사 개개인이 가진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평균적 조종사’를 가정하려는 태도와 같다. 



개개인성을 발견하는 세 가지 원칙


토드 로즈는  <평균의 종말>을 쓴 이유에 대해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저자 자신이 평균의 경쟁에서 밀려났지만,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가능성과 잠재력에 집중함으로써 비로소 성공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ADHD 장애 자퇴생에서 하버드대 교수의 자리에 까지 올랐다. 그의 삶은 평균이라는 기준이 개개인의 가치를 얼마나 훼손하는지, 개개인성을 존중할 때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그럼, 평균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인간의 개개인성을 이해하고 선별하고 평가하기 위한 아래 3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들쭉날쭉의 원칙


인간은 다차원적이다. 지능이 높다, 낮다는 식의 일차원적 사고로는 개개인성을 파악할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미국 공군의 신체 치수처럼, 인간의 신체는 평균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신체는 평균 이상인 부분, 평균 이하인 부분, 평균적인 부분이 뒤섞여있다. 평균을 기준으로 보면 한 인간의 신체 치수는 ‘들쭉날쭉’하다. 

저자는 이러한 ‘들쭉날쭉성’은 인간 체격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재능, 지능, 성격, 창의성 등등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인간의 거의 모든 특성이 들쭉날쭉하다고 한다. 동일한 IQ를 가진 아이라도 서로가 뛰어난 영역은 다르다. 즉 인간은 다차원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평균 성적이나 IQ 등 한 가지 기준으로 인간의 재능과 역량을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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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맥락의 원칙


인간에게는 변하지 않는 고유한 특성이 존재한다는 본질주의적 사고방식이 있다. 예를 들어, 내향적인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내향성’을 발휘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맥락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아무리 내향적인 사람이라도 가족과 함께 있거나, 오래된 친구들 사이에서는 ‘외향성’을 드러낸다. 즉 한 사람의 ‘본질적인 기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개인의 행동은 특정 상황과 따로 떼어서 설명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 이해할 때는 평균적 성향이나, 본질적 기질을 따져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한 패턴을 파악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해하고 싶은 행동이 있을 때는 우선 어떤 맥락에서 그 행동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3. 경로의 원칙


사람들은 인간 발달에 정상적인 경로가 있다고 믿는다. 기어야 하는 나이, 일어서야 하는 나이, 걷기 시작하는 나이  등 아기의 정해진 성장 경로가 존재하고 그 경로를 벗어나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자 캐런 아돌프는 아이들의 걷기에 정상적인 경로는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이들마다 독자적인 패턴으로 발달하며, 경로가 달라도 모든 아이가 결국 걷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발달은 그 종류를 막론하고 단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라는 것은 없다. 사람마다 목표 지점에 이르는 속도나 방식은 다르다. 따라서 누군가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속도와 단계를 조절하면 다른 대다수 사람들도 배울 수 있다.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성장 경로를 고려한다면 인간이 가진 재능을 보다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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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올바른 길을 가고 있습니까?


학창 시절 나는 시험에서 평균보다 앞서 왔고, 상위권 대학에 입학했다. 내가 늘 옳은 길로 가고 있으며 남들보다 앞서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업을 앞두고 혼란에 빠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력으로 세상에 살아남아야 하는데, 내겐 성적만 있었지 실력은 없었다. 게다가 20대 후반에는 평균 수준의 월급을 주는 곳에 취업을 해야 한다는 또 다른 ‘평균’에 쫓겨 초조했다. 평균주의를 따르는 삶의 단편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가. 평균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성향에 맞지도 않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토드 로즈는 자신이 제시하는 개개인성의 세 가지 원칙이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판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길이 우리의 개개인성과 얼마나 잘 맞는지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공감했다. 내 인생의 오랜 시간을 평균을 위해 소비했다. 정작 나의 잠재력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시간은 부족했다. 내게 어떤 고유한 재능이 있고, 어떤 상황에서 그 재능이 발휘되며, 어떻게 그 재능을 더 성장시킬 수 있을지 그 길을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내가 누구인지 나 자신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 평균의 기준으로 바라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말이다. 개개인성에 초점을 두고 삶을 설계할 때, 우리의 잠재력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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