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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Mar 25. 2020

행복한 배움을 만드는 교사의 조건

<배움의 공동체> 손우정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로서 때때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 앞에 선다. 개인의 삶과 연결된 사회공헌의 사업 과제들은 문서에 올려진 텍스트처럼 질서 정연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근 맡은 과제도 그랬다. 취약계층 아이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고, 행복한 배움과 성장의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지원하는 일이다.


우리는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 환경’을 설계함에 있어서 특별히 ‘커뮤니티’ 요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어떤 커뮤니티 안에서 아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하며 행복한 배움의 경험을 가질 수 있는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는 역량을 가질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탐색 중이다.


오늘 소개하려는 책도 이런 맥락 안에서 선택했다. 교육 분야에는 문외한이라, 어떤 책을 봐야 도움이 될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검색만 며칠을 했다. <배움의 공동체>라는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골랐다. 그리고 ‘어떤 공동체가 행복한 배움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 책을 향해 질문했다.




교사, 가장 중요한 배움의 환경


<배움의 공동체>는 교사를 위한 책이다.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배움의 교실을 만들고 싶은 교사에게 전하는 검증된 조언이다. 배움이 무엇인지, 교사가 누구인지 그 본질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시작한다. 교사와 수업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접목하여 차근차근 설명한다. 교사가 6개월만 노력하면 아이들의 삶이 바뀐다는 말에는 자신감도 묻어난다. 책을 읽다 보면 교사와 학생, 학교의 아름다운 변화를 상상하게 된다.


단순히 수업 기술을 터득하려고 하면 핵심에서 멀어진다. 나를 바꾸는 것,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세우는 것, 이것이 본질이다. 교사로서의 마음과 삶을 다스리는 6개월, 그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


교육 환경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사’라고 생각했다. 교사의 역할에 따라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육 콘텐츠 간의 관계가 역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최적의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교사의 조건을 이야기하려 한다. 책의 주요 메시지를 선별하여 정리했다.



개성을 존중하고 존재를 사랑하는 교사


첫째는 학생이 가진 개별성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다. 존중에 기반한 사랑이 중요하다. 자녀를 사랑한다고 하는 부모가 실은 자녀를 불행에 빠뜨리는 경우도 많다. 아이가 가진 관심과 흥미, 특성에는 무관심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방식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랑은 폭력이다.


교사는 학생이 배움의 주인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을 관찰하며 개별적인 상황과 특성을 파악하고 존중하며 멘토링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놓쳐서는 안 된다. 아이에게 귀 기울이며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 관계가 쌓을 때 비로소 배우는 관계가 형성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가진 배움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겠다는 교사의 사명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교사 전문가로서의 역량 못지않게, 아이들을 배려하고 돌보는 마음이 매우 중요하다. 상처 받기 쉽고 길을 잃기 쉬운 아이들이 배움을 향해 잘 나아가도록 도울 수 있는 존재가 교사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다 들어주는 것, 그 아이가 어렵고 힘들 때 ‘선생님은 나를 도와줄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 이 선생님이면 내가 어려울 때 달려가면 도와줄 수 있겠다’고 믿고, 곁에 항상 선생님이 있음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은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돼야 배우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왜냐하면 그건 신뢰한다는 얘기인데, 사람은 신뢰하는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이지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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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전문가에서 배우는 전문가로


둘째는 배우고 성장하려는 태도이다. 교사들은 수업에 대해 서로 간섭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수업 시간만은 교사가 전문가로서 역할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견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이 금세 구식이 되어 버린다. 아이들에게 더 나은 배움을 전하고자 한다면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구하고, 스스로 성찰하며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교사는 가르치는 전문가가 아니라 ‘배우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동료 교사들이 서로 배우는 관계를 만들어 가라고 권한다. 폐쇄적으로 수업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수업을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는 문화를 만들어 수업의 발전을 함께 모색하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수업 임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병원의 임상 실험처럼 새로운 수업 모델을 실험하고 성찰하고 개선함으로써 더 나은 배움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교사의 일이란 과학적 원리나 기술로만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것들로 가득하다. 같은 내용을 같은 방식으로 가르쳐도 학급마다 아이들마다 반응이 다르다. 따라서 ‘성찰’이라는 실천적 인식이 필요하다.


교사는 가르치는 전문가가 아니라 배우는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도 알려준다. 교실을 중심으로 아이들, 동료 교사와 만나면서 끊임없이 자기 실천을 반성하며 배우는 일, 이것이 바로 교사가 전문가로 성장하는 원동력이다.


교사들이 서로 배우는 것이 중요한데, 그 첫걸음은 학교를 함께 성장하는 장소로 인식하고 바꿔가는 일에서 시작된다. 교사들이 동료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모든 교사가 교실을 열고 서로 수업을 관찰하고 서로 비평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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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통해 배움을 풍성하게


마지막은 소통하고 연결하는 능력이다. 교사는 아이들이 수업에 관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배움의 주제를 아이들의 세상과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친구들과 함께 주제에 대해 탐구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주제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배움을 넓고 깊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수업 시간의 가장 중요한 소통 도구는 ‘대화’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으로는  아이들 각자에게 맞는 배움을 전하기 어렵다.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대화 가운데 모르는 부분을 깨닫고 자연스레 배운다. 교사는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대화가 주제를 벗어나지 않고 배움을 풍성하게 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대화란 배움을 일으키는 중요한 도구다. 배움의 공동체에서 대화는 대상(교재)과 만나고 친구와 만나 주제를 탐구하며, 스스로를 표현하는 세 가지 차원에서 일어난다. (중략) 이처럼 배움은 ‘세계 만들기’와 ‘친구 만들기’ ‘자기 만들기’의 삼위일체를 추구하는 대화적 실천이다.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호작용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이 바로 배움의 공동체가 말하는 배움이다. 구성주의 학습론에서 ‘배움’이란 단순히 지식이나 기능의 습득이 아니라 학습자가 사물이나 사람을 매개로 활동하고 의미와 관계를 구성하는 일을 말한다.


교실을 관찰해 보면 아이들이 서로 배우는 관계가 교사의 지도력보다 5배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1만여 개가 넘는 교실을 관찰했지만 교사의 지도력으로 학력 저하를 극복한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서로 배워가는 속에서 학력 저하를 극복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진정성이 전부다


교사의 조건을 함부로 정의 내릴 수는 없다. 다만, 적절한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했던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가 필요할지 책을 통해 힌트를 얻었을 뿐이다. 책의 서두에도 나오지만, 아이들을 향한 교사의 ‘진정성’ 안에 이 모든 조건들이 담겨있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에게 즐거운 배움의 경험을 줄 수 있을까?’ 그 하나의 질문을 품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패하고 성찰하며 발전해나갈 때 교사와 아이 모두가 배우고 성장하리라 믿는다. 결국,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교육 환경은 ‘진정성을 가진 교사’가 아닐까.


행복한 수업에는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게 아니다. 특히 중고등학교는 진정성이 아이들에게 전달되는가, 마음이 전달되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진정성이 전달되면, 아이들은 반드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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