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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Apr 10. 2020

독서의 역설, 성적의 역설

<공부머리 독서법>  최승필

책의 요지는 이렇다. 공부머리는 곧 언어능력이며, 언어능력은 독서를 통해서만 향상될 수 있다는 것. 여기서 말하는 언어능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고, 추론하며, 판단하는 종합적인 사고능력이다. 공부가 곧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학령기 수준에 맞는 언어능력을 갖추어야만 학업을 따라갈 수 있다.

 

학교 공부에 있어 두 번의 큰 위기가 있다고 한다. 중학교에 진학할 때와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다. 교과서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수준에 맞는 언어능력을 갖춘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사이에 성적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학습량이 많지 않은 초등학생 때는 언어능력이 부족해도 사교육으로 메울 수 있지만 중학생이 되면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저자는 독서논술 교육을 하면서 직접 경험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공부와 언어능력, 독서 사이의 긴밀한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그럼, 무조건 책만 많이 읽으면 되는 것일까? 독서에도 조건이 있다. 자발적이고 즐거운 독서만이 언어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공부처럼 의무적으로 하는 독서는 오래가지 못한다. 독서량을 늘리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며,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물고기를 잡는 법 즉, 스스로 공부하고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책과 친해지고 즐거운 독서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어릴 때는 좋아하는 책을 자주 읽어주고, 커서는 도서관에 가서 책도 많이 구경하고, 흥미를 가질만한 책도 사다 주면서. 단, 아이의 관심과 취향을 존중하며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즐거운 독서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책장에 전집류를 사다 놓고 억지로 읽히는 일은 금물이다. 


성적을 올리기 위한 의무적 독서는 무용하다. 아이 스스로 즐겁고 행복한 독서 시간이 쌓여갈 때 성적은 오른다. 독서의 역설, 성적의 역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머리 독서법>은 아이의 언어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수준에 따라, 학령기에 따라 어떻게 독서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전략도 알려준다. 유용한 팁이다. 즐거운 독서를 위한 전략은 아닐지라도, 당장 언어능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아이들과 부모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해법이 될 것이다. 




나의 학생 시절을 떠올려 봤다. 만화책은 많이 봤지만 독서 경험은 많지 않았다.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혹은 지적 허세 때문에 책을 들었다. 책 읽는 일이 즐겁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상위권 대학에는 들어갔다. 나름의 분석으로는 어릴 때부터 숙제를 착실히 한 덕분이 아닌가 싶다. 교과서를 꾸준히, 그리고 성실히 읽었기 때문에 학교 수업은 따라갈 정도가 된 게 아닌지. 



그렇다고 독서 무용론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다. 독서의 중요성을 이제야 깨닫는다. 공부 때문이 아니라,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다.  난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독서의 즐거움을 알았다. 그제야 ‘읽어야 할 책’이 아니라, ‘읽고 싶은 책’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부나 취업, 일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내 마음이 궁금해하고 읽어보고 싶은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책은 나의 모든 궁금증과 질문들에 답해준다. 모르는 것을 배우고 새로운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재미있고 즐겁다. 학교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배움이다. 이게 진짜 공부라는 마음이 들었다. 책을 통해 성장해가는 기분. 삶이 충만해진다. 


보다 일찍, 보다 어렸을 때 이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면 어땠을까.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독서는 '더 나은 나'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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