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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Apr 11. 2020

무엇을 위한 '메타인지' 입니까?

<메타인지 학습법> 리사 손

책 제목을 잘못 지었다. 출판사가 원했던 방향이 아니었을까. 제목만 봐서는 요즘 핫 키워드인 ‘메타인지’를 통해 어떻게 공부를 잘하게 만들 것인지 알려주는 책이다. 학습방법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 다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나 스스로도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헤맨 것 같다.


행간을 통해 “내가 읽은” 저자의 메시지를 정리하면 이렇다. 


메타인지는 ‘나의 기억, 느낌, 지각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이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학습을 통해 도달한 나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무엇을 더 익혀야 하는지 등등 이 모든 것을 메타인지를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교육은 메타인지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부모와 사회가 결정한다. 시작부터 메타인지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뭐지?’라는 메타인지적 질문을 아이가 던지는 순간, 온갖 핍박과 협박, 회유에 시달릴 것이다.


또한 입시 경쟁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스펙과 등급을 갖추어야 한다. 공부의 목적은 배움이 아니라, 점수와 스펙이다. 따라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더 빠르고 쉬운 방법으로 점수는 올리는 법에만 열을 올린다. 아이들은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내가 몇 점을 받을 수 있는지’만 생각한다. 메타인지는 점수 올리는 기술로서만 유의미하다. 1등급 안에만 들면,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더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인 리사 손은 이러한 한국의 왜곡된 교육 문화가 아이들의 메타인지 능력을 훼손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부모들에게 태도의 변화를 주문한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비유로 든 것이 인상적이다. 모든 부모들은 내 아이가 토끼처럼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인생은 단거리가 아니다. 긴 호흡을 가지고 나의 템포에 맞춰 행복한 경주를 이어가는 거북이가 결국은 승자가 된다. 우리 자녀들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원하는 것, 배워야 하는 것, 내가 알고 있는 것 등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시간을 통해 메타인지를 키워, 자신만의 호흡으로 길을 걸어갈 때 삶은 더 나은 방향으로 이어진다. 



책에는 장기 기억, 분산 학습 등 학습과 관련된 다양한 메타인지적 조언들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조언은 바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이다. 공부도 결국은 행복을 위한 것이니까. 이러한 관점에서 책을 읽으면 훨씬 더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결론적으로 ‘메타인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내 답은 ‘용기를 키우는 힘’이다. (중략) 공부와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가 성공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성공을 하려면 성장을 해야 하고 성장을 하려면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포기하지 않는 용기, 도전하는 용기, 실수를 극복하는 용기, 창피함을 무릅쓰는 용기,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용기 등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게 바로 학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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