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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무관심한 당신에게

[넷플릭스 추천작] 우산 혁명: 소년 vs. 제국

by 재희

홍콩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는 무관심이었다. 최근 몇 년간 뉴스에 보도되는 홍콩 시위에 대해 그 이유와 명분이 무엇인지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멀리 있는 어느 나라의 사정이라고만 여겼다. 넷플릭스의 <우산 혁명: 소년 vs. 제국>을 보기 전 까지는.



제국에 맞선 소년, 조슈아 웡


<우산 혁명: 소년 vs. 제국>은 홍콩의 10대 학생운동가 ‘조슈아 웡(Joshua Wong)’을 중심으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홍콩 민주화 운동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2년 조슈아 웡은 17살의 나이에 ‘학민사조(學民思潮)’라는 학생운동 단체를 결성, 홍콩 정부의 ‘국민교육’ 시행에 저항했다. 그는 국민교육을 ‘세뇌교육’으로 규정했는데 중국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교육이었기 때문이다.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될 때, 중국은 홍콩의 자치권을 50년간 보장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를 약속했다. 하지만 국민교육은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홍콩에 주입하려는 시도였다. 조슈아 웡은 1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자유와 자치를 위해 국민교육을 막아야 한다는 분명한 사명감을 가졌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홍콩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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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 문제를 다음 세대에 떠넘길 수 없습니다!
이번 세대가 우리의 임무를 완수해야 합니다!


왜소한 몸에 어린 티가 나지만 그의 눈빛만은 선명했다. 학민사조는 국민교육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며 정부 청사 앞을 점거하고 ‘시민광장’이란 이름을 붙였다. 10대 학생들의 순수한 헌신이 어른들의 마음까지 움직여 집회 참여자는 12만 명까지 늘어났다. 결국 홍콩 정부는 국민교육 의무화를 철회했다. 10대 소년 한 명으로부터 시작된 승리였다.



홍콩 민주화 운동은 현재 진행형


2014년에는 홍콩 행정장관(시장, 도지사 같은..)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일어났다. 홍콩 정부는 최루탄, 살수차를 동원하며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으나 오히려 시위 규모는 확대되었고 무려 79일간의 도심 점령 활동으로 이어진다. 당시 경찰의 최루탄을 막기 위해 사용했던 우산이 홍콩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게 되어 ‘우산 혁명’이라 불리게 되었다.


우산 혁명으로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조슈아 웡


조슈아 웡은 시위대의 리더십으로서 우산 혁명의 중심에 서 있었고 전 세계에 이름이 알려졌다. 비록 혁명은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중국의 정치적 폭력을 세계에 폭로하고 홍콩 민주화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의미가 있었다. 이후 그는 정당활동을 통해 민주화 운동의 리더로 역할하게 된다. 현재 그의 직함은 민주파 정당인 데모시스토의 비서장(사무총장)이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뉴스들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의 대응은 더 강경해졌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통해 반중(反中) 세력을 통제하고 홍콩을 권위주의 체제 안에 욱여넣을 태세다. 누가 봐도 중국이 비난받아 마땅한 상황이지만 미국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으로 중국을 비판하는 국가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가진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6월 4일의 텐안먼 추모 시위 (출처: 연합뉴스)



시민의 승리를 기원하며


<우산 혁명: 소년 vs. 제국>을 본 후 홍콩의 시민들을 응원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87년 6월 민주항쟁이 오버랩되었다. (공교롭게도 내일이 6.10 민주항쟁 기념일이다)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시민들 덕분에 지금의 민주주의 체제가 있다. 민주주의는 당연한 것이 아니며, 값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과연 홍콩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조슈아 웡은 이 위태로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까? 이렇게 편안히 책상 앞에 앉아 그들의 미래를 궁금해 가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홍콩 시민들의 위대한 승리가 역사에 기록될 수 있기를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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